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기전에 내려야” VS “지금 내리면 다 놓쳐”…‘금리 딜레마’
[한국경제TV 김채영 기자]
<앵커>
뉴스플러스 시작합니다.
앞에 놓인 두 갈레길을 두고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수요일 있었던 한은 창립 74주년 기념사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페스티나 렌테', 우리말로 '천천히 서둘러야 한다'는 라틴어 문구를 언급했습니다.
먼저 치고 나가기도 어렵지만, 늦어서는 안되는, 금리정책을 두고 고민하는 이 총재의 속내를 드러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부진한 내수로 인한 고통이 커지면서 최근 들어 한은의 선제적 금리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취재기자와 자세히 분석해보겠습니다. 경제부 김채영 기자 나왔습니다. 김 기자, 국책연구기관인 KDI까지 금리를 내려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정말 지금이 기준금리를 내려야할 상황은 맞는 겁니까?
<기자>
네, 국책·민간연구기관과 학계·증권사 등 6명의 전문가들에게 설문조사를 해본 결과 절반이 한은이 금리를 내릴 필요성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국내 여건을 보면 금리를 내릴 환경이 마련되고 있다는 건데요.
최근 물가 상승률이 2%대 후반으로 내려온 데다, 경제의 뇌관으로 지목됐던 가계부채비율도 하락세입니다.
한국은행의 최우선 목표인 물가안정 측면에서 수요 측의 물가 상승 압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근원물가 상승률이 2%대까지 내려왔고, 금융안정 측면에서도 최근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2년 연속 떨어져 한은이 금리를 내려도 된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또 국책연구기관 KDI는 최근 경기 상황을 봤을 때 수출이 좋아지면서 경기가 다소 개선되고 있지만 고금리 탓에 내수가 여전히 부진하다고 진단했는데요.
수출과 내수의 온도 차로 경기회복 불씨가 약해질 수 있는 만큼 기준금리를 미국의 금리 인하와 관계없이 내려야 한다고 시사했습니다.
<앵커>
분명 내수 부진의 고통이 크지만, 수출이 살아나면서 분명 경기는 회복되고 있습니다. 물가도 확실히 잡히지 않았구요. 그런데도 한은이 선제적인 금리인하에 나설 수 있는 겁니까?
<기자>
네, 아직은 금리인하를 할 때가 아니라고 주장한 전문가들은 물가와 환율 등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섣부른 금리인하는 위험하다는 의견입니다.
한은 통화정책의 최우선 목표인 ‘물가안정’ 측면에서 근원물가 상승률은 2% 초반대로 내려왔지만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경우 아직 변동성이 크다는 건데요.
농산물 가격 급등세가 계속되고 있고, 석유류 물가상승률도 안정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어 잠재적 물가 상승 요인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원·달러 환율도 불안 요인입니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갈등이 고조된 지난 4월 장중 1,400원까지 올랐던 환율은 이후 긴장이 누그러지면서 1,360원대까지 내려왔지만, 최근 강달러 흐름이 거세지면서 1,370원대 후반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를 인하하면 환율을 통해 수입 물가가 높아지고 이게 전체적인 물가를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겁니다.
전문가 인터뷰 들어보시죠.
[장민 /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물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경기가 안 좋을 것 같으니까 그냥 한번 내려보자… 둘 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두 마리를 다 잡겠다고 하는 거거든요. 물가에 대한 어떤 확신이 있어야 되고 그리고 이제 미국 쪽에서의 어떤 사인이라든지 우리가 내려도 환율이 그렇게 크게 변화가 없을 거라는 그런 게 있어야 우리도 내릴 수 있는 거거든요.]
여기에 더해 우리 경제 성장률도 앞서 금리를 내린 유럽과 캐나다 등 국가보다 양호한 편으로 금리인하 필요성 자체도 낮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앵커>
한은의 금리 정책이 딜레마에 빠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시장에서는 한은이 언제쯤 금리를 내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까?
<기자>
네, 전문가들의 금리인하 시점 전망은 크게 3분기와 4분기로 갈렸는데요.
우선 수요 측 물가 상승 압력을 나타내는 근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로 안정화됐기 때문에 금리인하 환경이 갖춰졌다고 보고 3분기에도 충분히 인하가 가능하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8월 이후 2% 중반 수준으로 하락할 가능성을 고려해 한은이 1차례 금리를 내릴 것이란 의견입니다.
10월 전 혹은 늦어도 11월에 금리인하를 하지 못하면 물가가 다시 튀어 올라 피벗 시점이 내년까지 밀릴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지금까지의 물가 궤적을 봤을 때 통상적으로 9~10월 정도에 물가가 저점에 위치하게 되고, 계절적인 요인으로 11월과 12월을 포함해서 내년 1분기까지는 물가 상승률이 2% 아래로 내려가기 어려워 10월 내외, 늦어도 11월에 금리 인하를 해야 한다는 겁니다.
연준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보는 전문가들은 미국이 올해 9월에 기준금리를 한 번 정도 내린다면 한은은 빠르면 4분기, 늦으면 내년에나 금리를 내릴 수 있을 것으로 봤습니다.
<앵커>
하지만 이건 늘 빗나가는 시장과 전문가들의 예상일 뿐, 미국 연준의 분위기까지 감안하면 한은의 연내 금리인하, 예단하기 어렵습니다. 이창용 총재도 지난 수요일에 섣부르게 금리인하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죠?
<기자>
네, 이창용 총재는 지난 12일 한은 창립 74주년 기념사에서 “물가가 목표 수준으로 내려갈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현재의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유지하겠다”고 밝혔는데요.
겉으론 매파적 신호를 보냈지만, 물가 위기의 정점은 지났다고 판단해 일각에선 조기인하론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 총재가 금리인하의 시발점으로 보고 있는 하반기 물가 경로는 2.3~2.4%인데요.
소비자물가 상승률 지난달 2.7%까지 낮아지면서, 정부에서는 올해 물가 정점을 이미 지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배경 속에서 이 총재는 ‘천천히 서두름’의 원칙을 되새겨볼 때라고 언급해 금리인하에 신중하되 타이밍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해석됩니다.
한국과 미국 모두 하반기 기준금리 결정회의가 4차례씩 남은 상황에서 한은이 미국의 상황을 살피며 첫 금리인하 시점을 정할지, 아니면 국내 상황에 맞춰서 선제적으로 인하할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앵커>
금리는 시장에 던지는 중앙은행의 메세지입니다. 유럽의 길을 따라갈지 미국의 길을 쫓아갈지 아니면 우리만의 길을 갈지는 온전히 한국은행의 선택입니다. 다만, 그 메시지는 분명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김채영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김채영 기자 chaechae@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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