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소득세 앞날은…강행 일변 야당에 개미 투자자 ‘분노’
제22대 국회가 본격적인 개원을 알리며 내년 시행 예정인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여부를 놓고 논쟁이 격렬하다. 여소야대 국면이 된 총선 이후 정부가 주도하는 금투세 폐지에 대해 야당이 반발에 나서면서다. 국민의힘은 “야당을 끝까지 설득하겠다”며 금투세 폐지 등 감세 법안을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채택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2020년 여야 합의로 금투세 도입 법안이 통과된 만큼, 예정대로 도입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오는 7월 정부의 세법 개정안 발표를 기점으로 ‘금투세 전쟁’이 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조세 원칙” vs “자금 이탈”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 투자로 연간 기준 금액(주식 5000만원·기타 250만원)이 넘는 소득을 올린 투자자에게 20%(3억원 초과분은 25%)를 분리과세하는 제도다. 지금까지는 주식을 대량으로 보유한 대주주에만 세금을 부과했지만, 금투세가 시행되면 일반 투자자도 금투세를 내야 한다. 가령 한 해 주식 투자로 1억원을 벌어들인 투자자는 지방소득세 2%를 포함해 1100만원(5000만원×22%)의 세금을 내야 한다.
애초 금투세 도입 논의가 이뤄진 건 2020년이다. 그해 문재인정부는 ‘금융세제 개편 방안’을 통해 금투세 도입을 발표했고, 12월 소득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2023년 시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2022년 12월 여야가 이를 2년 유예하는 소득세법 개정에 합의하면서 시행 시기가 2025년 1월 1일로 늦춰졌다. 이후 올해 초 윤석열정부가 “개인 투자자 피해와 해외로의 자금 유출 등 금융·자본 시장에 대한 악영향”을 이유로 금투세 폐지를 공식화하고, 관련 법안이 발의되면서 논란이 점화됐다.
금투세 찬반 의견은 팽팽하다. 우선 개인 투자자 반발이 거세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지난 5월 30일 금투세 도입 반대 촛불 집회를 열고 “금투세가 시행되면 국내 시장 자금이 해외로 이탈돼 한국 주식 시장은 폭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단 폐지한 이후에 자본 시장 환경이 선진국 수준으로 올라가면 재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금투세 도입으로 150조원에 달하는 투자금이 국내 증시를 빠져나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투세를 도입하면 자본 시장이 죽는다”며 “투자자가 국내 증시를 떠나 미국 등으로 옮겨 가는 증시 충격을 고려하면 금투세를 폐지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반면 찬성 여론도 만만찮다. 야당 등에서는 금투세 도입으로 국내 증시가 혼란스러워질 것이라는 분석은 비약이라며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라는 조세 원칙에 따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금투세가 시행되면 약 4조원에 이르는 추가 세수가 예상되는 데다 추정되는 세금 부과 대상 역시 전체 투자자의 1%(약 15만명)에 불과한 만큼 ‘중산층에 큰 영향이 없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전문가 “합의로 전면 개정해야”
금투세 도입 찬성 측 의견과는 달리, 전문가들은 금투세가 예정대로 내년부터 실시될 경우 다양한 문제점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우선 금투세 도입이 당시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중산층의 세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투세가 시행되면 수익이 5000만원을 밑돌아도 해당 수익이 ‘소득’으로 잡힌다. 따라서 세금은 내지 않더라도 연소득 100만원 초과 시 1인당 150만원까지 공제해주는 연말정산 인적공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5월 31일 열린 금투세 관련 시장전문가 간담회에서 “연말정산 공제 등에서 손해를 입는 사람이 몇십만 명 단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는 시장 전문가 의견이 있었다”며 “이는 최초 제도 설계부터 깊이 고민하지 못한 지점이라는 지적이 나왔고 금감원도 내부 효과 분석 등을 통해 영향을 수치화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투자자 사이에서는 “금투세가 도입될 경우 건강보험료(건보료)가 오르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금투세로 주식 매매 차익이 세법상 소득에 포함되기 때문에 건보료가 추가로 부과될 수 있다는 우려다. 전문가들은 현행 제도에서는 건보료를 계산할 때 소득세법상 이자·배당·연금 소득은 반영하지만 양도소득은 빠지기 때문에 당장 주식 매매 차익이 건보료 산정에 반영될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한다. 다만 저출생·고령화로 건강보험 재정이 위태롭기 때문에 금투세 도입과 함께 주식 양도차익을 보험료에 반영하는 쪽으로 제도를 개편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금투세 도입 시 가장 큰 문제로 ‘국내 증시에서의 자금 유출’을 꼽는다. 국내 주식과 해외 주식의 세금이 같아지며 수익률이 더 높은 해외 주식으로 개인 투자금이 몰려간다는 관측이다.
박성욱 경희대 회계·세무학과 교수는 “금투세가 시행되면 국내 증시에서의 자본 이탈로 인한 주식 시장 침체가 가장 큰 문제”라며 “투자자가 기업 성과를 공유하고 기업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가 자리 잡는 등 자본 시장이 선진화되기 전까지는 금투세 시행을 유예하거나 폐지해야 한다”고 들려줬다. 금투세에 따른 ‘증시 충격’ 사례로는 대표적으로 대만이 언급된다. 대만은 1989년 금투세를 시행한다고 발표한 후 한 달간 TWSE지수가 8789포인트에서 5615포인트로 36% 급락했다. 일일 거래 대금도 17억5000달러에서 3억7000달러로 뚝 떨어졌다. 이후 다시 추진했지만 2016년 철회했다.
금투세를 도입하면 국내 증시 투자자들이 장기 투자보다는 단기 투자에 치중할 수 있다는 우려도 지적된다. 세후 기대 수익률이 줄어 투자 심리가 악화되면, 장기 투자가 아닌 과세 회피를 위한 단기 투자가 늘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금투세 도입에 따른 증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생산적인 제도 개선 논의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금투세 기본공제 금액을 7000만~1억원으로 올려서 도입한 뒤 점진적으로 조정하는 방식 등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장기 투자를 유도할 수 있게 금투세 세율을 조정하는 방안 역시 거론된다. 미국은 1년 미만으로 보유한 상품에 대해 세율 10~37%, 1년 이상 보유한 상품을 처분할 땐 세율 0~20%를 적용한다.
정부가 세법을 발표하는 올해 7월까지 금투세를 두고 혼란스러운 분위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금투세를 이대로 강행하는 건 절대 반대”라며 “금투세를 시행하더라도 증권거래세 폐지를 전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금 상황에서 최선은 금투세법을 전면 개정하는 것”이라며 “세금 문제는 전적으로 국민의 선택이다. 여야가 협의해 이번에 드러난 금투세 제도의 여러 가지 미흡한 점들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동현 기자 cho.donghyu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3호 (2024.06.12~2024.06.1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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