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명품도시 세종에 집착하는 국립민속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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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을 명품도시로 만들겠다." 장상훈 신임 국립민속박물관장의 호언장담이다.
2031년 이전하는 국립민속박물관이 중남부권의 핵심 문화시설로 거듭날 거라고 했다.
국립민속박물관이 세종시 문화발전 핵심 동력 역할을 제대로 할지는 미지수다.
국립민속박물관의 주된 이전 취지는 세종의 명품 도시화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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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맵에 국토 중앙부 입지 살릴 방안 빠져
모호한 정체성, 새로운 이점으로 확립해야
"세종을 명품도시로 만들겠다." 장상훈 신임 국립민속박물관장의 호언장담이다. 2031년 이전하는 국립민속박물관이 중남부권의 핵심 문화시설로 거듭날 거라고 했다. 추진 과정은 순조롭다. 까다로운 부지 문제가 쉽게 풀렸다. 세종에 있는 국립박물관단지에 터를 잡아놓았다. 이미 국립어린이박물관이 자리한 지역이다. 2029년까지 국립도시건축박물관, 국립디자인박물관, 국립디지털문화유산센터, 국립국가기록박물관 등이 순차적으로 개관한다.
후발주자인 국립민속박물관은 연내 세종시 이전고시, 부지 매입계약, 건축 설계 공모 등을 마무리한다. 내년에 설계용역을 추진하고, 2030년까지 건축·전시공사를 한다. 사업비는 1981억원, 연면적은 2만4088㎡(부지 5만815㎡)다.
국립박물관들의 지방 집적화는 의미 있는 시도다. 박물관, 미술관 등이 대부분 수도권에 있다. 문화시설은 지역문화 발전 실현의 핵심 동력이다. 가치를 재발견 또는 재창출한다면 지역 경제에까지 이바지할 수 있다. 세종시는 기대에 부풀어 있다. 이전이 결정되자마자 환영의 뜻을 밝혔다.
국립민속박물관이 세종시 문화발전 핵심 동력 역할을 제대로 할지는 미지수다. 국립민속박물관은 근현대 민속 문화자료 106만7784건을 보유하고도 그동안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전시 주제가 국립박물관 규모에 걸맞지 않게 협소하거나 난해했다. 부합하는 자료가 빈약하고 특이성마저 부족해 세대와 세대를 겨우 이어주는 데 머물렀다. 예컨대 다음 달까지 하는 '요물, 우리를 홀린 고양이'는 온라인에서 손쉽게 확인되는 영화, 웹툰, 광고가 주를 이룬다. 눈에 띄는 자료는 서울대에서 빌려온 '변상벽 필 묘작도'와 '고양이의 그림 104운' 정도다.
모호하고 추상적인 정체성에도 관람객 수는 적지 않았다. 경복궁 방문객 상당수가 함께 둘러봤기 때문이다. 국립민속박물관은 경복궁 동북쪽 권역에 있다. 경복궁을 둘러보다가 찾아보는 사람이 많았다. 경복궁이란 배경이 없다면 얼마나 경쟁력이 있을지 의문이다. 하지만 장 관장은 "관람객 수 감소가 두렵다고 대의를 저버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내놓은 해결책이 세계 생활문화 자료다. 지난 3월 카자흐스탄에 거주하는 고려인으로부터 생활문화 자료를 기증받았고, 이달 일제강점기 한국에 머물렀던 외국인 가족이 쓰던 목가구를 넘겨받는다. 하반기에 말레이시아를 찾아 바구니도 구매한다. 장 관장은 "세계 생활문화 전시·연구를 위해 청바지, 소금 등 다양한 소장품을 확보할 예정"이라며 "2030년까지 자료 수집 실행계획을 연내 수립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종 이전으로 민속을 향한 관심이 떨어질 수 있다는 민속학계 우려는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세종 이전의 명분은 국토의 한가운데 자리 잡은 뒤 동서남북 전국에 있는 다른 민속기관과 유기적으로 협력한다는 것이었다. 다른 민속기관과 원활한 협력은 분명 부실한 전시 내용을 채우고 국립박물관에 걸맞게 기능할 새로운 이점이다. 하지만 장 관장이 제시한 로드맵에는 지리적 특성을 활용한 협력 실행방안이 없다. 세계문화박물관 구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국립민속박물관의 주된 이전 취지는 세종의 명품 도시화가 아니다. 지역문화 발전 실현이 우선이다. 세계 생활문화 자료 수집과 전시보다는 지역 민속기관과 협력할 체계를 구성하고, 대국민 서비스로 전시와 교육을 진행하는 등의 구체적 전략이 필요하다. 그것이 경복궁 효과의 상실을 채울 해법이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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