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폐' 언급하며 공수처 협박한 국힘... "수사 조기 완결" 요구
[곽우신, 남소연 기자]
▲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
ⓒ 남소연 |
"공수처의 존폐에 관해서 다시 문제 제기할 수밖에 없다." -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국민의힘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존폐'를 언급하며 사실상 협박에 가까운 고강도 압박에 나섰다. 수색 작전 도중 순직한 해병대 채상병 사건의 수사 외압 의혹을 빨리 해결하라는 주문이다. 공수처 설치 당시부터 격렬하게 반대했고, 이후로도 '무용론'을 끊임없이 주장했던 집권당이 이제 와서 공수처의 '엄정 수사'를 촉구하는 모양새이다. 야권이 해병대 채상병 사망 사건 관련 국정조사와 특별검사 도입을 밀어붙이는 가운데, 특검 명분을 최소화하기 위해 여당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빨리 제대로 된 수사 결과 내지 못하면 공수처 존폐 문제제기"
추경호 원내대표는 14일 오전 국회에서 오동운 공수처장을 만났다. 추 원내대표는 "오늘 우리 공수처장을 잠깐 뵙자고 한 것은 아시다시피 지금 우리 사회에서 굉장히 큰 관심을 갖고 우리 국민들께서 지켜보고 계시는 사건이 바로 우리 채상병 사망 원인에 관한 것"이라고 입을 열었다.
그는 "그저께 우리 채상병 어머님께서 아들을 그리워하면서 절절한 심경을 담아서 공개 서한을 보내오셨다"라며 "7월 19일이 채상병 순직 1주기가 되는 날이다. 그래서 오늘 공수처에 저희 국민의힘에서 순직 1주기가 되는 7월 19일 이전에 엄정하고 신속한 수사를 통해서 수사 종결을 하고 그 결과를 국민들께 소상인 발표해 주실 것을 강력히 촉구하기 위해서"라고 이야기했다.
특히 "채상병 어머니 서신에도 말씀이 있으셨지만, 7월달에 사고가 있고 금년 초에는 원인 그리고 진실 규명이 있을 거라고 기대를 했는데, 많이 늦어지고 있어서 안타까움과 또 유명을 달리한 아들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또 철저한 아직 진상 규명이 제대로 되지 않은 데 대한 답답함 이런 것들이 다 묻어 있는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추 원내대표는 "다들 아이를 키우고 자식을 둔 입장에서 저는 어머님의 그 마음을 십분 이해할 수 있다"라며 "지금 저희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부실 수사도 되어서는 안 되지만, 한 점 의혹이 없도록 엄정하고 신속한 수사를 통해서 가급적 7월 19일 이전에 수사를 종결하고 수사 결과가 나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반복했다.
공수처에 "배전(倍前)의 노력"을 당부한 그는 "아시다시피 공수처가 탄생 과정부터 여야 간에 굉장히 많은 이론을 가지면서 탄생된 기관"이라고 꼬집었다. "한쪽에 기대도 있었지만 우려도 많다"라며 "지금 야당에서 걸핏하면 특검 이야기를 하는데 바로 '특검 소지를 없애자, 최소화하자' 하기 위해서 공수처가 사실은 출범이 된 것"이라는 지적이었다.
그는 "그래서 이번에도 빨리 제대로 된 수사 결과를 내지 못하면 저희들은 공수처의 존폐 문제에 관해서 다시 문제 제기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고 선언했다. 공수처가 이번 수사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재차 '폐지'를 들고 나올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집권당이 기관장을 앞에 두고 특정 기관의 존폐를 언급하며 협박한 셈이다.
추 원내대표는 "총력을 기울여서 이 사건이 조기에 완결돼서 수사 결과를 국민들께 발표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공수처의 존재 이유도 다시 한 번 보여주실 필요가 있다"라고 공개 발언을 마무리했다.
'존폐' 언급에 대해 묻자 오동운 공수처장 "오늘은 이 정도로..."
오동운 공수처장은 이 자리에서 "지금 국민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이 채상병 사건에 대해서 말씀해 주셨는데, 저희 공수처로서는 국민들의 지대한 관심이 있는 사건이므로 법과 원칙에 따라서 또 그 수사 결과에 대해서 국민들이 의혹이 없도록 열심히 수사를 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원내대표께서 주신 말씀 받아들이고 저희들 또 원칙대로 조사를 해 나가도록 하겠다"라고도 덧붙였다.
▲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와 주진우 법률자문위원장, 유상범 의원, 정점식 정책위의장, 장동혁 원내수석대변인이 14일 오전 윤희근 경찰청장을 만나 해병대 채상병 순직사건에 대해 조속한 수사를 촉구하기 위해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 도착하고 있다. |
ⓒ 권우성 |
한편, 추경호 원내대표를 포함한 여당 원내지도부는 이날 오전 경찰청을 방문해 윤희근 경찰청장을 만났다. 역시 채상병 어머니의 주문대로 순직 1주기가 되기 전에 수사를 매듭지어 달라고 요구하기 위해서였다.
추 원내대표는 이후 기자들에게 "국민께 한 점의 의혹이 없는 결과가 발표돼야 하기 때문에 부실한 수사는 안 된다. 신속하고도 철저한 수사 결과가 나와야 한다"라며 "필요하면 경찰청에서 수사팀을 대거 보강해서라도 철저하고 신속한 수사 종결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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