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재는 남아 있어, 연봉 비싼 너희들은 빠져주겠니? 바이에른 이적시장 해설

김정용 기자 2024. 6. 14.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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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로이 자네(왼쪽부터), 해리 케인, 킹슬리 코망(이상 바이에른뮌헨).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바이에른뮌헨이 방출하려 한다고 거론되는 선수들은 하나같이 팀 내 간판급이다. 김민재를 두고 이들을 버린다는 게 납득되지 않는 일부 매체와 현지 팬들은 의아함을 밝히기도 한다. 하지만 연봉구조라는 큰 틀에서 보면, 팀내 연봉 상위권이면서 '돈값'을 못하는 선수들이 일제히 방출 대상으로 거론된다는 걸 알 수 있다.


최근 현지 보도를 종합하면, 바이에른의 이적시장 목표는 연봉 절감이다. 최근 유럽 빅 클럽들은 총연봉 절감에 각별히 신경쓰는 경우가 많다. 바이에른은 지난 시즌 대비 80%까지 연봉을 낮추는 게 기본 목표다. 하산 살리하미지치 전 단장, 올리버 칸 전 CEO 시절 팀이 망가졌다고 보고 이를 정상화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들이 재계약과 스타 영입을 통해 고연봉을 퍼줬다는 시각이 구단 내부에 흐르는 것으로 보인다.


보도에 따르면 바이에른의 연간 총연봉은 2억 7,340만 유로(약 4,048억 원)나 된다. 이는 지난 시즌 우승팀 바이엘04레버쿠젠의 4배가 넘는 인건비다. 물론 바이에른이 11시즌 연속 리그 우승을 차지하고 상업적 수익도 다른 구단들을 크게 상회하던 시절에는 더 많이 쓰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지난 1년은 트로피도 없었고, 인건비 상승도 도를 넘었다.


해리 케인 한 명에게 2,500만 유로(약 370억 원)를 줄 정도로 엄청난 조건을 남발했다. 케인의 연봉은 이적 당시 킬리안 음바페에 이은 유럽 2위로 알려졌다. 음바페가 파리생제르맹을 떠나 레알마드리드로 가면서 연봉을 삭감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정확한 삭감폭은 알 수 없지만 새 시즌은 케인이 유럽 1위일 수도 있다.


그래서 바이에른이 팔고 싶어 한다는 선수들의 면면을 보면, 해리 케인을 제외한 팀내 고연봉자 전원이 해당한다. 팀내 연봉 1위 케인은 당연히 지난 시즌 영입한 선수인데다, 애초에 재판매 가능성을 보고 데려오지 않았다. 영입 당시 이미 30세였기 때문이다. 고액연봉에 걸맞은 활약을 기대하면서 4년 계약 중 3년 정도를 보내고, 기량이 여전하다면 연봉 유지, 기량이 떨어졌다면 연봉 절감을 하며 재계약하는 게 일반적인 시나리오다. 바이에른은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를 34세에 바르셀로나로 이적시키며 적잖은 몸값을 받아냈던 전례가 있지만 그런 일은 극히 드물다.


팀내 연봉 2위 마누엘 노이어, 3위 토마스 뮐러는 모두 팀의 간판스타 노장들이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두 명 모두 바이에른에서 마지막 1년을 준비하고 있다. 바이에른 베테랑들이 흔히 그렇듯, 은퇴하자마자 구단에서 행정가 또는 지도자로 변신할 거라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바이에른이 두 번째 팀인 노이어보다 원 클럽 맨 뮐러의 행정가 변신 가능성이 더 자주 거론된다.


팀 내 연봉 4~9위 선수 모두 가능하면 방출하고 싶은 선수들이다. 그 중에는 한때 바이에른의 자랑이었던 측면 공격수들이 있다. 연봉 4위 리로이 자네, 연봉 6위 세르주 그나브리, 연봉 8위 킹슬리 코망이 그들이다. 포지션이 겹치고, 각자 능력은 출중하지만 꾸준함이 부족하다는 게 세 선수의 공통점이다. 크게 보면 자네는 기복, 코망은 부상, 그나브리는 둘 다 있다. 셋 중 하나만 남기고 싶은 게 바이에른의 입장으로 보인다. 가능하면 가장 기량이 떨어진 그나브리를 처분하고, 코망과 자네 중에서도 한 명을 내보낼 수 있다면 좋다. 셋을 동시에 처분하는 건 설령 가능하다 할지라도 2선 자원을 급격하게 줄여버리기 때문에 곤란하다.


