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자살사망자 6.7% 증가…30·40대 남성 정신건강 ‘빨간불’

김은빈 2024. 6. 14.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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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자료사진

2023년 자살사망자 수가 전년 대비 6.7%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30·40대 남성 사망자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정부는 올해 1~3월 자살사망자 추이도 심상치 않다고 보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정부는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8차 자살예방정책위원회를 열고 ‘최근 자살 동향 및 대응방안’을 발표했다. 

2023년 자살사망자 수는 202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자살사망자 수는 1만3770명(잠정치)으로, 전년 대비 6.7% 증가했다. 2021년 1만3352명에서 2022년 1만2906명으로 감소하던 추세가 반전된 것이다. 

이같은 추세는 2024년에도 이어졌다. 게다가 올해 1월 자살사망자 수는 1321명으로, 전년 같은 달 대비 무려 33.8% 증가했다. 2월은 1185명으로 11.6%, 3월 1288명으로 1.7% 각각 늘었다.

특히 남성 자살사망자 수가 눈에 띄게 늘었다. 올해 1월 남성 자살사망자 수는 303명으로 전년 같은 달 대비 무려 44% 증가했다. 2월 역시 97명으로 12.5%, 3월 33명으로 3.6% 각각 올랐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13일 출입기자단 설명회를 통해 “남성 자살 사망자 수가 전년 같은 달에 비해 많이 증가했고, 2월은 그보다는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두자릿수”라며 “연령대별로 봤을 때도 남성 30~40대가 많았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해 연말에 있었던 유명인 자살 사건의 ‘베르테르 효과’를 원인 중 하나로 꼽았다. 사건 직후 7~8주간 자살이 증가한 것을 미루어 보면, 유명인이 자신과 비슷한 어려움에 처해있다고 생각해 유사한 방식으로 자살하는 베르테르 효과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또 코로나19 유행 장기화로 인한 사회적 고립과 경제난 같은 요인도 직·간접적 영향을 줬다고 짚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주요 사회·경제적 지표가 악화됐기 때문이다. 통계청 사회조사에 따르면 사회적 고립도는 2019년 27.7%에서 2023년 33%로 늘었다. 가계부채비율 역시 같은 기간 188.2%에서 2022년 203.7%로 증가했다. 우울·불안장애 등 정신질환으로 진료를 받은 국민도 2019년 368만명에서 2021년 411만명, 2022년 434만명으로 꾸준히 늘었다. 

이밖에 △지역 내 자살 확산 △자살 재시도 증가 △자살을 선택으로 인식하는 경향 △자살 원인분석 데이터 미비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전문가들은 경제활동이 활발한 30·40대 남성 특성상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한 사회적 고립과 경제난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진단했다. 

김동욱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회장은 14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아무래도 남성이 사회 문제에 접촉하는 경우가 비교적 더 많기 때문에 사회 환경, 경제 문제 등이 원인이 됐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면서도 “1~2달 정도는 변수가 있기 때문에 데이터가 유효하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중앙자살예방센터장을 지낸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도 “자살사망률이 최근 들어 높아진 건 코로나19 유행 이후 심리적인 트라우마, 사회적인 외로움, 소진, 경제적 어려움 등이 심화된 것과 관련성이 높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살 문제는 굉장히 복합적”이라며 “실업, 가난 뿐 아니라 일상의 변화가 찾아오는 것이 원인이 되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여러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우선 자살 재시도율을 줄이기 위해 정신과 치료비 지원 요건을 완화하기로 했다. 청년층을 우선적으로 지원해 소득 수준과 관계 없이 자살 시도로 인한 신체 손상, 정신과 치료비를 지원 받을 수 있다. 최근 2회 이상 반복 자살 시도 경험이 있는 응급실 내원자 비율이 2023년 17%에서 2024년 1~3월 27%로 늘어난 데 따른 조치다. 

또한 △보도 환경 개선, 자살 수단 관리 등 모방자살 방지를 위한 환경 개선 △자살 고위험군(자살시도자) 발굴 및 서비스 제공 강화 △지역 기반 자살 예방 활성화 △심리상담 바우처 제공 등 코로나19 이후 국민의 우울·불안·경제난 대응 △인식 개선을 위한 자살예방 교육 의무화 △데이터 확보·연계를 통한 자살 원인 분석 등을 통해 대응할 계획이다. 

아울러 위원회는 이날 ‘자살위해물건에 관한 고시 개정계획’을 심의해 최근 사용이 증가하고 있는 아질산나트륨을 자살위해물건으로 신규 지정했다. 아질산나트륨은 흰색 분말 형태로 가공식품의 보존·발색제로 주로 사용하며 소량만으로도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또 ‘2023년 시·도 시행계획 추진실적 평가’를 심의한 결과 인천광역시, 충청남도, 대구광역시가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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