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상속·금투세...국회發 세금 전쟁

명순영 매경이코노미 기자(msy@mk.co.kr) 2024. 6. 13.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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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종부세 완화 꺼내며 논의 급물살
세제 개편 여부…‘경제 국회’ 가늠자

제22대 국회가 출범하자마자 세제 개편 논의로 뜨겁다. 2005년 도입 당시부터 격한 논란을 불렀던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개편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정부와 국회에서는 종부세를 포함한 세제 개편안이 종합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국회 과반수를 차지한 야권을 중심으로 수면 위로 부각시킨 종부세 완화론은 정부와 여권이 차례로 화답하면서 다시 한번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국민의힘은 종부세뿐 아니라 상속세 완화와 금투세 폐지도 추진 중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5월 31일 발표한 주요 입법 과제에서 이번 정기국회 내 상속세율을 주요 선진국 수준으로 조정하는 등 개편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금투세도 폐지하고 현행 주식 양도세 과세 체계를 유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완화에 힘을 실어주며 국회發 세제 개편 논의에 불이 붙었다.

종부세는 도입 20년을 맞았지만 ‘징벌적 이중과세’라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윤석열정부가 들어선 이후 종부세를 완화한 이유였다. 관가에서는 문재인정부에서 2~3주택자를 대상으로 도입했던 중과세율 폐지가 먼저 이뤄진 뒤, 종부세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 작업이 이뤄질 수 있다고 점친다.

세제 개편 논의가 활발해진 건 종부세를 부자 과세로 규정하고 ‘감세 불가’를 내세웠던 야당에서 종부세 완화 목소리가 나왔기 때문이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최근 “아무리 비싼 집이라도 1주택이고, 실제 거주한다면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에서 빠져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정부 때 양도소득세·종부세·취득세 등의 세금을 징벌적으로 부과한 점을 들어 “균형 잡히지 않은 일방적인 조세 정책”이었다고도 했다. 고민정 의원의 ‘총체적인 종부세 재설계론’도 타이밍이 맞물리며 논의가 확대됐다. 두 의원이 각각 원내대표와 당 최고위원을 맡고 있는 만큼, 당론 채택 논의로 나아갈 수 있다는 해석도 잇따랐다. 야당이 그간 입장을 바꾼 이유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표심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자 정부와 여당이 발 빠르게 개편 의지를 밝혔다. 정부는 7월 세법 개정안을 앞두고 ‘다주택 중과세율 폐지’를 우선 검토 중이다. 현행 3주택 이상 다주택자에 적용하는 중과세율(최고 5%)을 기본세율(최고 2.7%)로 하향 조정하는 것이 골자다.

물가·소득 반영 못한 상속세

금투세…야당 무작정 외면 힘들 수

종부세 완화와 함께 상속세와 금투세도 테이블에 올랐다. 상속세 공제 한도는 1997년부터 28년째 10억원에 묶여 있다. 그동안의 물가와 국민소득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기업 경영뿐 아니라 국민 실생활까지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여당은 사망자 유산 전체에 10~50% 누진세율을 적용하는 현행 유산세 방식이 납세자 부담 능력에 따라 조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응능부담’ 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한다. 역시 야당에서도 상속세 개편 의견이 나왔다.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총선 전 토론회에서 “상속세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4~25% 정도로 낮추면 상속세 세수 확보가 더 많이 될 수 있다”며 “상속세 일부는 폐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또 하나의 ‘뜨거운 감자’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다. 내년 시행 예정인 금투세는 금융투자상품에서 실현된 모든 손실과 소득을 합산한 금액에 20%(3억원 초과분은 25%)의 세율을 적용한다. 시장에서는 금투세가 허약한 국내 증시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게다가 연말정산 인적공제나 건강보험료 등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개미’ 투자자 반발이 거센 상황이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이 자리에서 “선진국만 도입한 금투세를 적용하기에는 우리는 아직 증시 수준이 후진국 수준”이라며 “증시 수준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린 다음에 일단 폐지하고 다시 시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증권사 임원은 “금투세 시행에 대비하고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으나 개미 투자자 반대가 워낙 거세고 증시 악화 우려가 있어 야당이 무작정 반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22대 국회에서 세제 개편이 원만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예단하는 건 무리다. 민주당 내에서 여전히 목소리가 제각각이라서다. 특히 야당 정책위의장으로 강경파인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감세론에 선을 긋는 발언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그는 “종부세 관련해 공식적으로 논의를 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고, 금투세에 대해서도 유예나 폐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명순영 기자 myoung.soonyoung@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3호 (2024.06.12~2024.06.1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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