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콧대 꺾였다...中 한정 '파격 할인'

[한국경제TV 박근아 기자]

중국 소비자들이 경기 침체로 지갑을 닫기 시작하자 일부 고가 명품 브랜드들이 최대 50%까지 전례 없는 할인을 실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 시장 위축으로 재고에 대한 두려움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인들은 이번 달부터 알리바바그룹 온라인 쇼핑몰 티몰(Tmall)에서 악어 무늬 아워글래스 핸드백을 35% 할인된 1천947 달러(약 270만 원)에 살 수 있다. 브랜드 공식 웹사이트는 물론 파페치 등 고가 패션 제품을 판매하는 플랫폼들보다 저렴하다.

익명의 소식통들은 발렌시아가가 올해 들어 3개월 동안 세일 품목에 대해 평균 40% 할인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이 브랜드는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티몰의 할인 품목 수를 배 이상으로 늘리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같은 기간 발렌시아가는 1월에만 할인했고, 할인율도 평균 30%였다. 2022년 1~4월에는 할인이 아예 없었다.

다른 브랜드들도 비슷하다. 베르사체, 지방시, 버버리 모두 이번 달에 티몰과 다른 중국 플랫폼에서 가격을 낮췄다. 일부는 반값 이상 할인하기도 했다.

베르사체의 평균 할인 폭은 지난해 초 약 40%에서 올해는 50% 이상으로 커졌다. 올해 들어 지금까지 베르사체와 다른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할인 기간도 지난해보다 더 늘렸다.

할인 품목도 지난해에는 소수에 불과했지만, 올해 첫 4개월 동안은 수백개로 늘어났다. 고급 이미지가 중요한 고가 브랜드들 입장에서 몇 년 전만 해도 가격 할인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리서치 업체 디지털 럭셔리 그룹의 임원인 자크 로이젠은 "세계에서 소비자와의 가장 눈에 띄는 접점인 티몰에서 이런 할인이 제공된다는 점" 때문에 놀랍기도 하고 솔직히 경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쇼핑 지구인 뉴욕 맨해튼 5번가나 프랑스 파리의 샹젤리제에서 대놓고 세일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업체들의 할인 전략은 이들이 중국 본토에서 직면한 어려움을 드러내고 있다. 고가품 업체들이 중국 시장에 의존하고 있지만, 경기 침체로 중국 중산층들이 점점 검소해지면서 세일을 기다리거나 아예 구입을 포기하고 있다.

고가품 업체들은 이미 타격을 받고 있다. 케링그룹은 지난 4월에 중국 내 구찌 매출이 부진해 올해 상반기 이익이 최대 45%까지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버버리는 중국과 미국의 수요 감소로 주가가 지난해 절반 이상 폭락했다. 샤넬은 고가 제품군에서조차 상황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할인 없이도 실적이 좋은 업체들도 있다.

에르메스와 루이뷔통을 포함한 일부 최상급 브랜드는 여전히 잘 팔린다. 이들은 할인을 포기하고, 온라인 거래를 제한하며, 부자 고객에게 집중하면서 불황에 대한 면역력을 키웠다.

구찌나 프라다, 미우미우 등도 중국의 전자 상거래 플랫폼에서 공개적인 할인을 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근아기자 twilight1093@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