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휴일] 여드레 만에 집을 나서니

2024. 6. 14. 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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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집콕하다 여드레 만에 집을 나서니눈 가늘게 뿌린 땅에 거대한 영지버섯처럼 붙어 있는맨홀 뚜껑부터 반갑다.

흑백 마름 옷 깔끔하게 차려입고 걸어 다니는까치도 반갑다.

어제는 후배가 아내를 잃었다는 문자를 받고전화로 봉투 부탁만 하고 말았지.

하늘에선 구름이정교하게 입 하나를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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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집콕하다 여드레 만에 집을 나서니
눈 가늘게 뿌린 땅에 거대한 영지버섯처럼 붙어 있는
맨홀 뚜껑부터 반갑다.
흑백 마름 옷 깔끔하게 차려입고 걸어 다니는
까치도 반갑다.
별 생각 없어도 즐겁게 오르내린 서달산하고는
눈인사를 하자.
어제는 후배가 아내를 잃었다는 문자를 받고
전화로 봉투 부탁만 하고 말았지.
오늘 아침, 나갈까 말까 망설이다
마스크 꺼내 쓰고 집을 나선 내가 반갑다.
하늘에선 구름이
정교하게 입 하나를 만들고 있다.
무슨 말을 할까?
무슨 말을 하든!
모르는 사이에 버스가 왔다.

-황동규 시집 ‘봄비를 맞다’에서

일상의 단절을 의미했던 코로나는 잊혔다. 그렇게도 소중했던 일상을 어느덧 우리는 지겨워한다. 거리의 맨홀 뚜껑에, 공원의 까치에, 힘들게 살고 있는 나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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