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 전역하자마자 팬과 함께…’11주년’ BTS 2막 시동 걸었다
“사랑하는 아미(팬) 너무 보고 싶었습니다. 군에 다녀온 후 낯가림이 조금 심해져서 긴장됩니다.”
방탄소년단(BTS) 맏형 진(32)이 4000여명의 팬들 앞에서 전역을 신고했다. 팬덤 아미는 응원봉을 세차게 흔들며 뜨거운 환호성으로 화답했다. 방탄소년단 데뷔 11주년인 13일,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미니 팬미팅 ‘2024년 6월 13일의 석진, 날씨 맑음’이 열렸다.
방탄소년단은 매년 데뷔일을 기념한 ‘BTS 페스타’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는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일대에서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까지 ‘2024 페스타’를 진행했다. 오후 8시부터 한 시간 동안 진행한 진의 팬미팅은 ‘2024 페스타’의 대미였다. 팬미팅에 앞서 앨범 응모로 당첨된 1000명에겐 일대일 포옹의 기회도 주어졌다. 허그회에서 진은 “오래 전부터 준비한 기획인데 생각보다 재미있다. 여러분들이 잘 해주신 덕분”이라며 팬들에 감사를 전했다.
오랜만의 떼창에 울컥
허그회에 이어 진행한 팬미팅에서 진은 첫 공식 싱글인 ‘디 애스트로넛’(The Astronaut)을 부르며 자전거를 타고 등장했다. 뮤직비디오 장면을 옮겨 놓은 연출로, 진의 외모 또한 2년 전 그대로여서 눈길을 끌었다. 일부 팬들은 진의 모습에 울컥한 듯 울먹이며 노래를 따라불렀다. 무대 콘셉트 또한 뮤직비디오의 우주선을 재해석한 우주공간으로 꾸며졌다.
“둘 셋, 방탄소년단입니다”라는 공식 인사로 입을 연 진은 “그립고 그립던 집에 돌아왔다. 너무 떨려서 재데뷔한 느낌이라 노래도 잘 안 된다. 노래를 1년 6개월 만에 불러본다”며 가슴을 움켜쥐었다. 팬들의 열렬한 함성에 “조금씩 안정을 찾고 있다. 너무 보고 싶었다. 이게 원래 내가 살던 삶이었다”고 웃었다.
무대에서 진은 2021년 발매한 ‘슈퍼참치’ 무대를 최초 공개하고, 2020년 앨범 ‘맵 오브 더 솔(MAP OF THE SOUL): 7’에 수록한 솔로곡 ‘문’(Moon)을 추가로 들려줬다. 이 외에도 팬들이 좋아하는 귀여운 댄스 챌린지와 방탄소년단 공식 유튜브채널의 개인콘텐트 ‘잇진’(EAT JIN) 코너로 참치회와 탕후루 먹방쇼까지 펼쳤다.
진은 “살면서 뭐 먹는데 환호 받아보긴 처음”이라면서 “아미 여러분들을 보니 여기가 있어야 할 내 집이란 생각이 든다. 데뷔 11주년을 맞아 당연히 내가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결같이 지켜주신 아미처럼 나 또한 여러분들 곁에 있겠다”고 말했다.
불볕더위보다 뜨거운 팬심
공연장 밖에선 그라운드 행사가 이어졌다. 현장은 한국 뿐 아니라 미국, 중동, 일본, 중국 등 다양한 나라에서 온 수만여 명의 팬들로 북적였다. 한때 입장 줄이 길게 늘어져, 지하철역 입구 계단까지 팬이 몰리기도 했다.
가장 먼저 ‘2024 페스타’에 줄을 선 조아름(34)씨는 “구미에서 왔다. 첫 차를 타면 늦을 것 같아 전날 밤에 고속버스를 타고 도착해 근처에서 기다렸다. 방탄소년단의 데뷔 11주년을 축하하기 위해서라면 밤을 새는 것도 피곤하지 않다”고 말했다.
일행인 김도영(41)씨는 “이제까지 여러 K팝 가수를 응원해왔지만, 방탄소년단처럼 길게 응원했던 건 처음이다. 멤버들이 돌아가면서 노래를 내주기 때문에 심심하거나 허전할 겨를이 없다”며 군백기에도 식지 않는 팬심을 자부했다.
올해 이벤트 부스는 진을 제외한 여섯 멤버가 군 복무 중인 관계로, 팬 체험형 콘텐트 위주로 마련됐다. 한낮 33도까지 오른 불볕더위에 팬들은 모자, 양산, 선글라스, 얼음물 등으로 무장하고 이벤트 부스를 즐겼다. 돗자리와 의자를 챙겨와 소풍 분위기를 내는 팬들도 있었다.
이벤트 부스는 캡슐 뽑기 기계에서 방탄소년단의 곡 가사 일부를 뽑는 ‘뽑아라 방탄’, ‘2024 페스타’ 로고로 업사이클링(재활용) 플라스틱 파츠 만들기, 그림일기를 그려 벽에 붙이는 ‘6월 13일의 아미’ 등이 마련됐다. 페스타를 기념한 티셔츠, 키링 등 굿즈 판매에도 팬들이 줄을 섰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온 노라 페인 씨는 방탄소년단을 상징하는 보라색 캐리어를 이날 페스타에서 만든 굿즈들로 장식했다. 그는 “방탄소년단 데뷔일에 맞춰 여행 왔다. 힘든 순간, 이들의 노래로 위로받았고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멤버들도 내년 완전체 기대
그라운드 현장 중앙에 위치한 스크린에선 방탄소년단의 손편지가 재생됐다. 멤버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팬들을 생각하는 마음을 전하는 것으로 페스타 참석을 대신했다.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 중인 슈가는 “다시 한 번 613, BTS의 시간이 왔다. 이날 아미를 못 본다는 것이 믿겨지진 않는다”면서 “다시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고 적었다. 군악병 RM은 “영혼의 단짝 테너 색소폰과 함께 꿋꿋이 견디는 중이다. 먼저 전역한 진 형에게 무거운 짐을 맡기는 것 같아 미안하다”는 글을 남겼다.
뷔는 “군에 와서 새로 태어난 기분이다. 사격도 칭찬받고 고소공포증도 이겨내는 등 많이 배우고 자극을 받는다”며 군 생활의 장점을 들려줬다. 오는 10월 전역하는 제이홉은 “4개월 남았다. 군 생활 하면서 조금은 차분해졌고, 복귀를 위해 운동과 영어 공부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12월 동반 입대한 지민과 정국은 “먼저 전역한 진 형이랑 먼저 놀고 있다 보면, 한 명씩 여러분 곁으로 돌아갈 거다. 다시 만나면 어떤 모습을 보여드려야 할까 상상하며 살아가고 있다”, “무대가 정말 하고 싶다. 시간이 안 가는 걸 보니 여러분들을 보고 싶은 마음이 너무 큰 것 같다”며 팬들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지민과 정국이 내년 6월 11일 전역하면, 데뷔 12주년 페스타에선 방탄소년단이 완전체로 팬들을 만나게 된다.
팀내 첫 군필자가 된 진은 방탄소년단 2막의 시작을 이끌게 됐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으로 시끄러운 하이브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진은 “제가 없는 동안 멤버들이 여러분들을 즐겁게 해줬다고 들었다. 이젠 내 차례”라면서 “혼자라 그 힘은 조금 부족하겠지만 열심히 힘내겠다. 1년 전부터 구상해 온 것들이 있으니 하나씩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다.
황지영 기자 hwang.jee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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