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표, 스낵보다 싸다! 손석구가 '천원 영화' 시대 열어 본 까닭
가뭄에 콩 나듯 '천만 영화'가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극장가로 향하는 관객들의 발걸음은 뜸합니다. 아무리 영화관에서만 할 수 있는 체험을 강조해도 티켓 가격의 압박이 만만치 않은 것 역시 사실입니다. 영화는 이제, 예전처럼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로서의 매력을 잃어가고 있는 걸까요?
이런 상황에서 손석구가 재미있는 도전을 했습니다. 그가 문병곤 감독, 현대자동차와 손 잡고 내놓은 영화 〈밤낚시〉는 러닝타임이 15분도 채 되지 않는 단편입니다. 대신 관람 가격이 단돈 1000원이죠. '스낵 무비'를 표방하지만 요즘 물가를 생각하면 스낵보다 싼 값이군요. 손석구는 이 영화에서 제작자이자 주연 배우로 활약했는데요. 그가 올 1월 설립한 제작사 ㈜스태넘의 첫 영화이기도 합니다.
시작은 현대자동차로부터 받은 제안이었습니다. 어떤 포맷이든, ‘자동차의 시선’으로 본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 달라는 말에 바로 '영화'를 떠올린 손석구는 함께 장편 영화를 준비하던 문병곤 감독과 의기투합했어요. 기존 브랜드 협업 콘텐츠들은 광고성이 짙었지만, 독립적 콘텐츠가 되길 희망하는 마음으로 즐거운 작업을 했다네요.
아무리 그래도 '1000원'이라는 가격표는 신선합니다. 〈밤낚시〉의 독특한 점은 재상영이나 이벤트 상영이 아니면 볼 수 없을 가격 뿐이 아닙니다. 사실 단편 영화는 영화제가 아니면 보기 힘든, '문학적이며 작가적인 주장이 많이 들어간' 콘텐츠라는 이미지가 있죠. 하지만 〈밤낚시〉는 대중 친화적인 상업 영화의 재미와 유통 방식을 추구합니다. 손석구는 "다양한 시도를 통한 판로를 개척해 보고 싶은 마음이었다. 이렇게 해서 관객 여러분이 '극장에서 1000원에 볼 수 있는 스낵무비가 나왔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영화 업계에는 하나의 활력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자평했습니다.
그는 "앞으로도 극장에서 보는 2시간 전후의 상업 장편 영화는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면서도 "그러나 극장도 이제 변화를 해야 되는 과도기인 점은 분명하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손석구가 바라는 건 전통적인 포맷의 유지와 더불어 관객들이 극장에 갖는 이미지를 다변화하는 것이라고 해요. 제2의, 제3의 스낵무비가 나오고 그 결과 사람들이 극장을 가는 행위에 재미를 느끼도록 하는 것이 〈밤낚시〉의 목표입니다. 영화는 개봉일인 14일, 이미 사전예매량 1만 장을 넘기며 관심 속에 문을 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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