‘위스키 원액’ ‘생레몬’…하이볼 진화는 무죄
술에 음료와 과일 등을 섞어 마시는 ‘믹솔로지(mix+technology)’ 열풍을 타고 하이볼의 진화가 계속되고 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하이볼이 인기를 끌면서 편의점에서는 ‘바로 마실 수 있는(Ready-To-Drink·RTD)’ 하이볼 인기가 뜨겁다. 도심 속 ‘핫플레이스’에 있는 하이볼 전문점은 손님으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식음료 업계도 앞다퉈 새로운 스타일의 하이볼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편의점 RTD 하이볼, 대흥행
구매 고객, 20·30세대가 ‘80%’
하이볼 인기는 ‘믹솔로지’ 음주 문화가 견인했다. 코로나19 이후 집에서 직접 새로운 술을 제조해 마시는 문화가 확산하면서 믹솔로지 유행이 시작됐다. 대표적인 믹솔로지인 하이볼은 “한 잔을 먹어도 맛있게 먹자”는 20·30세대 마음을 사로잡으며 인기를 끌었다.
특히 편의점의 RTD 하이볼 판매량 변화가 그 인기를 실감케 한다. BGF리테일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CU의 하이볼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2.8% 증가했다. 특히 하이볼이 포함된 ‘기타 주류’ 카테고리 매출 비중은 지난해 3.7%에서 올해 5월 8.4%로 급증하며 와인(2%), 양주(3%), 막걸리(7.5%)까지 모두 제쳤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25의 올해 1분기 하이볼 매출액도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97.7% 대폭 상승했다. 지난해 1분기 7종이던 하이볼 상품은 25종으로 늘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하이볼 인기 속 신상품이 쏙쏙 나오고 매출이 증가함에 따라 편의점에서도 진열 면적을 확대하는 추세”라고 들려줬다. 이마트24의 올해 1~3월 하이볼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배 증가했다. 지난해 1분기 6종이었던 하이볼 상품은 올해 33종으로 확대됐다. 세븐일레븐 역시 올해 1~4월 하이볼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배가량 대폭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하이볼의 인기를 20·30세대가 주도하고 있다고 본다. 일례로 BGF리테일에 따르면, 지난해 CU의 하이볼 구매 고객 연령대 비중은 20대 44%, 30대 35.9%로, 20·30세대가 80%에 달한다. 그 외 40대 14.4%, 50대 5.1%, 60대 이상 0.6% 비중을 보였다. 최근에는 주정에 오크칩을 넣어 위스키의 향만 입히기보다는 ‘위스키 원액’만을 사용하거나 ‘생레몬 하이볼’처럼 생과일을 넣는 ‘진짜 하이볼’로 RTD 제품이 진화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100% 스카치위스키 원액을 베이스로 사용한 하이볼 제품 ‘스카치하이 2종’을 6월 초부터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 판매할 예정이다. GS25와 세븐일레븐 역시 위스키 원액이 들어간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이마트24는 생레몬 조각이 들어간 하이볼 제품을 곧 내놓는다.
하이볼 전문점 고객 수 ‘급증’
하이볼의 진화는 주류를 벗어나 무알코올 음료로까지 확산하는 추세다. 술은 마시지 못하지만 하이볼의 맛과 향을 느껴보고 싶은 소비층을 겨냥한 것. 건강음료 전문기업 티젠은 5월 2일 ‘스틱형’ 콤부차 제품인 ‘하이볼향 콤부차’를 선보였다. 하이볼을 건강한 발효 음료에 접목한 새로운 시도다. 상큼한 레몬과 스모키한 몰트 향의 하이볼 맛과 향을 살렸고 발효 음료인 콤부차 베이스로 건강함도 그대로 담았다. 당류는 쏙 빼고, 칼로리는 1스틱당 15㎉로 낮으며 유산균도 풍부하다는 설명. 커피 브랜드 필메이트는 최근 하이볼을 모티브로 한 무알코올 티 에이드 2종을 내놨으며, 커피전문점 드롭탑도 무알코올인 ‘유자 하이볼 에이드’ ‘납작복숭아 하이볼 에이드’ 2종을 선보였다.
티젠 관계자는 “하이볼의 위스키 향을 콤부차로 구현해 음주하지 않는 고객을 위한 대체재, 또는 음주가 불가능한 상황에서의 대체재로, 젊은 층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며 “건강 트렌드에 맞춘 낮은 도수 음주 문화가 정착되면서 향후 하이볼 인기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하이볼에 푹 빠졌다면, 자연스럽게 하이볼 전문점을 찾을 터.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 한 골목에 있는 ‘하이볼가든’은 하이볼 좀 먹어본 사람이라면 다 안다는 명소로 꼽힌다. 하이볼가든 관계자에 따르면, 2014년부터 오픈한 이곳은 최근 하이볼 대중화에 힘입어 방문 고객 수가 급증하고 있다고. 시그니처 메뉴는 ‘오늘의 하이볼’. 4면 메뉴판을 꽉 채울 정도의 다양한 술에 고객이 선택한 음료를 섞어 다채로운 하이볼을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하이볼 유행 전망 ‘밝음’
“단, 우후죽순 생겨선 안 돼”
하이볼 유행은 언제까지 지속할까. 전문가들은 하이볼 인기가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 내다본다. 최근 시중에 나온 하이볼 제품의 편리함과 젊은 세대의 주류 기호 다변화 현상이 맞물려 이미 하나의 주류 문화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다만 최소한의 차별점 하나 없는 제품 일색일 경우 소비자 피로감을 키워 시장 자체를 죽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2021년 전후 편의점발 전성기를 누리다 ‘유명 브랜드와의 합작’ 콘셉트 일색으로 최근 소비자에 외면받고 있는 수제맥주 시장이 대표적인 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가 색다른 맛이나 다양하게 만드는 걸 추구하는 경향이 있어 간편하고 다채롭게 맛볼 수 있는 하이볼의 인기는 지속될 것”이라며 “다만 식음료 업체들은 비슷한 제품을 우후죽순 생산하는 것보다는 특별하고 재밌는 스토리텔링이 담긴 제품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동현 기자 cho.donghyu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3호 (2024.06.12~2024.06.1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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