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특별 배임죄 폐지해야…이사 충실의무 확대 필요”

황인욱 2024. 6. 14.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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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 개정 이슈’ 브리핑서 주장…“형사 처벌 과도”
주주 소송 남발 우려…“경영진 면책 요건 담아야”
“정부 내 논의 과정서 적극적으로 입장 피력할 것”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감원에서 상법 개정 등 이슈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상법상 특별 배임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법 개정을 통해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할 경우 배임죄 소송이 남발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자 아예 폐지안을 제안한 것이다.

이복현 원장은 14일 ‘상법 개정 이슈’ 관련 브리핑에서 “배임죄는 회사법 영역에서의 건강한 토론 진행이나 해석을 저해하는 측면이 있다”며 “굳이 유지냐 폐지냐 의견을 묻는다면 폐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의 발언은 이사의 충실 의무를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것과 관련, 주주들이 이사 형사 처벌(배임죄)을 위해 소송을 남발할 수 있다는 기업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내에서는 형법상 일반·업무상 배임에 회사법상 특별 배임 규정뿐 아니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상 배임죄 규정까지 두고 있다.

이 원장은 이어 “소액주주 보호 장치를 높이는 것과 배임죄 처벌을 없애거나 기준을 명확히 함으로써 형사처벌의 범위를 좁히는 것은 병행돼야 될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국내 상법과 형법 모두 ‘국제 표준(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상법은 소액주주 등에 대한 보호가 미흡하고 형법은 배임죄 등으로 형사처벌이 과도해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배임죄 폐지와 상법 개정안을 추진을 동시에 진행하되 형법상 배임죄 폐지가 어렵다면 경영진 면책 요건에 경영 판단 책임을 담아야 한다는 의견도 재차 피력했다.

그는 “배임죄 구성 요건에 사적 이익 추구 등 구체적인 사안을 추가하면서 정말 나쁜 짓을 했을 때만 배임죄를 적용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그것도 아니라면 경영 판단의 원칙을 명확하게 하고 상법상 특별배임죄라도 폐지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과거 검사 시절 배임죄를 적용해 기소를 했던 것과 관련, 기존 입장과 달라졌는 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생각이 바뀐 것은 없다면서도 문제 의식을 갖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검사 시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이슈와 관련한 수사를 주도하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당시 부회장)을 업무상 배임 등으로 기소한 바 있다. 당시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가 이 회장에 대한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했지만 이 원장은 수용하지 않았다.

이 원장은 “전·현직 검사 등을 다양하게 통틀어서 저배임죄 의율(법규를 구체적인 사건에 적용하는 일)을 가장 많이 하거나 고민이 많은 사람 중 하나로 문제 의식을 갖고 있다”며 “해석이 명확하지도 않은데 광범위하게 운영하고 있어 많은 검사들이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데 오히려 배임죄 의율을 많이 한 제가 말하는 게 보다 설득력이 있지 않겠나”고 강조했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본원 전경. ⓒ금융감독원

이 원장은 특별 배임죄 폐지와 함께 상법 개정안에 ‘이사의 충실 의무’를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재차 분명히 했다.

상법상 이사가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하는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까지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이다. 다만 이러한 취지의 개정 방향은 기관장으로서 개인 의견이라고 강조하며 정부 입장은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고 덧붙였다.

상법과 형법 개정은 법무부 소관 업무다. 22대 국회 개원 이후 상법상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까지 확대하자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이 잇따라 발의 된 바 있으나 법무부와 기획재정부 등 정부부처들은 이날 합동 설명자료를 통해 구체적인 방향이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이 원장도 “기재부나 금융위원회나 경제수석실 등과 합의된 결론은 아직 없다”며 “앞으로 논의 과정에서 이러한 입장을 적극적으로 정부 내에서 피력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원장은 이사의 충실 의무 확대를 골자로 한 상법 개정의 해외 입법 사례가 별로 없다는 주장에 대해선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나아가 건전한 토론을 위해 잘못된 사실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이사의 충실 의무는) 입법으로 반영되는 나라, 법원 해석으로 하는 나라, 규정화는 안 돼 있지만 관행상 되는 나라 등 사례는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이사의 충실 의무 확대가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주장해 경영 위축을 불러올 것이란 우려도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정량적으로 모든 주주의 이익을 다 같이 고려해야 하고 한 곳에서 1이 늘어나면 다른 곳에서도 1이 늘려야 한다는 취지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통상의 손익거래와 관련해서는 이해관계 판단이 쉬운데 자문거래라든가 특이한 형태의 거래 경우 특정 이익집단이나 특정 주주에 현저히 나쁜 영향 있을 수 있다는 경우가 있다면 그분들에게 공정한 판단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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