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서적 전문 서점 ‘더북소사이어티’의 좁지만 ‘깊은’ 취향 [공간을 기억하다]

장수정 2024. 6. 14.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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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지기의 이야기⑥] 서울 더북소사이어티

문화의 축이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OTT로 영화와 드라마·공연까지 쉽게 접할 수 있고, 전자책 역시 이미 생활의 한 부분이 됐습니다. 디지털화의 편리함에 익숙해지는 사이 자연스럽게 오프라인 공간은 외면을 받습니다. 그럼에도 공간이 갖는 고유한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면서 다시 주목을 받기도 합니다. 올해 문화팀은 ‘작은’ 공연장과 영화관·서점을 중심으로 ‘공간의 기억’을 되새기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 ‘찾아서’ 가는 서점…예술 전문 서적으로 파고드는 취향

서울 종로구 옥인동의 골목길에 위치한 더북소사이어티는 우연히 길을 지나다 발견하기는 힘든 곳에 위치해 있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야 만날 수 있는 지하에 위치한 것은 물론, 큰 간판으로 시선을 붙들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예술 또는 문화 분야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는 이미 ‘유명한’ 서점이다. 지난 2010년부터 ‘예술 서적 전문 서점’이라는 흔치 않은 색깔을 이어오며 마니아들이 ‘찾아서’ 가는 서점이 된 것이다.

더북소사이어티의 임경용 대표는 영화를 전공한 이후 문화·예술 관련 서적을 출판하는 출판사 ‘미디어버스’를 열며 ‘책’으로 문화·예술의 가치를 전하고 있다. 당시 미디어버스가 선보이는 ‘진’(특히 특정 팬들을 위한 잡지)과 같은 독립출판물을 선보일 곳이 많지 않아 고민하던 중 “그러면 우리가 직접 선보이자”는 마음으로 시작됐다. ‘시작할 때부터 큰 기대는 없었다’고 말한 임 대표지만, ‘좁지만 깊게’ 독자들을 파고들며 문화·예술 마니아들의 필수 공간이 되고 있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 과감한 실험도 불사하는 더북소사이어티만의 가치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플랫폼이 다양해지면서, 여러 크리에이터들이 쏟아내는 콘텐츠들의 숫자도 많아졌다. ‘책’도 예외는 아니다. 독립출판을 통해 개인의 생각도 한층 손쉽게 전달할 수 있어진 요즘, ‘이런 콘텐츠도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조차 쉽지 않아 졌다. 이에 취향을 좁혀 마니아들을 제대로 저격하는 것이 하나의 전략이 되기도 한다.

더북소사이어티는 이미 15년 전부터 이를 실천하고 있었던 셈이다. 임 대표는 “그렇다고 해서 전보다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그럼에도 취향이 한층 다양해지고, 취향을 기반으로 소비를 하는 것이 확대됐다는 것은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시작할 때부터 좁은 영역을 파고들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서점을 확대해 나가거나, 그런 목표가 아닌 다른 서점과 조금 결이 다른 방향성을 유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규모상 많은 책을 선보일 순 없지만, 그래서 더 ‘좋은 책’을 독자들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여느 서점에서 쉽게 접하기 힘든 전문 서적들부터 구하기 힘든 외서들까지. 더북소사이어티에서는 다소 낯설고, 생소한 책들도 접할 수 있다. 임 대표는 “우리는 베스트셀러들을 들여오진 않는다. 내용만으로 좋은 책을 구분하지 않는다. 오히려 내용적으로 풍성한 책은 대형 서점에 더 많을 수도 있다”면서 “우리는 책의 전후 맥락이나 혹은 이 책이 줄 수 있는 영향 같은 것들을 고려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작가와의 대화를 비롯해 각종 워크숍 등 관련 행사들을 기획해 독자들의 관심을 받기도 한다. 지금은 많은 서점들이 시도하는 방식이지만, 2010년 더북소사이어티가 문을 열 때만 해도 흔한 풍경은 아니었다. 그러나 임 대표는 새 시도를 통해 다소 낯선 책과 문화를 소개하며 더북소사이어티의 색깔을 꾸준히 알려왔다. 이에 대해 “우리가 문을 열 때만 해도 개인이 책을 만들었을 때 그것을 소개할 수 있는 공간이 많이 없었다. 대형 출판사들은 광고도 하고, 비용을 들여 홍보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았다. 최대한 많은 행사를 통해 ‘이런 책도 있어요’, ‘이런 문화도 있어요’라는 걸 알려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규모의 한계를 넘어 해외의 서점들과도 교류하며 가치를 공유하기도 한다. 북페어 등 도서 관련 행사를 통해 교류를 강화하기도 하지만, 손님을 통해 해외 서점에 책을 전하는 특별한 경험을 통해 ‘연결’의 의미를 체감하기도 했다. 임 대표는 “저희가 영어와 한국어 책을 함께 출간 중이다. 그래서 가끔 해외 서점에서도 주문이 들어오는데, 문제는 배송비가 비싸다는 것이다. 과거 베를린의 한 서점에서 ‘책을 보내줄 수 있냐’는 요청이 왔는데, 배송료가 너무 비싸 고민을 했었다. 그때 한 손님이 베를린에 여행을 가는데 서점을 추천해 달라고 하더라. 그래서 ‘거기 가서 책도 보시고, 배송도 좀 해 달라’고 한 적이 있다. 이후 잘 배송했다는 DM을 주고받기도 했었다”라고 말했다.

이렇듯 긴 시간 구축해 온 더북소사이어티만의 가치를 좀 더 확대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임 대표는 “이렇게 오랫동안 한 분야에 매진하면서 수집한 것들도 많다. 나중에 공간을 마련해 가치 있는 것들을 함께 공유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궁극적으로는 예술 관련 커뮤니티의 베이스가 될 수 있는 공간이 되고 싶기도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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