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 ‘기술의 영향력’에 주목하라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과거에 보통 사람의 삶에 개인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큰 변화를 일으킨 것은 주로 출산, 질병, 죽음, 권력자의 교체, 홍수, 가뭄 같은 주변 사람이나 환경과 연관된 일이었다.
특정 기술이 암묵적으로 전제하는 인간, 사회, 자연에 대한 이해가 뭔지 점검하지 않는 건 말할 것도 없다.
권력자의 결정이 시민 삶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시민에게 최종 권력을 부여하는 것처럼 기술 개발과 운용을 큰 틀에서 시민의 통제하에 두는 것이 중요하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과거에 보통 사람의 삶에 개인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큰 변화를 일으킨 것은 주로 출산, 질병, 죽음, 권력자의 교체, 홍수, 가뭄 같은 주변 사람이나 환경과 연관된 일이었다. 오늘날에는 여기에 기술이라는 요소가 더해졌다. 기술 발전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얼마 전까지는 생각도 못 한 일이 현실이 되는 일을 자주 경험한다.
이렇듯 기술이 초래하는 변화의 규모와 질을 생각하면 기술은 이제 인간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휴대전화, 고속철도, 고층건물처럼 일상화돼 버린 기술 때문에 현대인은 과거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한다. 더 나아가 현대의 기술은 인류가 오래 고민해 온 문제들, 예를 들어 생로병사와 권력, 시간과 공간에 대한 이해에도 근본적 변화를 일으켰다.
그런데 이런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의 기술에 대한 이해는 너무 단순하다. 기술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여전히 기술을 특정 목적을 이루기 위한 도구, 잘 사용하면 좋고 잘못 사용하면 위험한 수단, 경쟁에 이기기 위해 미리 확보해야 할 자원으로만 생각한다. 기술을 통해 성취하는 일에 대해선 찬사를 보내지만 그 기술 때문에 생길지 모를 위험은 충분히 숙고하지 않는다. 특정 기술이 암묵적으로 전제하는 인간, 사회, 자연에 대한 이해가 뭔지 점검하지 않는 건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기술 발전이 진정한 의미에서 진보가 되려면 기술이 인간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상응하는 고민이 필요하다.
일차적으로는 첨단기술이 초래할 수 있는 문제와 위기를 종합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AI)은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하고, 이는 많은 사람이 걱정하는 지구온난화 문제와 직결돼 있다. 그런데 AI를 논할 땐 그 가능성을, 지구온난화를 논할 땐 그 심각성을 강조하면서도 이 둘을 연결하는 것은 조심스러워한다. 그러나 두 문제 모두 인류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인 만큼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라도 이들을 종합적으로 논의하는 게 마땅하다.
기술 발전을 당연하고 마땅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거기에 적응하려 애쓰는 태도도 버려야 한다. 특히 다음 세대에게 다가올 미래에 적응할 준비를 하라고 가르치기보다 그들이 바람직한 미래 모습을 설정하고 기획하는 역량을 갖추도록 도와야 한다. 개별 기술 발전의 속도보다 전체적인 발전 방향이 더 중요하다. 결승점을 보지 않고 내달리는 것처럼 단기적 경쟁에만 집중하는 건 무모하다.
이는 다시 기술의 개발과 사용의 주도권을 누가 갖는지 문제와 연결된다. 기술의 영향력은 이제 과거 정치권력자의 힘보다 더 크다. 그래서 기술을 누가 개발하고 어떻게 관리하는지가 미래 사회의 모습을 결정한다. 따라서 민주주의 원리를 기술의 영역에도 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권력자의 결정이 시민 삶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시민에게 최종 권력을 부여하는 것처럼 기술 개발과 운용을 큰 틀에서 시민의 통제하에 두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가가 아니라는 이유로 관련 논의에서 시민을 배제하는 것은 기술이 가지는 시대적 의미를 간과하는 오류다.
기독교회 역시 기술에 대한 숙고에 큰 책임이 있다. 기술은 하나님 형상의 일부인 창조성의 산물일 뿐 아니라 인간의 교만과 탐욕이 드러나는 지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교회에서 유행하다 잠잠해진 메타버스 열풍은 신중하지 못한 기술 도입의 전형적 사례다. 교회는 신기술을 무작정 환영하고 수용할 게 아니라 정의와 평화의 하나님 나라에서 필요한 기술이 무엇인지, 이미 개발된 기술을 어떻게 사용하고 관리하는 것이 그 나라의 원리에 맞는지 고민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손화철(한동대 교수·글로벌리더십학부)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하남 사건은 ‘교제 살인’…스무살 동생 억울함 풀어 달라”
- [단독] ‘영감 필요해?’ 수상했던 대학가 전단…배후엔 마약
- 롤스로이스男 마약 처방·환자 성폭행 의사, 1심 징역 17년
- “호텔 보고있나”… 6천원 성심당 빙수, 너무 싸서 논란
- 3호선 女승객에 다가간 ‘여장남자’…위협하며 돈 뜯어
- “왜 안 닫혀” 아파트 엘베 발로 ‘쾅’… “수리비 내긴 억울”
- “클럽 갈 사람?” 파타야 납치·살해, 시작은 오픈 채팅
- 무면허 70대, 어린이집 차량 몰다가 ‘쾅’…아찔 사고
- ‘테라사태’ 권도형 6조원대 벌금 납부키로… 민사 합의
- ‘또래 살인’ 정유정, 대법서 무기징역 확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