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하의 시시각각] 이재명에게 3년은 너무 길다

김정하 2024. 6. 14. 00:3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정하 논설위원

예상대로 더불어민주당의 국회 장악이 거침없다. 국회의장을 단독으로 선출한 데 이어 11개 상임위원장 선출도 힘으로 밀어붙였다. 국민의힘이 굴복하지 않으면 나머지 7개 상임위원장도 전부 가져갈 기세다. 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지난 12일 법사위를 단독 소집해 숙려 기간도 건너뛰고 채 상병 특검법을 상정했다. 민주당만의 단독 국회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래도 4년 전엔 여론의 눈치를 살피는 기색이라도 있었는데 이번엔 최소한의 절제심조차 없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위증교사 혐의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원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지금 민주당은 정치를 하는 게 아니라 정권퇴진 운동을 벌이고 있다. 채 상병 특검과 김건희 특검을 어떻게든 관철한 뒤 그걸 계기로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해 끌어내리겠다는 전략이 선명하다. 지난 총선에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3년(윤 대통령 남은 임기)은 너무 길다”고 말했는데, 사실 한국에서 3년이 가장 긴 사람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다. 이 대표는 최근 쌍방울 대북 송금과 관련한 제3자 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당하면서 받아야 할 재판이 3개에서 4개(대장동ㆍ선거법위반ㆍ위증교사ㆍ대북 송금)로 늘어났다. 모두 7개 사건에 11개 혐의다. 2027년 대선 전까지 이 중에서 하나라도 금고 이상의 형(선거법 재판은 벌금 100만원 이상)이 확정되면 이 대표는 대선에 출마할 수가 없다.

「 대북송금으로 또 기소된 이 대표
사법리스크 피하려 탄핵에 올인
21대보다 더 나빠지는 22대 국회

이 대표 입장에선 이런 사법리스크를 모두 감수하고 3년을 버티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 확정판결이 아니더라도 1, 2심에서 유죄가 나오면 지지율이 흔들릴 수 있다. 그러니 현 정권을 가급적 빨리 끝장내는 게 상책이다. 아마 이 대표는 지난 총선 결과에 크게 낙심했을 것이다. 야권이 200석을 넘겨야 22대 국회에서 곧장 탄핵 절차에 돌입하는데, 아뿔싸 192석에 그쳤다.

그래도 이 대표에게 포기란 없다. 이미 민주당은 박근혜 정권을 탄핵으로 무너뜨린 성공 노하우가 있지 않은가. 콘크리트 지지층을 자랑하던 박근혜 전 대통령도 끌어내렸는데 역대 정권 중 가장 지지기반이 취약하다는 윤석열 정권쯤이야. 때마침 영부인까지 스캔들을 일으켜주니 대통령 지지율이 20%대까지 떨어진 상태. 여당을 조금만 흔들면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 가결 기준인 200석을 넘길 수 있다. 만약 여당이 버티면 민주노총을 필두로 한 장외세력들을 끌어모아 촛불을 들고 용산으로 몰려갈 것이다. ‘촛불 시민’이 대통령 하야를 명령한다. 어게인 2016! 이런 게 지금 ‘이 대표=개딸=민주당’의 삼위일체를 지배하는 멘털리티다. 이런 마당에 협치니 상생이니 하는 소리가 귀에 들릴 리 없다.

민주당 소속인 정청래 국회 법사위원장(뒷모습)이 12일 오후 야당 단독으로 법사위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국민의힘 의원들은 전원 불참했다. 전민규 기자


예전엔 입에 담는 것조차 불경스러웠던 ‘대통령 탄핵’이란 말이 지금은 여의도의 일상용어가 된 것은 이 대표의 공이 크다. 다만 윤석열 정권이 허약해 보여도 탄핵은 과거보다 훨씬 어려울 것 같다. 무엇보다 탄핵을 하려면 대통령의 위법이 그만큼 엄중하고 명백해야 한다는 인식이 보수 진영에서 뿌리내렸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를 거치면서 깨달은 교훈이다. 이 대표와 민주당이 소망을 성취하려면 윤 대통령이 퇴진해야 할 정도의 중대 위법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객관적 물증으로 입증해야 한다. 단순히 대통령이 민심을 저버렸다는 식의 정치 공세로는 어림없다.

나아가 탄핵은 사실상 정권을 넘겨주는 것이란 인식이 확고해졌다. 2016년엔 여권 인사 중 일부는 박 전 대통령이 물러나도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란 대안이 있다고 생각해 탄핵에 찬성했다. 하지만 순진한 생각이었다. 당시 탄핵이 초래한 보수 진영의 참상은 아직도 상처가 아물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또 탄핵? 쉽지 않은 얘기다.

그래도 이 대표는 정권 퇴진에 올인할 것이다. 그에게 3년은 너무 길기 때문이다. 거대 야당이 이렇게 나오면 국회에서 생산적인 정치가 이뤄질 수가 없다. 21대 국회가 바닥이었다면 22대 국회는 지하실로 내려가는 수준이 될 듯하다.

김정하 논설위원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