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물가 많이 올랐다? 임금도 그만큼 올라 큰 피해없어"

김성욱 2024. 6. 14.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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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팟인터뷰] 우석진 명지대 교수 "한국 식품 물가상승률 OECD 3위, 임금이 물가 못 따라가는 게 문제"

[김성욱 기자]

 OECD가 지난 5일 발표한 2024년 4월 식료품 물가상승률 통계. 한국이 5.9%(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로 세번째로 높았다. OECD 평균 4.8%를 상회하는 수치다.
ⓒ OECD
  
"한국의 물가가 문제인 건 소득상승이 물가상승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정부 발표를 보면, 물가까지 반영했을 때 근로자 실질임금이 2년 연속 줄었다. 가계의 소비여력이 줄어든다는 건데, 이러면 내수 침체로 자영업자들의 피해도 커질 수밖에 없다." -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한국의 식료품 물가상승률이 4월에도 OECD 35개국 중 세번째로 높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5일 OECD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4월 한국의 식료품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5.9% 상승해 1위 튀르키예(68.5%), 2위 노르웨이(6.8%)에 이어 3위였다.

지난 2월 식료품 물가상승률(6.9%)이 OECD 3위로 급상승한 이후 석달째 순위가 내려가지 않은 것이다. 올해 1월까지만 해도 한국의 식료품 물가상승률(5.9%)은 14위로, OECD 평균(6.2%)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다만 4월 상승률 자체는 3월(6.7%)에 이어 감소 추세를 보였다.

우석진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13일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식료품 물가상승률이 높아진 건 과일 등 신선식품 물가가 크게 오른 탓"이라며 "식료품은 피할 수 없는 품목이기 때문에 가계 소비여력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고 했다. 우 교수는 특히 "올해 1분기 근로자 명목임금은 작년에 비해 1.3% 늘었지만, 물가를 고려한 실질임금으로 따지면 오히려 1.7% 감소했다"라며 "가계 소득 감소는 소비 저하로 이어져 내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다음는 우 교수와의 일문일답.
  
"물가상승에 실질임금 2년 연속 감소, 가계타격 클 수밖에"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 이정민
 
- 최근 발표된 OECD 식료품 물가상승률 통계를 보면 한국이 전체에서 세 번째로 높다.

"과일·채소 등 신선식품 가격이 크게 오른 영향이다. 근본적으로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재배면적과 생산량이 감소한 때문이겠지만, 한국은 유독 더 변동성에 취약한 구조에 있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가 섬이라 수급이 원활하지 않다. 우리는 반도지만 북한으로 막혀있다. 신선식품은 가공식품과 달리 많이 만들어 저장해놓을 수 없기 때문에 그때그때 수급하는 게 중요한데, 이런 지정학적 특성으로 비행기나 배를 통할 수밖에 없어 운송비가 비싸다. 그렇다고 수입을 확대하면 농가의 반발도 크다.

이같은 어려움을 감안하더라도 우리 정부의 대응은 아쉽다. 아무리 파도가 밀려와도 국민들이 그 충격을 한 번에 다 맞을 필요는 없다. 파도가 예상되면 방파제를 세워 두번, 세번에 걸쳐 충격을 완화하는 게 정부가 할 역할이다. 예컨대 사과 값 폭등은 모두 예견했던 일이다. 과일 가격 급등에도 수요가 떨어지지 않고 국민 고통이 크다면 농가와 합의를 이끌어내 한시 수입 등 수급 확대를 통해 안정화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었다.

과거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로 농수산물이 개방됐을 때도 코스피 주식 거래에 0.15%의 농어촌특별세(농특세)를 붙여 농수산 가구를 지원하기로 하는 등 저항을 누그러뜨리고 합의를 도출한 적이 있다. 저소득층에게는 정부가 신선식품 바우처(교환권)를 지급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정부의 노력은 보이지 않았다."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소비자(자료사진)
ⓒ 연합뉴스
- 식료품은 필수 품목이다.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말은 사실에 부합하나.

"그렇다. 흔히 우리의 물가상승을 미국과 자주 비교하는데,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 미국은 물가가 높아졌지만 경제도 활황이라 임금도 그만큼 올랐다. 사실 물가가 올라도 이렇게 소득이 같이 올라주면 소비에 큰 피해가 가지 않는다. 하지만 미국과 달리 우리는 경기 침체 상태다. 물가는 높아지는데 임금이 물가를 못 따라가고 있는 게 문제다.

실제 고용노동부 자료를 보면, 올해 작년보다 명목상으로는 임금이 1.3% 올랐지만 물가가 3% 올라 실질임금이 오히려 1.7% 감소했다. 작년에도 이미 실질임금이 2.5% 줄어든 상태에서 2년 연속 감소했기 때문에 가계의 타격은 훨씬 더 클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식료품같이 피할 수 없는 상품의 가격도 높다?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는 비단 개별 가구에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소비가 위축되기 때문에 연쇄적으로 자영업자들도 힘들어진다. 이미 지표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 발표를 보면 자영업자들의 은행 대출 연체율이 0.54%로 11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로나가 끝날 무렵인 2022년 연체율이 0.17%였던 걸 감안하면 2년 만에 3배 이상 뛴 것이다. 자영업 5년 생존율은 20% 초반대다. 자영업 다섯개가 출발하면 5년 뒤 하나만 남는다는 얘기다." 

고용노동부가 5월 30일 발표한 '4월 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물가수준을 반영한 노동자 1인당 월평균 실질임금은 371만 1000원으로, 전년 동기(377만 5000원)보다 되레 6만 4000원(1.7%)이 깎인 것으로 나타났다. 월평균 명목임금은 작년보다 1.3%(416만 4000원→421만 6000원) 올랐지만, 물가가 그보다 많은 3% 올랐기 때문이다. 애초에 2023년 1분기 실질임금 역시 2022년 동기(387만 2000원) 대비 2.5%(9만 7000원) 줄어든 금액이라, 2년 사이 월평균 16만 1000원의 실질임금이 하락한 셈이다.

- 고물가는 언제까지 계속되나.

"물가는 잡혀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12일 미국 주식이 엄청나게 뛴 것 역시 물가상승률이 3.3%로 기대치보다 0.1%p 낮게 나왔기 때문이었다. 우리의 5월 물가상승률도 2.7%로 두 달째 2%대에 들어왔다. 2%대를 향해 가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금리 인하 가능성과 관련해 "천천히 서둘러라(Festina Lente)"고 언급한 것 역시 물가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인식 위에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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