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에도 타이틀 경쟁···베테랑, 야구를 찢다

이형석 2024. 6. 14.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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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오승환, 최형우, 노경은. 사진=IS 포토

불혹(不惑)의 나이라는 게 전혀 믿기지 않는, 불로(不老)의 베테랑들이 있다. 오승환(42·삼성 라이온즈)과 최형우(41·KIA 타이거즈) 노경은(40·SSG 랜더스)이 대표적이다. 

1982년생 오승환은 자신이 보유 중인 '최고령 세이브왕' 기록을 깰 태세다. 지난 11~12일 LG 트윈스전에서 이틀 연속 세이브를 따내 가장 먼저 20세이브에 도달한 그는 19세 어린 KIA 정해영(18세이브)을 따돌렸다. 오승환은 "(정해영이) 후배가 아닌 (구원왕) 경쟁자라고 생각한다"라며 의지를 불태웠다. 
2007년 오승환이 세이브를 거둔 뒤 진갑용과 악수하고 있다. IS 포토

오승환은 2005년 루키 시절부터 철저한 몸 관리로 유명했다. 잦은 등판에 지친 상황에서도 경기 전 땀을 흠뻑 쏟으며 러닝을 쉬지 않았다. "힘들지 않으냐"는 질문에 그는 "오늘 뛰지 않으면 당장은 문제없다. 그러나 내년, 내후년을 위해 달리는 것"이라고 답했다.

프로에 데뷔하자마자 최고의 불펜 투수로 활약한 오승환은 데뷔 20년째인 지금도 20대 후배들과의 힘 싸움에서 전혀 밀리지 않는다. 엄청난 훈련량은 물론 저탄수화물·고지방 식단을 까다롭게 고집하는 덕분이다.

오승환이 최근 추세를 이어 나간다면 2021년 자신이 세운 최고령 세이브왕 기록도 충분히 경신할 수 있다. 한 달 후에는 역대 최고령 세이브 기록(임창용, 42세 3일) 작성도 확실시된다. 
2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삼성과 두산 경기. 삼성 마무리 오승환이 9회 등판 역투하고있다. 잠실=정시종 기자 capa@edaily.co.kr /2024.05.02.

올 시즌 오승환의 평균자책점은 12일 기준 1.72로 마무리 투수 중 가장 낮다. 최근 2년 연속 30세이브를 돌파했으면서도 평균자책점이 3점대로 올라가 '에이징 커브(일정 나이가 되면 운동능력이 저하되며 기량 하락으로 이어지는 현상)' 우려를 샀던 그는 '끝판 대장'의 모습을 되찾았다. 전성기 '돌직구'와 비교하면 절대 스피드가 떨어지긴 했지만, 패스트볼의 분당 회전수(rpm)는 지난 2년보다 더 빠르다(평균 2490.9). 오승환이 한국과 일본,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쌓아올린 통산 세이브는 542개(일본 80개, 미국 42개)에 이른다.  
사진=KIA

1983년생 최형우도 '기록의 사나이'로 거듭나고 있다. 12일 SSG 랜더스전에서 이승엽(현 두산 베어스 감독·4077루타)이 갖고 있던 통산 최다루타(4083개) 신기록을 작성했다. 지난해엔 최다 타점(1598개), 최다 2루타(505개) 기록을 갈아치웠다. 최형우는 "특별한 것 없는 기록"이라고 겸손해하면서 "꾸준히 선수 생활을 한 나를 칭찬해 주고 싶다. 곧 있으면 최정(SSG)이 내 기록을 다시 갈아치울 것"이라며 웃었다.

여전히 4번 타자를 맡고 있는 최형우는 타율 0.282 11홈런 56타점에 득점권 타율 0.368로 해결사 본능을 자랑하고 있다. 선두 경쟁 중인 KIA의 든든한 엔진이다. 특히 타점 부문에서는 선두 강백호(KT 위즈·59개)를 불과 3개 차로 추격하고 있다. 
2024 KBO리그 프로야구 SSG랜더스와 삼성라이온즈의 경기가 16일 오후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렸다. 경기 시작 전 500경기 출전 달성 시상식을 가진 노경은이 이숭용감독에게 축하꽃다발을 받고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인천=김민규 기자 mgkim1@edaily.co.kr /2024.05.16/

1984년생 노경은은 마흔 살에 야구인생을 꽃피운 경우다. 올 시즌 17홀드로 삼성 임창민과 함께 이 부문 공동 선두. 지난해 2개 차(KT 위즈 박영현 32홀드, 노경은 30홀드)로 아쉽게 놓친 홀드 타이틀에 재도전한다. 올 시즌 리그 투수 중 가장 많은 37경기에 등판한 그의 평균자책점은 2.43으로 준수하다. 

30대 후반에 입단 테스트를 거쳐 SSG 유니폼을 입은 노경은은 2022년 선발과 중간을 오가며 12승 5패 1세이브 7홀드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견인한 바 있다. 지난해와 올해도 팀 불펜에서 가장 좋은 모습이다. 노경은은 "한국 야구도 MLB처럼 42~43세에도 활약하는 선수가 많았으면 한다. 마흔세 살까지 구속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계속 뛰고 싶다. 안 아프고 씩씩하게 던질 자신 있다"라고 말했다. 

세 노장의 기록 행진은 탄탄대로에서 이뤄진 게 아니다. 단국대 졸업 후 삼성에 입단한 오승환은 이대호·김태균 등 동기생보다 4년 늦게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철저한 자기 관리로 친구들이 은퇴한 뒤에도 굵직한 기록을 써 내려가고 있다.
12일 통산 최다 루타 기록을 세운 뒤 이범호 감독과 기념 촬영을 한 최형우(왼쪽). 사진=KIA 제공

최형우와 노경은은 한 차례 방출되는 설움을 겪은 공통점이 있다. 그래서 더 철저히 훈련하고, 더 간절하게 뛰고 있다. 최형우는 워낙 건강한 몸을 가진 데다 웬만한 부상은 참고 뛰는 '금강불괴'다. 2008년 주전 도약 후 지금까지 전체 일정(2276경기)의 97.5%인 2121경기에 출장했다. 최형우는 "후배들에게도 '주전 선수라면 1년에 130경기는 뛰어야 한다. 80~100경기 뛰면 주전 아니다'라고 말한다"라고 전했다.

노경은은 한때 채식을 고집했을 만큼 몸 관리에 신경 쓴다. 요즘도 유튜브를 보며 다양한 야구 이론을 공부한다. 각자의 방법으로 이들은 나이를, 그리고 고정관념을 뛰어넘고 있다.

이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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