연봉 5위 요주아 키미히, 7위 레온 고레츠카도 팔고 싶다. 한때 바이에른 주전 중원 조합으로서 독일을 넘어 유럽 전체를 호령했지만 갈수록 비중이 떨어지고 있다. 키미히는 놀라운 시야와 패스 정확도를 갖춘 미드필더지만 토마스 투헬 감독 아래서 보낸 1년 반 동안 기대에 못미쳤고, 나중엔 과거 포지션 라이트백으로 이동했는데 헌신적이긴 했어도 경기력은 딱 무난한 수준을 넘지 못했다. 고레츠카는 신체능력이 탁월한 '육각형' 만능 미드필더였지만 최근 모든 능력이 감퇴해 애매한 선수가 되었다는 평가다.


이처럼 구단이 연봉 체계에 얼마나 민감한지 알고 나면 더리흐트 방출 시도, 알폰소 데이비스와 재계약에 미온적이었던 이유를 모두 납득할 수 있다. 팀내 연봉 11위 데이비스는 재계약 조건으로 현재 3위 수준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구단으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다.


더리흐트는 연봉 9위, 김민재는 연봉 10위지만 두 선수의 격차는 크다. 더리흐트는 1,600만 유로(약 237억 원)로 김민재보다는 상위권에 더 가깝다. 김민재는 1,200만 유로(약 178억 원)로 팀내 중위권 그룹에 해당한다.


돈이 아깝지 않다면 굳이 팔 필요는 없다. 자네부터 더리흐트까지 방출 대상으로 거론되는 연봉 상위권 6명의 공통점은 최근 경기력이 저하됐거나, 부상이 있거나, 뱅상 콩파니 신임 감독의 전술과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들 세 범주에 조금씩 해당되지만 크게 분류해 보면 경기력이 저하된 선수는 자네와 키미히와 고레츠카, 부상이 잦은 선수는 그미브리와 코망, 전술에 맞지 않는 선수는 더리흐트로 볼 수 있다.


요주아 키미히(바이에른뮌헨). 게티이미지코리아
레온 고레츠카(바이에른뮌헨). 게티이미지코리아
김민재(바이에른뮌헨). 게티이미지코리아
이토 히로키(바이에른뮌헨). 바이에른뮌헨 홈페이지 캡처

바이에른이 새로 영입한 수비수 이토의 계약조건이 자세히 보도되지는 않았지만, 슈투트가르트 시절 연봉은 250만 유로(약 37억 원)였다. 이적하면서 두 배로 뛰었다 해도 기존 바이에른에서 후보 선수 브리얀 사라고사보다 적고, 에릭 다이어와 비슷한 수준이다. 더리흐트의 이적료를 거의 받지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그를 내보내고 이토로 바꾸면 재정적으로 숨통이 트인다.


하지만 구단의 의도대로 모든 일이 진행된다는 보장은 없다. 현지 매체들은 여러 차례에 걸쳐 키미히, 고레츠카, 그나브리, 코망 등이 방출 대상이라고 거론해 왔다. 하지만 이들 중 순순히 나가는 선수가 있을 리 만무하다. 오히려 즉시 다른 매체에서 선수 입장이 나오는데 '키미히와 고레츠카는 바이에른에 충성하고 있으며 팀에 남아 성공을 일굴 것'이라는 식이다.


이미 데이비스가 재계약을 요구하자 즉시 레알마드리드로 팔아버리려 했지만 레알이 영입 방침을 철회하면서 울며 겨자먹기로 재계약 협상에 돌입한 바 있다. 바이에른의 유일한 희망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다. PL 구단들은 바이에른 고연봉자들의 인건비를 감당할 수 있다. 맨체스터시티가 키미히를, 맨체스터유나이티드가 고레츠카와 더리흐트를 노린다고 알려져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바이에른뮌헨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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