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도 갔던 평양 영빈관 붉게 물든다…푸틴 방북 앞둔 北 분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24년 만의 방북이라는 ‘메가 이벤트’를 앞두고 북한이 귀빈 맞이에 분주한 모습이 민간 위성 사진에 포착됐다. 북한이 코로나19 이후 처음 평양에서 이뤄지는 정상 외교를 앞두고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푸틴의 방북은 수일 내 이뤄질 전망이다.
미국의소리(VOA)는 14일 상업 위성 플래닛 랩스가 전날 촬영한 평양의 모습을 공개하면서 “푸틴의 방북과 관련된 움직임으로 보이는 변화가 감지됐다”고 전했다.
VOA에 따르면 평양 김일성 광장의 대주석단 앞 계단 주변에는 긴 테두리 형태의 대형 외벽이 새로 설치됐다. 가로 약 80m, 세로 20m 규모 외벽 안 공간은 약 300평(1000㎡) 정도로, 정 중앙에는 무대 형태의 검은색 물체가 눈에 띄었다. 무대 주변으로는 흰색·검은색 자재와 물체들이 보인다고 매체는 전했다.
외벽 바로 앞에는 그보다 작은 가로 30m, 세로 20m 정도의 사각 형태 구조물도 세워졌다. VOA는 "경호 혹은 (동원)인파용 시설일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했다. 앞서 11일 위성 사진에 찍혔던 김일성 광장 북쪽 내각종합청사, 남쪽 대외경제성 건물 주변부의 자재들은 13일 촬영 사진에선 사라졌다고 한다. 그 사이에 해당 자재들로 외벽과 무대를 설치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북한은 중국·러시아 등 해외 고위급 인사가 방문했을 때 김일성 광장에서 열병식 등 대규모 동원 행사를 진행하곤 했다. 푸틴이 오는 18~19일쯤 방북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이를 기념하는 행사를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앞서 대통령실은 지난 12일 “푸틴 대통령이 며칠 내로 북한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해외 정상급 귀빈들의 단골 숙소인 평양 백화원 영빈관의 외관에는 붉은 색 형태가 포착됐다. 차량이 들어오는 입구 주변으로 거대한 붉은 색 물체가 더해졌다. 백화원 영빈관은 앞서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이 머무른 곳이다. 2009년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 純一郎) 일본 총리, 2001년 장쩌민(江澤民) 중국 주석 등 방북한 주요국의 VIP들도 이 곳에 머물렀다.
푸틴의 방북이 임박하면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13일(현지시간) “이번 (푸틴의)방문은 권위주의 국가인 북한과 러시아가 어떻게 서로 지원하고 있는지 보여준다”면서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이날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국방연락 그룹(UDCG) 회의에서 “우리는 수천 개의 컨테이너가 북한의 철도에 실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최전선으로 직접 운송되는 것을 목격했다”며 “이는 북한이 러시아의 침략 전쟁을 위해 100만 발이 넘는 포탄을 제공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北 신포 조선소엔 김군옥함 등장
이와 동시에 북한의 잠수함 기지인 함경남도 신포 조선소에선 김군옥영웅함 등의 움직임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포착되고 있다.
미국의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산하 ‘분단을 넘어’는 13일 "최근 5주간 신포 조선소에서 활동이 이례적으로 급증했으며, 김군옥영웅함과 8·24 영웅함, 잠수함발사미사일(SLBM) 수중 실험을 위한 바지선 등이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매체는 위성 사진을 바탕으로 지난달 8일에서 17일 사이 김군옥함이 신포 조선소 건독(대형 함정을 수리하기 위한 구조물)으로 옮겨졌으며, 주변에는 타워 크레인 등이 세워졌다고 전했다. 김군옥함의 이동으로 같은 자리에 있던 8·24 영웅함은 조선소의 보안 캐노피 아래로 이동했다고도 했다.
김군옥함은 지난해 9월 북한이 "첫 전술핵 공격 잠수함"이라고 주장하며 공개했다. 기존 3000t급 로미오급 잠수함을 개조한 것으로 추정됐는데, 미 언론들은 이를 '프랑켄슈타인 잠수함'이라고 불렀다. 외관만 그럴듯하게 짜깁기했을 뿐 제대로 된 기능 수행이 어려워 보인다는 취지였다. 고래급(2000t급) 잠수함인 8·24 영웅함은 지난 2016년 8월 24일 북한이 신포 앞바다에서 첫 SLBM인 북극성 1형을 발사한 곳이다.
이와 관련, 군 관계자는 "한·미 정보 당국은 북한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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