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이복현 "'상법개정·배임죄 폐지' 묶어서 고민해야"
배임죄 형사처벌 과도…검사시절부터 문제의식
개정안 중 '주주의 비례적 이익' 표현 반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4일 "배임죄는 전 세계 주요 선진국 어디에도 없는 제도"라며 '이사의 충실의무' 관련 상법 개정 과정에서 배임죄 폐지를 묶어서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복현 원장은 이날 오전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상법 개정 이슈' 관련 브리핑을 열고 "배임죄는 회사법 영역에서의 건강한 토론 진행이나 해석을 저해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굳이 '유지'냐 '폐지'냐 의견을 묻는다면 '폐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재계에선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가 추가될 경우 소송을 남발할 수 있고 경영상의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며 반발해왔다. 더 나아가 국내에선 배임죄로 민사소송은 물론 형사처벌까지 가능하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해왔다. 배임죄는 형법 제355조에 규정돼 있고, 형법 제356조에는 업무상 배임죄가 규정돼 있다. 형법상 배임죄의 특별규정으로 상법상 특별배임죄가 존재한다.
이 원장은 "(배임죄) 폐지가 안 된다면 구속요건을 좀 더 명확히 해서 사적 목표를 추구하는 등 정말 나쁜 경우에만 해당하도록 한다거나 구속요건 자체가 임무 위배 내용을 경영판단 원칙 등을 통해 명확히 함으로써 배임죄를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해외 입법 사례가 별로 없다는 주장이 있는데 이사의 충실의무 무리해서 추진하는 배경은
▲입법으로 반영되는 나라, 법원 해석으로 하는 나라, 규정화는 안 돼 있지만, 관행상 되는 나라 등 다양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정량적으로 모든 주주의 이익을 다 같이 고려해야 하고 한 곳에서 1이 늘어나면 다른 곳에서도 1이 늘려야 한다는 취지가 아니다. 통상의 손익거래와 관련해서는 이해관계 판단이 쉬운데, 자문거래라든가 특이한 형태의 거래 경우 특정 이익집단이나 특정 주주에 현저히 나쁜 영향 있을 수 있다는 경우가 있다면 그분들에게 공정한 판단을 해야 한다. 불가피한 결정을 해야 한다면 다른 형태의 보상을 줌으로써 하자는 취지이지 모든 주주의 이익을 일대일로 비교하자는 것은 아니다. 일부 발의된 법안 중 '주주의 비례적 이익'이란 표현이 있는데 저희는 '비례적'이란 표현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이익이라는 것은 공정성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지 모든 사람의 이익을 비례적으로 판단하자는 것은 아니다. 적정성 판단할 때는 그렇게 판단한다고 봐주심 되겠다.
-경영판단 원칙 도입되면 정상적 경영판단 이유로 지배주주가 빠져나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법원도 경영판단의 원칙 관련 판례를 쌓으려 한다. 선진국에서는 오랫동안 경영판단 원칙이 축적돼 있고, 저희가 말씀드린 건 선언적으로 해서 한 줄 넣어서 그런 게 아니다. 이사회가 절차적·내용적으로 어떤 것들을 거쳐야 할지 특정 선택지에 다다르는 과정에서 어떤 것을 검토했는지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사회도 오류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법률·금융 이슈라고 치면 제3자의 전문가 등 전문가 의견을 구하던가 이사회가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일부 이해관계자의 이익이 소홀히 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베네핏을 주는 방향으로 경영판단 원칙이 잘 구성돼야 한다. 이사회가 최선을 다한 것이라고 본다면 민사책임은 물론이고 형사처벌까지 면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경영활동에 이사 충실 의무를 적용하면 경영활동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손익거래와 자본거래가 분류가 될 수도 있다. 일례로 책상을 10개 산다 이런 다양한 기업에 의해서 집계를 바꾼다. 다양한 의사결정이 있을 수 있는데 사실은 의사결정의 중요성 측면 내지는 이해관계 침해 측면에서 볼 때 경영판단 원칙을 물어볼 때 적용해야 하는 명확한 중요 사항이 있다. 저희가 통상적인 경영 활동을 보면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거나 이익이 덜 발생한다든가 이런 것들은 사실 판단하기가 쉽다. 우리 경영 판단에 있어 복잡한 원리까지 갈 필요가 없다. 자본 거래나 비정상적 거래에 있어 다양한 요소를 같이 봐야 하기 때문에 일상적인 경영 활동에 사법적 잣대를 갖다 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오해가 없으셨으면 좋겠다.
-상법 개정에 경영 판단의 원칙을 담아 경영진 배임죄 적용 범위를 좁혀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계시는데, 이를 쉽게 설명해달라.
▲배임죄는 전 세계 주요 선진국 어디에도 없는 제도다. 그로 인해 거꾸로 회사법 영역에서의 건강한 토론 진행이나 해석을 저해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굳이 '유지'냐 '폐지'냐 의견을 묻는다면 '폐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논의할 때 폐지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강하게 낼 것이다. 다만 현실적으로 배임죄가 있는 걸 기초로 해서 지금 환경이 규정돼 있고 일부 부족한 것에 대해 형사적으로 책임을 구함으로써 이해관계자들이 절차를 진행하기도 한다. 폐지가 안 된다면 구속요건을 좀 더 명확히 해서 사적 목표를 추구하는 등 정말 나쁜 경우에만 해당하도록 한다거나 구속요건 자체가 임무 위배 내용을 경영판단 원칙 등을 통해 명확히 함으로써 배임죄를 줄일 수 있다. 형법상 배임죄가 있지만, 상법에도 특별 변제라고 해서 형법에 어울리지 않는 형태의 과도한 형사처벌 규정이 지금 있다. 저희 의견은 경영판단의 원칙을 명확히 예측 가능한 방법을 도입해 이사회 부담도 줄여주고 소액주주나 다른 분들이 이사회 요구할 수 있는 내용도 명확히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법체계가 어느 정도 정리된다면 특별배임죄는 폐지해야 마땅하다는 게 제 개인적인 생각이다. 지나친 형사 우려는 조금 줄여야 하지 않을까 말씀드린다.
