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부동산세 개편 어떻게···다주택자 중과세율 큰 틀서 손볼 가능성

정다운 매경이코노미 기자(jeongdw@mk.co.kr) 2024. 6. 13.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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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평성 논란에 1주택 종부세 폐지 ‘신중’
지난 5월 3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조세정상화시민연대가 종합부동산세 축소 촉구 피켓 시위를 하는 모습. 이날 오후 헌법재판소는 문재인정부에서 납부 대상이 확대된 종합부동산세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놨다. (연합뉴스)
2005년 이후 도입 20년째를 맞은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개편 논의가 본격화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야권에서 종부세 완화 필요성을 두고 공감대가 형성됐고, 정부와 여당이 거들고 나서면서 개편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모양새다.

정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최근 종부세를 포함한 부동산 세제 개편안이 종합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국회 의석 과반수를 차지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에서 종부세 완화 필요성을 인정하는 듯한 발언이 이어졌고, 대통령실이 “종합부동산세를 폐지해야 한다”고 언급한 이후 세무당국도 본격적인 검토에 들어갔다. 정부는 집을 3채 이상 가진 다주택자의 종부세 중과세율을 낮추는 등 여러 개편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5년 노무현정부 때 도입된 종부세는 1% 미만 초고가 주택이나 다주택 보유자에게 징벌적 세금을 부과하는 ‘부자세’ 개념이었다. 진보 정권의 대표 부동산 정책으로 그간 민주당 내에서는 종부세가 성역처럼 여겨져왔다.

하지만 2018년부터 공시가격, 종부세율, 공정시장가액비율 등이 높아지면서 종부세 납부 대상이 급증했다. 2015년 28만5000명 수준이었던 종부세 납부 대상은 ▲2019년 59만2008명 ▲2020년 74만3568명 ▲2021년 101만6655명 ▲2022년 128만2943명으로 3년 새 2배가량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정부가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대폭 낮춰주면서 종부세 부과 대상이 49만9000명으로 줄기는 했지만, 어쨌든 종부세 도입 후 20년 동안 집값이 크게 뛰면서 이제는 20~30평대 1주택을 보유한 중산층까지 과도한 세금을 내게 됐다. 당초 취지가 퇴색됐다는 지적과 함께 종부세 개편 요구 목소리가 나온 배경이다.

여기에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1주택 실거주자 종부세와 관련해 제외 필요성을 언급한 데 이어 고민정 최고위원도 종부세의 ‘총체적인 재설계’를 주장하고 나섰다. 이후 지난 5월 말 대통령실이 아예 종부세 폐지 추진을 천명하면서 종부세 개편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형평성 논란·세수 감소 부담에

1주택자 종부세 폐지 후순위로

다만 시장에서는 정부가 종부세를 개편하더라도 한 번에 폐지하기보다 단계적 개편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점친다. 세제 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하려면 의석 171석을 보유한 더불어민주당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한데,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최근 여당이 적극적으로 화답하자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며 선 긋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1주택자 기본 공제 금액(공시가 기준)을 현 12억원에서 16억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도 유력하게 거론됐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1주택 실거주자는 종부세를 부과하지 말자는 ‘1주택자 종부세 폐지론’에 대해 관계부처가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서다. 이른바 ‘똘똘한 한 채’로 불리는 고가 아파트로의 쏠림 현상이 심화돼 서울 강남 등 인기 지역 집값만 더 밀어 올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예컨대 현재 5억원짜리 집 3채를 보유했다면 최고 2% 세율을 적용받지만 20억원짜리 집 한 채만 갖고 있는 경우에는 최고세율이 1.3%에 불과하다. 기재부 관계자는 “1주택자라지만 20억원 넘는 집을 가진 사람의 세금 부담을 낮춰주면 저가 주택 여러 채를 보유한 이들의 불만이 커질 수도 있다”며 “실질적으로 짚어야 할 사안이 많다”고 설명했다.

