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은 대출제도 개편, 연구 필요해"…그가 학계에 던진 과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중앙은행의 대출제도 개선 방안, 가계부채 비율 하향 안정화 방안 등 보다 나은 통화정책 운용을 위해 연구가 필요한 다섯 가지 과제를 학계에 제안했다.
14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한국금융학회 정기총회에 참석해 만찬사를 통해 중앙은행의 대출제도 개선 방안, 가계부채 비율 하향 안정화 방안, 녹색금융 활성화 방안 등 학계의 연구가 필요한 다섯 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그가 첫 번째로 제시한 과제는 중앙은행 대출제도 개선 방법이다. 최근 한은은 지난해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를 계기로 유동성 안전판을 강화하고자 대출 적격담보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7월엔 대출 적격담보에 공공기관 발행채와 은행채를 포함한 데 이어 지난 13일엔 이중상환청구권부 채권(커버드본드)을 신규로 편입했다.
현재 한은이 고민하는 건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을 자금조정대출 대상기관에 포함시키는 것이 바람직한지 여부다. 이 총재는 "현행 한은법하에서 자금조달에 중대한 애로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서만 금융통화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가능한데, 이 경우 해당 금융기관에 대한 낙인효과를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며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을 포함시키는 것이 바람직한지, 바람직하다면 어떠한 방식으로 한은법을 개정해야 하는지 등과 관련한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행 대출 제도 개편으로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접근성이 높아지면 발생할 수 있는 도덕적 해이는 어떻게 예방할지, 담보 범위가 확대되면 담보 거래 및 관리 관행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높은 수준의 가계부채 비율을 하향 안정화할 방법에 대한 고민도 드러냈다. 이 총재는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비율은 주요국 대비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여전히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 요인으로 잠재해 있다"며 "그러나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대출 중심의 부동산 금융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낮추기가 쉽지 않은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리츠를 활용하여 주택구입 자금의 상당 부분을 대출(Debt)이 아닌 에쿼티(Equity) 방식으로 조달한다면 가계부채 비율의 하향 안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를 위해 그간 상업용 부동산 위주로 이뤄졌던 리츠 투자를 주거용 부동산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녹색금융 활성화 방안도 언급됐다. 최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글로벌 기후규제로 중소기업에도 친환경 투자를 해야 한다는 압력이 커졌지만, 중소기업은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아 녹색채권 발행 등을 통한 대규모 시설투자자금 조달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최근 한은은 중소기업의 친환경 투자 여력 확보에 도움을 주기 위해 Green CLO 발행체계를 검토하고 있다. 은행이 기업을 대상으로 취급한 녹색대출을 특수목적회사(SPV)에 매각하면, SPV는 대출채권 유동화증권을 발행할 수 있다. 그는 "Green CLO 발행이 활성화된다면 중소기업의 친환경 전환을 도울 수 있을 뿐 아니라, 국내 녹색채권 시장 규모가 미미한 상황에서 자본시장에 새로운 투자처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실거래 기반의 무위험 지표금리인 KOFR(한국무위험지표금리·Korea Overnight Financing Repo Rate)의 활성화도 제안했다. 이 총재는 "지난 2012년 리보(LIBOR) 금리 조작사태 이후 주요 선진국에선 실거래 기반 무위험 지표금리가 파생상품 거래 시 표준 준거금리로 빨리 정착됐다"며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KOFR 기반 금융상품 거래가 부진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최근 한은은 금융위와 KOFR을 준거금리로 하는 금융상품 거래를 장려하는 등 KOFR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는 "단기금융시장에서 실거래 기반 무위험 지표금리가 준거금리로 정착된다면, 관련 파생상품시장의 활성화뿐 아니라 통화정책 파급경로의 유효성 제고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BDC 등 디지털 전환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도 요구했다. 이 총재는 최근 한은이 2단계 기관용 CBDC를 중심으로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단 점을 언급하며 은행이 이를 기반으로 예금을 디지털화한 예금토큰을 발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최근 한은이 국제결제은행(BIS) 및 7개국 중앙은행과 국가 간 지급결제 프로젝트(일명 '아고라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며 "주요 기축통화국과 함께 국가 간 지급결제 시스템의 표준을 설정하는 초기 설계자로 자리매김하는 좋은 기회"라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만찬사 말미에서 "앞으로도 새로운 과제가 생기면 여러분(학계)의 도움을 구하겠다"며 "교수님들과 연구자분들이 통찰력 있는 연구를 통해 정책 제언을 해주시고 한국은행이 정부와 함께 이를 정책에 반영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금융과 통화정책이 한층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박재현 기자 n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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