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B는 없다"…교육부, 의대 '비상 학사운영 방안' 마련(종합)
7월 '유급 마지노선' 우려에, 불이익 방지책
대학 내 '의대생 복귀 상담센터' 운영도
의료계 18일 '전면 휴진 선언' 강경 대응
정부가 의과대학 수업 거부로 집단 유급 위기에 처한 의대생들을 지원하기 위해 '비상 학사운영'에 들어가기로 했다. 미이수 과목에 대한 추가 개설이나 수업결손 보충 등 수업 복귀 시 학사에 문제가 없도록 탄력적 운영에 나서겠다는 게 골자다. 향후 구체적인 논의를 통해 의대 6년제 교육과정을 개편하는 등 대학 학사운영 개정까지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교육부 "어려운 상황, 최대한 복귀시킬 것"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지원책을 담은 '의대생 복귀 방안'을 발표했다. 이 부총리는 의대생들을 향해 "이제는 학교로 돌아와 주십시오"라며 "학생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호소했다.
교육계에서는 의대생들이 복귀 움직임을 보이지 않으면서 '7월 중하순'쯤 집단 유급의 마지노선이 다가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신입생 수가 늘어나면서 내년 의대 1학년 7000명이 넘는 학생들이 한꺼번에 수업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이어진다. 이에 이 부총리는 대학총장들의 건의사항을 수용해 대학 및 관계 부처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2일 의대를 운영하는 대학 총장들이 구성한 의대선진화를위한총장협의회(의총협)는 '의대 학사 운영 정상화 및 의대 교육 선진화를 위한 대정부 건의문'을 교육부에 전달했다. 의총협은 ▲의대에 대한 안정적인 재정 지원 ▲전공의 복귀 방안 마련 ▲의사 국가고시 응시 불이익 방지 조치 마련 ▲탄력적 수업 운영을 위한 제도적 지원 방안 마련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7월을 마지노선으로 보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심민철 교육부 인재정책기획관은 이날 브리핑 후 질의응답에서 "7월 중하순을 마지노선으로 보지 않는다"며 "저희가 최대한 유급·제적보다는 복귀를 해서 학생들이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학생들의 마음을 돌릴 방안이 있느냐'라는 물음에 이 부총리는 "방향을 선회하거나 하기보다는 지금까지 밟아왔던 그런 조치들을 조금 더 강화하고 또 적극적으로 소통해서 이해를 구하고 또 개별 대학과 또 협력을 더 강화한다면 저는 반드시 돌아오는 상황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최은희 교육부 인재정책실장도 "사실은 쉽지 않고 어렵지만 반드시 (복귀하도록) 해야 하는 미션이 정부에는 있는 상황"이라며 "학생들의 복귀를 최우선으로 호소하고, 정말 돌아온다면 불이익 없이 최대한 학업 부담을 조정하면서 학습할 수 있도록 하는 여건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 "미이수 과목 추가 개설 등 검토"
이를 위해 교육부는 수업에 복귀하는 학생들에게 유급, 학업 부담 등의 불이익이 없도록 대학의 학사운영을 지원하겠다고 설명했다. 앞서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정한 '탄력적 학사 운영 방침'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정부 차원의 구체적인 학사 운영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대학과 협의해 조만간 '비상 학사운영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대학에 배포할 방침이다.
이 부총리는 "예를 들면 학생들이 이수하지 못한 과목을 2학기에 추가 개설하거나, 학기 말에 유급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학년도 말까지 수업결손을 보충하면 그 과정을 이수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 운영을 유연하게 전환하는 방안 등을 마련해 제시하겠다"며 "추가 학기를 통해 수업 기간을 확보하고, 학년 간 교육과정을 일부 개편하는 방안 등 보다 적극적인 조치들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 부총리는 그동안 수업에 참여하지 않았던 의대생들이 학교에 복귀할 때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대학 내 '의대생 복귀상담센터'를 마련해 운영하겠다고 했다. 개별 학생들의 수업 복귀를 막는 집단적 행위나 위협에 대해 엄정히 조치하겠다는 입장도 강조했다.
아울러 오는 9월 발표 예정인 정부의 의대교육 선진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언급했다. 그는 "대학과 병원에 대한 획기적 투자를 통해 의학교육의 질을 담보할 것"이라며 "그간 의학교육 현장에서 제기돼 왔던 교육과정, 학사 제도, 교육여건 등의 개선 방안을 다양한 학계 및 현장 전문가와 심도 있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의대생들의 '동맹 휴학'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은 고수했다. 이 부총리는 "학생들이 수업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지도하고 보호하는 것은 대학의 중요한 책무"라고 말했다.
"플랜B는 없다…교육 과정 개편 등 논의"
교육부는 학사운영 가이드라인의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심 기획관은 "교육 과정 개편이 필요한 부분도 있을 것"이라며 "6년제 교육과정 개편을 통해 어느 시기에서도 이수할 수 있도록 융통성 있게 운용하는 부분들을 대학과 함께 논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학사운영 개정이 제도적으로 가능한지'에 대한 질문에는 "공통적으로 대학 학칙에 반영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며 "어떤 부분은 교육부가 규제를 풀어야 하는 부분도 있을 텐데, 논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구체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가 학기 개설 방안에 대해서도 "학칙 개정이나 학사 운영 규정 개정을 통해서도 가능한 부분"이라고 답했다.
'의학교육평가원의 인증을 넘어갈 수 있나'라는 질문에도 "학교마다 여건이 다르다"며 "대학에서 충분히 여건에 따라서 신속하게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집단 유급' 마지노선으로 추측되는 6~8월 사이에 학생들이 복귀하지 않을 경우의 '플랜B'에 대해서 심 기획관은 "현재로서는 플랜B를 고민할 때가 아니다"며 "지금은 거기(복귀)에 집중해서 학생들이 복귀할 수 있는 여건들을 최대한 마련해 주고 설득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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