정부 입장에서는 종부세를 완화하거나 없앨 경우 줄어드는 세수도 큰 부담이다. 종부세는 지방교부세법에 따라 ‘부동산교부금’으로 전액 지방으로 빠져나간다.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줄어드는 부동산교부금을 보전해달라는 요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올해도 세수는 이미 비상등이 켜졌다. 지난해 귀속 종부세 납세 인원은 49만5000명으로 전년보다 78만8000명(61.4%)이 감소했고 결정세액은 4조2000억원 수준인데 세수가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다. 올 들어 4월까지 걷힌 세금은 1년 전보다 8조4000억원 줄었다. 5~12월 동안 지난해 걷힌 만큼만 세금이 더 들어온다 해도 정부 예상치(335조7000억원)보다 31조6000억원이나 모자란다.

중과세율 → 기본세율로 통일?

3주택자 종부세 절반으로 줄 듯

그렇다면 앞으로 종부세는 어떻게 바뀔까. 정부가 2년 전 내놨던 다주택자 중과세율 전면 폐지부터 재추진할 수 있다는 전망이 주를 이룬다. 정부당국에 따르면 오는 7월 중 발표될 예정인 세법 개정안에는 종부세 개편 우선순위로 다주택자 중과세율 폐지가 우선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2022년 세제 개편에서 다주택자의 종부세 중과세율을 모두 없애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2주택자에 대한 중과세율만 폐지됐다. ‘부동산 투기 조장’이라는 야당 반발에 3주택자에 대한 중과세율은 유지하되, 최고세율을 5%로 1%포인트 낮추고 과세표준 12억원 초과분에만 중과세율을 적용하는 것으로 완화하는 선에서 합의가 이뤄졌다.

다주택자 중과세율을 폐지하면 현재 3주택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에게 적용되는 중과세율(최고 5%)이 기본세율(최고 2.7%)로 하향 조정된다. 이 경우 지금까지 ‘개인 2주택 이하’에 적용되던 기본세율과 ‘개인 3주택 이상’에 적용되던 중과세율로 이원화돼 있는 종부세가 하나의 세율로 통일된다.

중과세율을 기본세율로 바꾸는 것만으로도 파급 효과는 꽤 크다. 현행 종부세 과세 체계를 보면 3주택 이상 다주택자는 과세표준 12억원 초과분을 기준으로 ▲12억~25억원 2% ▲25억~50억원 3% ▲50억~94억원 4% ▲94억원 초과 5%의 중과세율이 적용된다. 이들 구간별로 기본세율이 각각 ▲1.3% ▲1.5% ▲2% ▲2.7%인 점을 감안하면 다주택자에 대한 세율이 2배 안팎 높은 셈이다.

한편, 전문가들은 종부세 개편만으로는 부동산 시장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내다본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로서는 종부세가 폐지되기보다는 수정 보완될 가능성이 높으나, 단순히 적용 기준 금액을 바꾸는 정도로는 주택 거래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종부세 조정이 유의미한 시장 효과를 내려면 양도세, 취득세 완화 등 다주택자 규제 완화와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 종부세를 완화하더라도 아예 폐지되지 않는 한 이중과세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이중과세 논란은 종부세 도입 당시부터 끊이지 않았다. 종부세 개편을 주장하는 이들은 같은 부동산에 대해 중앙정부는 종부세를 부과하고 지방자치단체는 재산세를 부과하는 것이 조세법률주의에 반한다고 주장한다. 사실상 재산세 성격의 세금을 우리나라에서만 두 번에 걸쳐 납부해야 하는 것을 문제 삼는 것. 미국과 일본, 독일 등에서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이들에게 부과하는 보유세율이 1% 안팎인 데 반해 우리나라는 재산세와 종부세 합산세율이 너무 높다는 지적이다.

[정다운 기자 jeong.dawo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3호 (2024.06.12~2024.06.1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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