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팔 없고 뚱뚱해도… 비너스는 아름답다
비렌 스와미 지음, 유강은 옮김
이데아, 304쪽, 2만원
1820년 4월 8일, 그리스의 밀로스섬에서 밭을 갈던 농부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사랑의 신 아프로디테(로마 신화의 비너스) 대리석 조각상을 발견한다. 밀로의 비너스로 불리는 이 조각상은 현재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발견된 이후 밀로의 비너스는 찬사가 끊이지 않았다. 프랑스 시인 르콩트 드 릴은 “당신이 자랑스럽게 벌거벗고 앞으로 나서면 온 세상이 전율하니”라고 아름다움을 찬미했다.
독일의 해부학자 빌헬름 헹케가 반기를 들었다. 밀로의 비너스가 두 다리의 길이가 다르고 골반이 수평이 맞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여신의 얼굴에서도 비대칭이 있고 이는 비정상이라고 주장한다. 폴란드의 해부학자 크리스토프 하세는 격분한다. 격자 속에 넣어 비너스의 얼굴과 다른 사람들의 얼굴을 비교한 결과 다른 모든 얼굴에서 비대칭이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이후 당대의 여성과 남성들의 골반을 조사한 결과 비너스와 마찬가지로 비대칭으로 기울어 있다는 점도 발견했다. 그의 결론은 모든 비대칭이 서로 상쇄하는 효과를 낳고 그로 인해 비대칭이 정상이고 대칭이 비정상이라는 것이었다.
이후 많은 학자들은 인간의 신체적 매력을 연구하는 데 뛰어들었다. 인간의 몸을 신체적으로 매력적이라고 정의해 주는 특성을 탐구하는 이 책이 나온 배경이기도 하다. 남녀의 성 역할, 사람 간의 이끌림, 인간의 매력에 대한 비교문화를 연구하는 영국의 심리학자인 저자는 우선 고대 철학자들이 생각한 미의 기준으로 안내한다.
피타고라스학파에게 아름다움은 수학적 비례의 문제였다. 아름다운 대상에서는 황금분할이라고 하는 수학적 비율이 드러나고, 이 비율이 우리를 즐겁게 하는 것은 우리의 영혼 또한 같은 비율에 지배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근대의 일부 철학자와 심리학자들까지도 비례와 대칭, 황금비율 등이 미적 만족감을 준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지만 왜 사람들이 비례와 대칭을 좋아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부족했다. 저자는 “우리는 조화로운 대칭을 이루는 몸을 매력적이라고 판단할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해서 비대칭적 특징을 아름답다고 판단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밀로의 비너스의 비례가 대칭적이지 않다는 헹케의 주장을 상기시킨다.
비례만이 미의 열쇠가 아니라면 무엇이 열쇠일까. 저자는 찰스 다윈의 진화론에 영향을 받은 진화심리학자들의 주장을 소개한다. 다윈은 ‘인간의 유래와 성 선택’에서 여러 문화권의 선교사들과 주고받은 편지를 통해 미의 기준이 다름을 제시한다. 나일강 상류의 한 부족은 짐승처럼 보이지 않으려고 앞니 네 개를 부러뜨린다. 유럽인의 눈에는 흉측하다. 하지만 그들은 앞니가 있는 유럽인을 보자 “저 거대한 이빨을 보라”고 소리를 지른다. 아메리카 인디언과 만주인 등도 서양인이 보기에 아름답지 않은 얼굴을 가진 여인을 아름답다고 한다. 다윈은 이를 토대로 신체적 매력의 공통된 속성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그렇다고 공통된 속성 찾기를 포기할 사람들이 아니다. 1990년대 초 미국의 진화심리학자 데벤드라 싱은 남성이 허리/엉덩이 비율이 0.7(허리는 가늘고 엉덩이는 크다)에 근접한 여성에게 매력을 느낀다고 주장했다. 이유는 진화론적 관점에서 설명했다. 0.7이라는 수치는 여성의 건강과 생식력의 지표기 때문에 남자가 어떤 여성을 아름답다고 여기는 것은 잠재적인 짝으로서의 가치를 평가한다는 것이다. 싱은 1923년부터 1990년까지 미스아메리카 대회 수상자와 플레이보이 잡지 누드모델의 측정치를 수집한 뒤, 시간이 흐르면서 몸무게는 감소했지만 허리/엉덩이 비율은 0.68~0.72라는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는 증거를 제시했다. 또한 미의 상징인 배우 마릴린 먼로와 밀로의 비너스의 비율도 0.7에 근접한다는 점도 언급했다. 이후 많은 학자들은 허리/엉덩이 비율보다 키와 몸무게 상관 관계를 보여주는 체질량지수에 주목했다. 이들은 체질량지수가 19 내외가 매력적이고 선호되는 값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런 체질량지수가 여성의 건강과 생식력에 대한 신뢰할 만한 단서를 제공한다는 점도 빼놓지 않았다.
하지만 반대 사례들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저자는 다양한 연구 결과들을 소개한다. 탄자니아의 히자드족은 바람직한 배우자를 선택할 때 허리/엉덩이 비율과 무관하게 중간 체중보다는 과체중을, 저체중보다는 중간 체중을 선호했다. 한 연구에서는 그리스인과 영국인의 경우 저체중 몸매를 선호한 반면 우간다인은 몸집이 큰 몸매를 선호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저자는 “모든 종족 집단과 환경에 대해 동일한 이상적인 체질량 지수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면서 “미의 기준은 다양하며 문화, 성 역할,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달라진다”고 지적했다.
다시 밀로의 비너스로 돌아간다. 비너스는 두 팔이 없고 오른발은 30㎝가 넘어 거대하며 전체적으로 균열이 많고 코끝은 사라지고 왼쪽 젖꼭지는 도려내 졌다. 한마디로 완벽하지 않다. 그래도 우리는 비너스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저자는 말한다. “아름다움은 불완전함 속에서도 존재할 수 있다. 아름다움은 보는 이가 판단하는 것이다. 우리는 각자 다른 누군가에게 아름답게 보인다.”
·예상할 수 있는 결말이지만 결론까지 가는 과정이 무척 흥미롭다
·읽는 내내 많은 밑줄을 그었다
·편안한 번역 덕분인지 수월하게 읽힌다
맹경환 선임기자 khmae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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