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 지지 있었다"던 의협…18일 휴진 신고 병원은 4%뿐
보건복지부는 14일 “18일 휴진을 신고한 의료기관은 총 1463개소로 전체 진료명령 및 휴진신고명령 대상 의료기관의 4.02%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와 지자체는 대한의사협회가 18일 집단휴진을 예고하자 지난 10일 의료법 제59조제1항에 따른 진료명령 및 휴진신고명령을 총 3만6371개의 의료기관(의원급 의료기관 중 치과의원·한의원 제외, 일부 병원급 의료기관 포함)에 발령했다. 보건복지부는 “전체 의료기관에 18일 업무개시명령을 할 예정이며 각 의료기관은 휴진신고를 했더라도 정당한 사유가 없는 경우라면 당일 진료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휴진 신고 의료기관이 4%로 나타나면서 의협이 주도하는 18일 전면 휴진 참여율이 낮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압도적인 지지가 있었다(최안나 의협 대변인)”는 의협 주장과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는 모양새다. 휴진 참여 의사를 밝힌 ‘빅5’ 등 주요 병원에서는 진료 일정 변경 등의 가시적인 움직임은 거의 없다고 한다. 휴진을 불허하는 입장을 밝히는 병원이 늘고 있고 병원 노동조합 등 직원들의 반발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부 의사는 “환자를 떠날 수 없다”며 휴진에 불참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대학병원·의원급 휴진 참여 저조할 듯
빅5 병원인 세브란스병원의 한 관계자는 이날 “병원에서 휴진을 사유로 진료를 변경한 교수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의대·병원 교수가 휴진하려면 연차를 쓰고 외래 등 진료 일정을 조정해야 한다. 서울대병원의 한 관계자는 “연가 사유에 집단휴진 동참을 밝힌다면 내부 결재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했다.
빅5 병원들은 무기한 휴진(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이나 의협 휴진 동참을 결의한 상태이지만, 적극적인 움직임은 아직 없다는 얘기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실제 휴진 참여율은 저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앞서 김영태 서울대병원장은 지난 7일 교수들의 집단 휴진을 불허했고 이강영 세브란스병원장은 13일 주임교수·임상과장 공지를 통해 “현재 병원 입장은 정상진료 유지”라고 밝혔다. 서울성모병원도 내부 회의를 통해 휴진 승인을 하지 않기로 가닥을 잡았다. 서울아산병원·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휴진에 참여할 교수가 극히 드물어 원장의 불허 방침이 필요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서울대병원·분당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 노조 등 일부 병원 직원들은 휴진으로 인한 진료 예약 변경 업무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휴진을 원하는 교수는 환자에게 직접 연락을 해야 하는 처지다. 빅5 계열의 한 병원장은 “진료 변경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보니 휴진은 미미할 것이고, 지속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의협이 주도하는 휴진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단체도 있다. 대학병원의 뇌전증 전문 교수들로 구성된 뇌전증지원병원 협의체(위원장 홍승봉)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뇌전증은 치료 중단 시 신체 손상과 사망의 위험이 수십 배 높아지는 뇌 질환으로 약물 투여 중단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라며 “협의체 차원에서 의협의 단체 휴진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분만병의원협회·대한아동병원협회도 “환자를 두고 떠나기 어렵다”며 진료를 유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환자 단체인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이처럼 상식과 책임감으로 행동하는 의사 선생님들이 더욱 많아지길 기원한다”는 입장을 냈다.
서울대병원 노조 등이 속한 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의료연대)는 이날 서울대병원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사들은 다수의 여론조사 결과로 국민 여론이 무엇인지 확인됐는데도 불구하고 의사 수 확대를 반대하고 있다”며 “의대 증원에 대한 국민의 요구는 명확한데도 의사들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대병원의 윤태석 분회장은 “17일에 본관·어린이병원·암병원 모두 휴진이 예상된다”며 “지금도 암 환자들의 수술과 진단·치료가 미뤄지고 있는데 상황은 더욱더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집단휴진은 지금 상황을 더 악화할 뿐만 아니라 해결의 어떤 실마리도 되지 못한다”며 “지금이라도 집단휴진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변혜진 건강과대안 상임 연구위원은 “진료 예약 변경을 왜 간호사들이 하느냐. 직접 하시라”며 “제자들을 사랑하는 마음 때문에 나섰다고 하는데 진료할 때 협업하는 병원 노동자들의 고통은 보이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협보다 하루 먼저인 17일 휴진을 시작하기로 결정한 서울대 의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휴진 강행을 재확인하면서 환자들에게 사과 입장을 밝혔다. 강희경 비대위원장은 “마지막 몸부림으로 전체 휴진을 결의했으나, 정부를 향한 이런 부르짖음이 서울대병원을 믿어온 중증·희귀질환 환자에게 절망의 소리가 될 것이라는 걸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다”며 “저희가 말씀드린 전체 휴진이란 다른 병·의원에서도 진료가 가능하거나, 진료를 미뤄도 당분간 큰 영향을 받지 않는 환자들의 외래 진료와 수술 중단을 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증·희귀 질환 환자에 대한 진료는 진행된다는 것이다. 강 위원장은 “신장투석실은 열고 분만도 당연히 할 것”이라며 “분만병의원협회·대한아동병원협회가 진료를 유지한다고 밝혔는데 당연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의대 비대위 언론 담당인 오승원 교수(서울대병원 강남센터 가정의학과)는 “비대위 쪽에 (휴진에 따른) 예약 변경을 요청하는 교수가 서울대병원·분당서울대병원을 합쳐 200명 정도 있다”고 말했다.
환자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인터넷 환자 카페에는 “예약이 취소될까 봐 일이 손에 안 잡힌다” “고위험 산모라 큰 병원으로 옮긴 건데 너무 불안하다”와 같은 글이 이어지고 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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