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마무리' 된 날, 공 4개로 SV…김택연 "더 큰 위기, 더 힘든 날도 이겨내겠다" [현장 인터뷰]

최원영 기자 2024. 6. 14.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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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 신인투수 김택연이 1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홈경기에서 세이브를 올린 뒤 기념구와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김택연은 이날 경기 전 마무리로 정식 임명됐다. 잠실, 최원영 기자

(엑스포츠뉴스 잠실, 최원영 기자) 믿음직스러운 막내다.

두산 베어스 우완투수 김택연(19)은 13일 잠실 한화 이글스전을 앞두고 야구장에 출근했다가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이 직접 불러 "당분간 네가 마무리를 맡는다"고 했다. 그리고 뒷문 지킴이로 정식 임명된 이날 곧바로 세이브를 수확했다.

인천고 출신인 김택연은 올해 1라운드 2순위로 두산에 입단했다. 개막 엔트리에 승선했으나 초반 잠시 주춤해 2군으로 향했다. 열흘간 짧은 재정비 후 1군에 복귀했다. 실력을 뽐내며 필승조의 핵심으로 뿌리내렸다. 올 시즌 클로저 정철원 체제로 출발해 홍건희를 거친 두산은 뒷문이 불안해지자 김택연에게 중책을 안겼다.

경기 전 만난 김택연은 "출근 후 운동 나가기 전 감독님께 이야기를 들었다. '더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됐다. 공 좋으니 똑같이 하던 대로 하되 책임감을 가졌으면 한다. 네 뒤에는 투수가 없다는 각오로 투구했으면 좋겠다. 김택연이 등판하면 두산이 이긴다는 생각으로 임해줬으면 한다'고 말씀하셨다"고 돌아봤다.

이어 "마무리라 생각하기보다는 평소보다 1~2회 더 늦게 나간다고, 9회에 등판하는 투수라고 여기려 한다. 당연히 책임감도 있어야 하고 부담감도 느끼겠지만 신경 쓰지 않으려 한다"며 "너무 의식하다 보면 원래 하던 대로 못 하고 '무조건 막아야지'라는 압박에 사로잡힐 것 같다. 이제 데뷔 시즌이고 지금부터 진짜 시작이다. 준비를 잘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홍건희의 격려가 뒤따랐다. 김택연은 "선배님이 궁금한 게 있으면 편하게 다 물어보라고 말씀해 주셨다.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편한 마음으로 마운드에 올라갈 수 있는지 여쭤보려 한다"며 "선배님이 자신 있게 하라고, 분명 잘할 테니 응원하겠다고 해주셨다"고 밝혔다.

두산 베어스 신인투수 김택연이 1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한화 이글스와의 홈경기를 앞두고 마무리로 정식 임명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잠실, 최원영 기자

김택연의 주 무기는 단연 위력적인 강속구다. 구위는 물론 제구 능력까지 갖춰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안주하지 않고 변화구도 꾸준히 연마 중이다. 김택연은 "계속 슬라이더, 커브를 연습하고 있다. 12일 경기(잠실 한화전)에서도 평소보다 변화구를 많이 썼다"며 "패스트볼에만 투구 비중이 너무 치우치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변화구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시즌 중 경기를 소화하며 변화구를 다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김택연은 "캐치볼 할 때나 마운드 위에서 투구할 때 충분히 연습할 수 있다고 본다. 불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일단 도전해 봐야 무엇이든 결과가 나오는 것 아닌가. '아, 어렵다'라고 여기기보다는 부딪혀 보려 한다. 내가 하기 나름이다"고 진지한 목소리를 냈다.

이어 "코치님들, 형들이 변화구에 관해 많이 알려주신다. 최근에는 선발 (곽)빈이 형에게 커브를 물어봐 던지고 있다"며 "계속 수정 중인데 컨트롤이 점점 좋아지는 듯하다"고 미소 지었다.

두산은 13일 한화전서 8회까지 9-3으로 앞섰다. 점수 차가 커 마무리가 나설 일은 없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9회초 불펜진이 3실점 해 9-6이 됐다. 결국 김택연은 몸을 풀었고 2사 1루에 구원 등판했다. 한화 김태연에게 초구로 슬라이더를 던져 스트라이크를 잡았다. 2구째 속구엔 파울이 나왔다. 3구째 속구가 볼이 된 후 4구째로 슬라이더를 구사해 헛스윙을 유도해 냈다. 탈삼진으로 깔끔하게 마침표를 찍고 세이브를 챙겼다.

경기 후 김택연은 "문현빈 형의 (2타점) 3루타가 나왔을 때부터 불펜에서 캐치볼을 시작했다. 마무리로 등판한 것이라 조금 다른 느낌도 있었지만 최대한 똑같은 마음가짐으로 던졌다"며 "점수 차가 3점이라 큰 것(홈런) 한 방 맞아도 1점이 남아있다고 생각했다. 2아웃이니 맞더라도 초구부터 과감하게 투구하려 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전했다.

이어 "세이브 상황에 올라가 큰 탈 없이, 무리 없이 잘 막은 것 같아 기분 좋다. 마무리로서 첫날부터 세이브를 올려 기쁘다"며 웃었다. 상기된 표정이었다.

두산 베어스 신인투수 김택연이 1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홈경기에 구원 등판해 투구하고 있다. 김택연은 이날 경기 전 마무리로 정식 임명됐고 곧바로 세이브를 수확했다. 잠실, 김한준 기자

변화구를 활용해 초구 스트라이크와 헛스윙을 만든 점이 인상적이었다. 김택연은 "포수 (김)기연이 형의 사인대로 던지려 했다. 초구에 슬라이더 사인이 나왔는데 타자가 안 칠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해 가운데 보고 던졌다. 볼카운트 싸움이 좋았던 것 같다"며 "마지막 슬라이더는 조금 빼라고 하길래 스트라이크존 바깥쪽 라인을 보고 투구했다"고 복기했다.

지난달 21일 SSG 랜더스전에서 데뷔 첫 세이브를 기록했다. 당시 기념구를 받았다. 이번엔 정식 마무리로서 첫 세이브다. 1루수로 경기를 마친 강승호가 기념구를 챙겨줬다. 구단에 따르면 강승호는 "마지막 삼진 공이 왜 내 손에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승엽 감독의 신뢰가 무척 크다. 김택연은 "감독님께서 믿고 마무리를 맡겨주신 만큼 매 경기 책임감을 갖고 임하려 한다. 마무리 자체가 무척 중요한 자리다. 3시간 동안 이기고 있다가 나로 인해 1분 만에 질 수도 있다"며 "앞으로 더 큰 위기도 찾아오고, 더 힘든 날도 올 것이다. 그날들을 이겨내기 위해 대비를 잘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올 시즌 김택연은 누상에 주자가 있거나 위기 상황일 때 자주 등판해 불을 끄곤 했다. 이 감독 역시 "승부처에서 1순위는 항상 김택연이었다"고 인정했다. 김택연의 피안타율은 주자 없을 때 0.224에서 주자 있을 때 0.154, 득점권에서 0.139로 현저히 떨어진다. 그만큼 강했다는 의미다. 시즌 성적은 31경기 31이닝 2승 4홀드 3세이브 평균자책점 2.61이 됐다.

볼수록 마무리가 딱이다.

사진=잠실, 김한준 최원영 기자​​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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