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아이] 김치찌개 회동에 대한 뒤끝
좀 지난 일이긴 하다. 지난달 24일 윤석열 대통령이 출입기자들을 용산 대통령실 잔디마당으로 초청해 김치찌개를 대접했을 때 이야기다.
윤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전 세계 모든 지도자나 정치인들이 언론이 없으면 얼마나 좋겠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언론이 없으면 그 자리에 갈 수가 없다”며 “언론으로부터 비판도 받고 공격받을 때도 있지만 결국은 언론 때문에 저와 우리 정치인들 모두가 여기까지 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언론이 중요하다’는 덕담을 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과연 누군가를 어떤 자리에 오르도록 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일까.
아니면, 누군가를 끌어내릴 수도 있었는데 그러지 않아 자리 보전케 해줬다는 이야기인가. 그렇다 하더라도 앞의 맥락과 별로 다르지 않은 말이다.
윤 대통령의 이야기가 불편하게 들린 것은 그간 미국 대통령들이 언론과 관련해 수시로 내놨던 말들과는 결이 달랐기 때문이다.
속으론 역시 ‘언론이 없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을지 모를 미국 대통령들이 기자들 앞에서 한 언론 관련 발언을 보면 대부분 ‘견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언론은 불의를 폭로하고, 나와 같은 지도자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게 해준다.”(버락 오바마)
“언론은 우리가 미래를 위해 올바른 결정을 내리게 하는 데 필수적” (로널드 레이건)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4대 대통령인 제임스 매디슨은 “언론의 자유는 자유 정부의 수호자며 독재를 막는 방어선”이라고 했고, “언론 없는 정부보다, 차라리 정부 없는 언론을 택하겠다”고 한 토머스 제퍼슨(3대)의 말은 이미 너무 유명하다.
현직인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4월 세계 언론 자유의 날을 맞아 “언론 자유에 대한 탄압은 국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라며 “언론을 침묵시키기 위해 악의적인 행동을 취하는 이들에겐 제재를 승인할 것”이라고 했다.
언론이 과거에, 어쩌면 지금도 누군가를 어떤 자리에 올리고 내리는 데 치중하고 있지 않냐는 반론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 사회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독재와 권위주의를 견제하는 과정에서 뒤따른 부산물이지, 그것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다.
그냥 출입기자들 불러 밥 같이 먹는 자리에서 가볍게 나온 이야기를 가지고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인 게 아니길 바란다. 윤 대통령의 언론관도 동맹인 미국 대통령과 크게 다르지 않기를 또한 기대해본다.
김필규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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