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광산' 등재 한·일 줄다리기 …자민당, 韓 대사 면담 돌연 취소
조선인 강제노역 시기를 제외한 일본의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시도를 놓고 한국과 일본 간 신경전이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14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자민당 프로젝트팀 의원들이 당초 요청했던 윤덕민 주일 한국 대사와의 면담을 돌연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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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민당 돌연 면담 요청 취소
당초 다치바나 게이치로(橘慶一郎·63) 중의원(하원)을 중심으로 한 자민당 소속 의원들은 이르면 다음주 중 윤 대사와 만날 예정이었다. 교도통신은 지난 12일 이런 소식을 전하며 “(자민당 측이)세계유산위원회 자문기관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의 보류(Refer)를 포함해 일본 측 입장을 설명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코모스가 추가 권고로 내놓은 “채굴이 이뤄진 전기간을 통해 광산 역사를 설명하는 시설을 갖추라”는 내용에 대한 의견 전달이 있을 것이란 의미다. 일본은 에도(江戶)시대(1603~1868년)로만 한정한 등재를 바라고 있다.
회의 한달여 앞두고 한·일 본격 협상
자민당 의원들의 면담 취소 배경에 대해 주일 대사관 측은 별도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일각에선 이르면 다음 주 중으로 예정된 한·일 대면 협상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일본 정부는 어떤 식으로든 사도광산 등재를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분위기다. 이코모스 권고를 이행하는 차원에서 스스로 일부 지역을 등재 대상에서 제외하기도 했다.
이코모스는 당초 사도광산에 대해 보류 판정을 내리면서 일본 측에 에도시대보다 후시대 물증이 많은 일부 지역에 대해 "세계유산 구성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코모스가 지적한 곳은 기타자와(北沢)지구로 이곳엔 근대 시설인 부유선(浮遊選) 광장(鑛場)이 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해당 지역을 사도광산 유산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관방장관은 13일 오후 회견에서 “니가타현, 사도시와 검토한 결과”라면서 “무엇이 가장 효과적인가 하는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정부가 하나가 돼 대응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사도광산 연구 권위자인 정혜경 일제강제동원 평화연구회 대표는 이런 일본의 재빠른 결정을 “사도광산 등재를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기타자와 지역은 선광·제련 시설 등 눈에 띄는 근대 시설들이 포함된 곳으로, 이곳에서 조선인의 강제노역이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특히 태평양 전쟁 이후부터는 일본이 구리와 같은 전쟁물자를 확보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데 일조한 주요시설이라는 것이다. 정 대표는 “일본이 기타자와 지역을 제외했다 하더라도 한번 유산으로 등재되면 사도광산 전체가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고 홍보할 수 있다”며 “근대 시설이 제외됐더라도 전체 역사를 반영해 제대로 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도쿄=김현예 특파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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