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통일장관 "북 도발수위 높이면 확성기 방송 확대"
북한의 ‘오물 풍선’ 도발에 정부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며 한반도 긴장 수위가 높아진 가운데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정부는 북한의 도발과 관련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했으며 북한의 차후 행동에 따라 단계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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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통일부 장관 발제 요약
북한은 미·중 전략 경쟁 등 현 국제 정세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자신의 전략적 위치를 강화하고자 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도 조만간 이뤄질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진행되는 북·러 군사 협력은 북한판 '아관파천'(俄館播遷·1896년 고종이 러시아 공관으로 임시 피신한 사건)에 비유할 수 있다.
통일부는 10년 동안 6000명 넘는 탈북민을 심층 설문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 2월 '북한 경제·사회실태 인식 보고서'를 발간했다. 조사 결과 장마당의 활성화와 시장화, 한류의 확산과 정보화, 부패의 구조화, 개인주의적 의식 확산, 권력 세습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북한 주민 사이에 널리 퍼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북한 주민의 의식 변화로 인해 북한 당국이 최근 '적대적 2국가 관계론'을 꺼낸 것으로 평가한다. 북한이 반동사상문화배격법(2020년), 평양문화어보호법(2023년)을 제정한 건 내부에 퍼진 한류를 굉장히 경계한단 의미다. 한국과 관계 단절에 나선 이유다. 억제력 강화를 비롯한 군사적 접근뿐 아니라 자율성, 보편성, 다양성에 입각한 문화적 접근도 대단히 중요한 이유다.
최근 북한은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하고 오물 풍선을 네 차례에 걸쳐 살포했으며 위성항법장치(GPS) 교란을 시도했다. 이런 정치적 도발은 심리전의 일환으로 남남 갈등을 유발하려는 의도다.
정부는 북한의 도발과 관련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했으며 북한의 차후 행동에 따라 단계적으로 대응할 것이다. 지난 9일에는 확성기 방송을 일부만 일정 시간 가동했다. 그러나 북한이 앞으로 도발 수위를 높이면 확성기 방송을 확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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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흡수통일 두려워해"
▶김병연 서울대 석좌교수(사회)=최근 우리는 오물풍선을 날려 보내는 북한 정권의 이례적인 행태에 놀라고 있다. 몇 해 전부터 대남 적대 노선을 밟던 북한은 최근 '2국가론'을 꺼내 들며 유사시 한국을 공격할 의사까지 내비쳤다.
▶조양현 국립외교원 교수=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에서 '자유롭고 평화로운 통일 한반도'에 대한 미·일의 지지를 끌어냈지만 북한은 이를 한국 주도의 흡수통일에 대한 국제적인 지지가 늘어나는 현상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 북한의 '2국가론' 또한 흡수통일에 대한 반발 차원일 수 있다.
▶한용섭 국방대 명예교수=오는 7월 14일 '북한이탈주민의 날' 첫 기념행사로 전국 탈북민 웅변대회를 제안한다. 국내에 있는 3만 4000명의 탈북민이 나서서 김정은 정권의 실상을 바로 알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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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이성 발휘…상황 관리해야"
▶김용현 동국대 교수=북한은 윤석열 정부로부터는 얻어낼 게 없으며 앞으로도 각을 세울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 최근 남북은 맞대결의 악순환에 빠져 있다. 이로 인해 접경 지역 주민과 군인의 스트레스가 증가하는 상황이 우려스럽다.
▶김형철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원장=대적관보다는 민족·평화를 우선시하는 교육 때문에 군 장병의 정신전력이 굉장히 흐트러졌다. 올바른 국가관·안보관을 다시 정립할 시기다.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북한은 오래 전부터 내부적으로 2국가를 지향해왔는데 최근 이런 속내를 이른바 '커밍아웃' 하면서 '적대적'이라는 형용사를 붙인 셈이다. 레종데따(raison d'tat·국가 이성)를 발휘해 상황을 관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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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방북, 전략적 지형 바꿀 수도"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푸틴의 방북이 이뤄질 경우 북·러는 한반도 주변 전략적 지형에 의미 있는 변화를 시사하는 메시지를 보낼 가능성이 크다. 전략적 협력의 제도화 혹은 그 이상이 될 수 있다. 복합 위기 시대에는 통일·외교·안보 정책이 통합적으로 연계돼 작동해야 한다.
▶이정남 고려대 교수=최근 북한의 상황은 1990년대 후반 중국과 유사하다. 당시 본격적인 시장 경제화에 돌입한 중국 사회 전반에선 다원화, 전문화, 이익 충돌의 전방위 확산, 사상·이념적 변화 등이 발생했다. 북한 내부에도 변화의 동력이 싹트고 있다.
▶안호영 전 주 미국 대사=화해·협력-남북연합-통일국가 완성의 3단계로 이뤄진 민족공동체통일방안(1994년)은 3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우리에게 유의미하다. 남북 관계가 당시보다 나아진 게 없으며 국제 정세 측면에서도 자유민주주의가 도전받고 있기 때문이다.
▶고유환 동국대 명예교수=통일부가 대북 정책에서 과연 얼마나 주도권을 갖고 있는지 생각해볼 문제다. 북한은 민족을 앞세우는 게 더는 수령 체제 유지에 유리하지 않다고 판단해 선대의 대남 전략까지도 부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박홍규 고려대 교수=북한의 국지 도발 우려가 있었지만, 일단은 오물 풍선에 그쳤다. 오는 광복절을 계기로 정부가 남북 정상회담 제안 등 보다 담대한 구상을 선제적으로 꺼내는 방안을 제안한다.
"새 통일 정책, 여야 합의로 추진해야"
▶박명림 연세대 교수=북한이 그간 정전협정을 숱하게 위반했지만 우리가 정전협정 파기를 선언하진 않았다. 9.19 남북 군사합의 효력 정지가 얼마나 국익에 도움이 될지는 생각해볼 문제다. 정부가 마련하는 새로운 통일 정책 또한 진영 대립을 넘어 여야 합의를 통해 추진해야 한다.
▶최상용 고려대 명예교수=전쟁 억지력과 평화 공존이라는 두 조건이 충족됐을 때 남북 관계가 정상화할 수 있다. 현재 한국은 대북 억지력을 본래 의미와 달리 너무 공격적으로 활용하는 경향이 있다. 북한이 호응할 가능성이 있는 '제2의 담대한 구상'을 마련하려면 역지사지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홍석현 재단법인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체제 경쟁에서 패배했다고 인식하는 북한에 핵 개발은 가장 싸고 현실적인 자기방어 수단이다. 북한의 체제 불안을 해소하려면 북·미 및 북·일 수교 조건을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 그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소외되지 않아야 한다. 한편 남북 관계 악화 국면에서도 적어도 통일부는 북한 주민에 대한 애정을 비롯한 따뜻한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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