-과거 삼성 재판 때 배임죄로 기소하셨는데 현재 입장이 달라졌는가.
▲생각이 바뀐 것은 전혀 없다. 법 집행기관인 검사로서 보면 사회적으로 고민해서 당연히 적용해야 한다. 저는 전·현직 검사 등을 통틀어 기업의 불법적 의사결정 관련 배임죄에 대해 제일 많이 고민해본 검사 중 하나다.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배임은 타인의 임무를 다루는 자가 그 임무를 위배해 손해를 끼친 경우에는 죄가 된다. 예를 들어 어떤 구속 요건도 이렇게 되는 것은 사실 잘 없다. 보통은 목적법 형태로 해서 어떤 위해를 가할 목적을 뒀다는 추상적 구속요건이 있는 경우에는 해석을 명확히 할 수 있다. 또는 위해를 가할 목적이라든가 등 한정하는 형태다. 우리나라 배임죄는 예전 일본 제도를 들여온 건데 일본에서도 사실상 없어진 형태나 운영하지 않는데 우리는 그걸 되게 광범위하게 운영하고 있다. 과거에는 목적적 고의가 있을 때만 했는데 지금은 미필적 고의까지 하고 있어 범위가 너무 넓어져 있다. 검사 입장에서 문제의식이 있었다. 배임죄를 많이 해본 제 입장에서 말하는 게 설득력 있다고 생각한다.
-특별배임죄 폐지하는 방안을 하나의 방안으로 말씀해주셨는데, 이사회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방안이 일반 규정이 될 텐데 배임죄 폐지함으로써 무력화될 가능성 없는지
▲일각에서는 남소 가능성이 있다거나, 분쟁 커지거나 하는 우려도 있다. 양쪽 다 일리가 있지만, 전 세계 어느 나라에 비해서도 형사화가 지금 너무 심하게 돼 있다. 형법에 일반 배임죄가 있는데 형법에 배임죄가 있는 것은 되게 어색하다. 예를 들어 상법에 이사회 충실의무로 두어 의무를 강하게 하고 내지 절차 규정으로 경영판단 원칙을 둔다면 그로써 사실 통제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우리의 문제는 이사회의 판단이 어땠느냐로 가기 전에 이사회는 현행화돼 있고 저기 어디 멀리서 결정하는 게 사실 있다. 지금 얘기하는 것은 저기 어디 멀리서 결정할 수도 있지만, 이사회가 견제 장치로서 이해관계자 보호할 수 있다면 훨씬 건강하게 운영될 수 있다는 그 점을 말씀드리는 것이다. 형법상 배임죄 통합, 다 폐지하는 방안, 특별배임제를 폐지하는 방안 등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다. 적어도 이런 것들에 대해 회사법의 왜곡과 형사법의 왜곡을 같이 병행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
-상법 개정 반대했던 법무부 기류가 최근 변화된 게 있는지
▲각자가 얘기하는 게 좋을 거 같다. 법무부는 건강한 토론에 열려있는 조직이다. 정부 의견이 하나로 귀결되면 저는 금감원장으로서 따를 예정이고, 다양한 토론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2000년 초반에 상법 전면 개정이 있었다. 회사법상 의무 위배가 있는 경우에는 따로 형사법상 의무 위반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회사법상 의무 위배가 있으면 무조건 다 형사처벌되는 구조다. 과도한 배임죄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전혀 맞지 않는 얘기다. 이 두 가지는 항상 패키지로 논의가 돼야 하기 때문에 제 짐작으로는 배임죄 문제 해결이 안 되면 정부 내에서도 의사 결정이 되기 힘들 것이란 측면에서 법무부가 걱정이 있었던 것 같다. 회사법 개정이나 과도한 형사화 관련 배임죄 개정 이슈는 같이 가야 한다. 나중에 이상한 형태로 논의돼 형사화가 떨어지고 이것(회사법 개정)만 논의된다면 저는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오늘의 발표 내용이 경제팀에서 협의가 된 것인지, 기관장으로서의 의견인지.
▲정부의 공식 입장은 정해진 것은 없다. 실무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내용은 다들 있으시겠지만 통상 안 한다. 지금은 단편적으로 나오는 얘기가 많다 보니 비판을 감수하고 금감원장으로서의 의견을 드리는 것이다. F4 등 정부에서 합의된 결론은 없다. 공청회가 됐건 토론이 됐건 의견을 모으고 있다. 열린 공론화 과정에 귀 기울일 계획이 있다. 고려해야 할 요소가 있다면 언론에서 지적해주시건 저희는 고칠 생각이 있다.
-거취 향방이 궁금하다.
▲임기가 정해져 있는 자리이다 보니 당연히 채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전 인사 이슈가 떠돌 때 판을 벌여놓은 게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공직자로서의 소명감은 있기 때문에 설명 차원에서 말씀드린 것이다. 기본적으로 임명권자께서 결정하실 문제지 제가 어떻게 하겠다 말겠다는 이런 생각이 있는 건 아니다. 오늘은 오늘 일만 생각한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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