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동훈, 여당 대표 출마하려면 명분 확실하게 밝혀야
“오롯이 총선 패배 책임지겠다”… 왜 뒤집는지 설명하고
SNS정치보다 채 상병 특검 등 현안 입장과 비전 제시를
국민의힘이 다음 달 23일의 전당대회 지도부 선출 기준을 당원투표 80%, 일반 여론조사 20%로 결정했다. 현재는 당원 100%다. 지난해 3월 전당대회에서 대중적 지지가 낮은 김기현 전 대표를 선출하기 위해 친윤계가 중심이 돼 인위적으로 바꾼 결과였다. 그런 경위로 볼 때 민심 비중이 늘어난 것은 자연스럽다. 다만 지난 4월 총선에서 민심과 멀어져 참패를 당했는데도 윤석열 정부 출범 전 민심 반영 비율(30%)보다도 낮게 조정한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수도권 원외의 30~50% 주장 대신 영남 중심의 현역 의원들 목소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런 한가한 행태로 어떻게 당의 체질을 혁신하려는 것인지 의문이다. 총선에 압승한 민주당(25%)보다도 민심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부정적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당 안팎에선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출마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가 러닝메이트로 삼을 최고위원의 이름도 언급되기 시작했다. 한 전 위원장 자신도 최근 사흘 연속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겨냥한 메시지를 SNS를 통해 냈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모습을 외부에 노출하기도 했고, 면담 인사를 통한 ‘전언 정치’도 해 왔다. 이 정도면 출마 초읽기에 들어갔다고 보는 게 맞다.
다만 한 전 위원장이 당 대표로 나서려면 확실히 해 둬야 할 게 있다. 설득력 있는 명분과 명쾌한 비전이다. 한 전 위원장은 총선 패배 후 “모든 책임은 오롯이 내게 있다.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했었다. 보수의 진정한 가치는 책임질 때 책임지는 태도다. 한 전 위원장이 20년 넘게 몸담았던 검찰의 기본 정신도 책임질 사람에게 책임을 묻는 것 아니겠는가. 참패를 당한 총선의 패장이 넉 달도 안 돼 슬그머니 다시 당 대표에 출마하는 것 자체가 이질적이고 비상식적인 건 틀림없다. 자존심을 중시하는 한 전 위원장 입장에서도 내키지 않는 결정일 게다. 그럼에도 굳이 출마하겠다고 마음을 굳혔다면 이를 상쇄할 명분이 필요하다. “당원과 국민이 원해서” “지지율이 높아서”와 같은 옛날 정치인의 레퍼토리로는 안 된다. 보수와 중도 모두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참신한 메시지가 나와야 한다. 그럴 자신이 없으면 차라리 출마하지 않는 게 옳을 것이다. 채 상병 특검이나 김건희 여사 특검, 나아가 용산 대통령실과의 관계 등 현안에 대한 명쾌한 입장도 제시해야 한다. 더 이상 SNS, 목격담 정치를 통해 간만 볼 일이 아니다.
정치인에게 팬덤은 중요하다. 한동훈 팬덤은 보수엔 귀중한 자산이기도 하다. 다만 콘텐트 없는 팬덤은 오래 가지 못한다. ‘개딸’에 의지하는 이재명 팬덤과 차별화도 안 될 터다. 팬덤을 국민적 믿음으로 어떻게 확장시킬 것인가, 한 전 위원장에겐 중대한 숙고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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