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 전문 교수들 휴진 불참…"환자 겁주지 마라" 의협 때렸다

하수영 2024. 6. 14.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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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환자단체연합회, 중증아토피연합회,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 등 환자 단체 회원들이 지난 1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의료계 집단휴진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의사협회(의협)의 집단 휴진에 불참하는 의사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분만병의원협회, 대한아동병원협회에 이어 각 대학병원 뇌전증 전문 교수들이 모인 거점 뇌전증지원병원 협의체 역시 18일로 예정된 의협의 집단 휴진에 불참한다.

협의체는 14일 보도자료를 통해 “의협의 단체 휴진 발표로 많은 뇌전증 환자와 가족들이 혹시 처방전을 받지 못할까 불안과 두려움에 떨고 있다. 이에 협의체 차원에서 의협 단체 휴진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협의체는 “뇌전증은 치료 중단 시 신체 손상과 사망의 위험이 수십 배 높아지는 뇌질환으로 약물 투여 중단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라며 집단 휴진 불참의 이유를 재차 강조했다.

약물 난치성 뇌전증 환자의 경우 갑자기 약물 투여를 중단할 경우 사망률이 일반인의 50~100배로 올라간다. 혈중 약물 농도를 항상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해야 하는 탓에 한 번만 약을 먹지 않아도 심각한 경련이 생겨 생명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협의체는 “뇌전증에 대한 지식이 없고 치료하지 않는 의사들은 처방하기 어려우며 일반 약국에서 대부분 (약물을) 구할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와 의대 증원 문제로 극한 대립을 빚고 있는 대한의사협회가 오는 18일부터 집단 휴진을 밝힌 가운데 12일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들이 병원과 의대 캠퍼스 사이를 이동하고 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프리랜서 김성태


의협 등 집단행동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협의체는 “전공의 사직 후 수많은 중증 환자들과 가족들이 극심한 고통과 피해를 보고 있다. 환자들의 질병과 아픈 마음을 돌보아야 하는 의사들이 환자들을 겁주고 위기에 빠뜨리는 행동을 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잘못이 없는 중증 환자들에게 피해와 고통을 주지 말고 차라리 삭발하고 단식을 하면서 과거 민주화 투쟁과 같이 스스로를 희생하며 정부에 대항하는 게 맞다”고 일침을 가했다.

협의체 측은 그러면서 “의대생과 전공의는 빨리 돌아오고 의사 단체들은 과학적인 근거 수집과 분석으로 정부에 대항해야 한다”면서 “먼저 아픈 환자들을 살리고 전 세계 정보 수집, 전문가 토론회 및 과학적 분석을 통해 2026년 의대 정원을 재조정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전 국민의 공분을 피할 수 없고, 나아가 전 세계 의료인과 주민들의 비난을 받게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오는 17일부터 무기한 전체휴진을 예고한 가운데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서 한 교수가 응급의료센터 앞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의협 회장 저격에도…아동병원협회 “환자 두고 떠나기 어려워”


현재까지 의협의 집단휴진에 동참하기로 한 교수 단체는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등이다. 다만 분만병의원협회가 진료를 유지할 방침을 밝혔고, 대한마취통증의학회도 필수적인 수술에 필요한 인력은 병원에 남아 진료를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표했다.

전국 아동병원 120여곳이 속한 대한아동병원협회의 최용재 회장은 13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의협의 휴진 투쟁에 공감하지만, 각자 처한 상황이 있다 보니 환자를 두고 떠나기는 어렵다”며 집단 휴진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아동병원의 상황이 워낙 좋지 않은 데다 하루만 안 봐도 위험한 중증 환자도 적지 않다”면서 집단 휴진 불참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임현택 의협 회장은 페이스북에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폐렴끼'란 병을 만든 사람들이다. 멀쩡한 애를 입원시키면 인센티브를 주기도 하죠”라는 글을 올리며 집단 휴진 불참을 선언한 최 회장을 저격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임 회장은 이 글의 댓글에 ‘“아픈 아이 호흡기 어떻게 떼나” 아동병원 130여곳 파업 불참’이라는 제목의 최 회장 인터뷰 기사 링크를 공유했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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