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이통사 출범 무산…정부, 스테이지엑스 후보 자격 취소 [팩플]
제4이동통신사 출범이 또 다시 무산됐다. 통신 3사의 과점 구도를 깨겠다며 정부가 2010년부터 8차례에 걸쳐 제4이통사 도입을 시도했지만, 이번에도 실패했다. 지난 1월 주파수를 낙찰받은 스테이지엑스가 설립 자본금 요건을 채우지 못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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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4일 “스테이지엑스가 제출한 필요 서류 등을 검토한 결과 법령이 정한 필요 사항을 이행하지 않아 주파수 할당 대상 법인 선정 취소 사유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과기정통부는 선정 취소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청문 절차를 개시한다. 강도현 과기정통부 2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스테이지엑스가 제출한 할당 신청서상의 자본금을 확보했는지 현 단계에서 확인할 수 없었다”며 “향후 예상될 수 있는 우려 사항을 고려할 때 선정 취소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스테이지엑스는 지난 1월 31일 5세대(G) 이동통신 28기가헤르츠(㎓) 주파수 경매에서 4301억원을 적어내 낙찰자로 선정됐다. 이후 지난달 7일 주파수 할당을 받기 위한 필요 서류를 제출하며 서비스 개시를 준비해왔다.
취소 근거는
과기정통부는 스테이지엑스가 주파수 경매 신청 당시와 이후 제출한 서류에서 자본금과 주주 구성 등이 달라진 것을 문제 삼고 있다. 경매에 참여한 사업자와 주파수 할당을 받을 사업자가 동일하지 않다는 것이다.
①2050억 자본금 중 1억만 납입
스테이지엑스는 주파수 할당 신청서에 자본금이 2050억원이라고 적었지만 현재까지 등기부등본상 자본금은 1억원에 불과하다. 스테이지엑스 측은 이에 대해 올해 3분기까지 자본금을 납부하면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과기정통부는 복수 로펌의 법률 자문을 거친 결과 “필요 서류 제출 시점인 ‘지난 5월 7일에 자본금 2050억원 납입 완료’가 필수 요건이라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등기부등본상 자본금이 2050억원이 되지 않는다면 선정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②6개 주요 주주 중 1곳만 납입
구성 주주가 달라진 점도 문제 삼았다. 스테이지엑스는 주파수 할당 신청 당시 5% 이상 주요 주주 6곳을 명시했다. 이 중 자본금 납입을 일부 이행한 주주는 지주사격인 스테이지파이브 1개뿐이었다. 기타 주주 4곳 중 2곳도 자본금을 납입하지 않았다. 이는 과기정통부 인가 없이 구성 주주와 주식 소유 비율을 변경해서는 안 된다는 서약을 위반한 것이란 판단이다.
③주주 자본금 납입 계획도 미확정
과기정통부는 구성 주주들에게 세 차례 자본금 납입 증빙 서류를 제출하도록 요청했다. 이에 대해 스테이지엑스 측은 “이들 주주가 신규 이통사 지위를 확보한 이후 출자할 예정”이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과기정통부는 이들 주주의 자본금 납입 계획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을 별도로 확인했다. 앞으로도 자본금 납입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스테이지엑스 입장은
스테이지엑스는 이날 과기정통부 발표 내용을 반박하며 유감을 표했다. 회사 관계자는 “5월 7일까지 자본금 2050억원 납입 완료가 필수 요건이라는 건 법령상 근거가 없다”며 “주파수 이용 계획서상 자본금 완납 시점은 주파수 할당 이후”라고 주장했다. 스테이지엑스는 향후 법적 대응 가능성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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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무산된 제4이통사
전문가들은 문제 사업자를 걸러낸 건 다행이지만, 정부도 ‘가계 통신비 부담 절감’이라는 명분만 내세워 제4이통사 정책을 섣부르게 추진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는 “기간통신사업 허가제가 2019년 등록제로 바뀌면서 재정적 능력에 대해서 별도 심사하지 않고 주파수 경매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게 결국 문제가 됐다”며 “등록제로 바뀌었더라도 사전에 재정 능력을 심사하도록 제도를 고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도 이날 주파수 할당 관련 법제도를 전반적으로 재검토하겠다고 했다. 강도현 차관은 “신규 이통사의 시장 진입으로 통신 시장 경쟁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사업자 동일성 여부를 확인하지 못해 선정 취소 예정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돼 매우 유감스럽다”며 “종합적인 연구반을 가동해 제도 개선 문제들을 집중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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