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디or보기]본말이 바뀐 KLPGA 김정태 회장의 이상한 ‘사과’
최근 언론 대응에 대한 기자단 항의에 사과 성격
사태 발단인 이사회 파행 운영에 관한 언급 없어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김정태 회장이 12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내 한식당에서 출입 기자단 간담회를 가졌다. 지난 2021년 3월에 취임한 이후 3년여가 지나 처음으로 마련된 자리였다.
김 회장이 임기를 1년 남짓 남긴 시점에 부랴부랴 출입 기자단과 자리를 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지난 3월 29일 보도한 연합뉴스의 ‘KLPGA 집행부 구성 무산…회장이 이사회 선출 인사 임명 거부’ 제목의 기사에 대해 KLPGA가 담당 기자에게 기사 정정, 취재원 공개, 보도 내용 사전 확인 등을 요구한 것에 대해 KLPGA 출입 기자단 명의의 엄중 항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협회는 그로부터 보름여가 지나 문제를 일으킨 두 감사 명의의 사과문을 기자단에 전달해 사태를 일단락 지으려 했다. 이에 출입 기자단은 KLPGA의 공식 사과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KLPGA(회장) 차원의 공식 사과를 촉구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강력한 대책을 재차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달 30일 협회는 2차 사과문을 기자단에 전달했다. 사태가 불거지고 정확히 한 달여가 지나서였다. 사과문에는 김정태 회장 이름은 빠졌다. 대신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 직인이 찍혀 있었다. 그러면서 협회는 별도 간담회 자리를 마련해 김 회장과 소통의 시간을 갖겠다고 했다.
이날 간담회는 그렇게 해서 마련된 것이었다. 질의응답이 있을 것으로 예상됐던 간담회는 “앞으로 열심히 하겠다. 잘 부탁한다. 그리고 언론을 상대로 최근에 벌어진 불미스러운 일이 다시는 재발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김정태 회장의 사과 발언으로 갈음됐다.
KLPGA가 언론을 겁박한 행위는 지탄받아야 마땅하다. 그리고 그에 대한 사과는 당연하다. 하지만 그 진정성에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우선은 김 회장이 이번 사태와 관련해 전면에 등장한 시점이다. 문제가 불거지고 정확히 40일이 지난 뒤에서야 김 회장은 직접 사과를 했다. 일부에서 제기한 두 감사를 희생양 삼은 꼬리 자르기가 아니었다면 사과는 진즉에 있었어야 했다.
김 회장이 근본적으로 머리를 숙여야 할 일은 정작 따로 있다. 이번 사태의 직접적 원인이 된 지난 3월 29일 이사회 결과다. 김 회장은 이사회의 과반 찬성표를 받은 수석 부회장과 부회장 후보에 대한 임명을 거부하고 다음 이사회로 넘겼다. 과반 득표에 실패한 전무 후보 임명을 위한 나름의 고육지책이었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렇다면 전무에 대한 선임만 재의결하면 됐다. 그럼에도 김 회장은 이사회의 동의를 얻은 임원에 대해 권한에도 없는 거부권을 행사하는 무리수를 뒀다. 협회 정관에 어긋난 행위였다는 게 중론이었다. 그리고 지난 4월 9일 이사회를 통해 이들 집행 임원 3명의 선임 안건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원안대로 통과됐다.
그런 점에서 김정태 회장의 이번 사과는 본말이 뒤바뀌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사회의 파행을 다룬 언론 보도의 단초가 된 지난 3월 29일 이사회 파행 운영부터 회원과 팬들에게 먼저 사과했어야 했다. 당연히 사태를 촉발시킨 관련자들에 대한 문책도 따라야 했다. 그리고 규정에 어긋나게 진행된 것들은 규정에 맞게 원상복구해야 했다. 비정상이 정상이 돼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현재 KLPGA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 높다. 웬만한 걸그룹도 울고 갈 정도다. 하지만 인기는 신기루와 같은 것이다. 바늘귀 만한 구멍이 거대한 둑을 무너뜨리듯 조그마한 파열음에도 인기는 걷히기 마련이라는 걸 KLPGA 구성원들은 명심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투어의 발전은 뒷전이고 잘 차려진 밥상에 슬그머니 숟가락만 얹으려는 지극히 이기적인 처사는 철저히 경계해야 한다.
국내 여자프로골프의 현재 위상은 의심의 여지 없이 투어를 뛰는 선수들의 지분율이 가장 크다. 김정태 회장을 비롯한 집행부는 선수들이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서포터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개중에는 자신이 마치 주인공인 양 행세하려 드는 인사도 있다. 한술 더 떠 자신의 본분과 소임을 망각한 채 회장의 심기 경호에만 혈안인 경우도 있다.
당연히 퇴출 대상이다. 최근 벌어진 일련의 사태는 그런 인물들이 측근에서 김 회장을 잘못 보좌해 벌어진 일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하지만 그렇게 한가할 때가 아니다. KLPGA투어의 상종가는 분명하지만 KLPGA투어의 버팀목인 시니어투어, 드림투어 등 하부투어의 규모가 전임 김상열 회장 체제 때보다 대폭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KLPGA투어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로 진출한 선수들이 울린 승전고를 자양분 삼아 성장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올 시즌 LPGA투어 한국군단은 첫 승을 신고하지 못할 정도로 집단 무기력증에 빠져 있다. 당연히 팬들의 관심도 줄어들었다. 그 여파가 KLPGA투어로까지 미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렇기에 지금이야말로 ‘잘 나갈 때 몸을 사려라’는 말에 KLPGA가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아울러 ‘김정태호’의 현 집행부가 자신들만을 위한 굿판을 벌이는 우를 범하지 않길 진심으로 바란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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