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주 복귀해도…‘사면초가’ 위메이드 게임으로 활로 뚫을까

반진욱 매경이코노미 기자(halfnuk@mk.co.kr) 2024. 6. 13.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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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걱거리는 ‘선택과 집중’ 전략

위메이드가 ‘오너 경영 체제’로 돌입한 지 3개월을 맞았다. 오랜 기간 전문경영인에게 회사를 맡겼던 박관호 위메이드 의장은 회사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올해 3월 대표 자리로 복귀했다. 박 의장 복귀 후 위메이드는 기존 전략을 대폭 수정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수익성 극대화에 나섰다. 수익성이 확보되는 업무에만 집중하는 방식을 취했다. 성과는 양호하다. 무엇보다 각종 지표가 개선되고 있다. 다만, 성과만큼 고민이 상당하다. 비용 절약을 이유로 기존 협력사들과의 계약을 축소하는 과정에서 협력사의 강한 반발에 직면했다. 한국게임학회를 비롯한 각종 시민단체는 위믹스를 향한 의혹을 끊임없이 제기 중이다. 게임 이용자 시선도 곱지 못하다. 게임 자체의 품질을 높이기보다는 블록체인, 확률형 아이템 등 철 지난 수익 구조에 의존하는 위메이드의 전략에 불만을 표하는 이가 적잖다.

박관호 위메이드 의장
박관호 대표 체제 3개월

늘어난 성과만큼 짙은 그림자

박관호 위메이드 의장은 올해 3월 대표로 취임했다. 약 12년 만에 경영 일선으로 돌아온 것. 경영보다는 개발에 집중하던 박 의장이 직접 ‘키’를 잡게 된 배경에는 위메이드의 실적 부진 영향이 컸다. 장현국 전 대표 아래서 위메이드는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야심 차게 선보였던 위믹스와 블록체인, P2E 게임 사업 등이 정부 규제와 각종 논란으로 인해 부진한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본업인 게임에서도 눈에 띄는 신작을 내놓지 못했다.

적자를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면서 창업주인 박 의장이 오랜 침묵을 깨고 모습을 드러냈다. 박 의장은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치며 빠르게 회사를 수습해나갔다. 외형 성장에 집중하던 기존 기조와 달리, 내실을 다지는 데 전력을 쏟아부었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과 사업부를 정리하는 등 ‘교통정리’에도 나섰다. 효과는 괜찮았다. 박 의장 복귀 후 위메이드 실적 지표가 눈에 띄게 나아졌다. 위메이드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분기 대비 약 38%, 전년 대비 약 72% 증가했다. 3월 170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나이트 크로우 글로벌’이 매출을 견인했다. 해외 매출은 전분기 대비 약 334% 대폭 증가했다. 나이트 크로우 글로벌은 서비스 시작 3일 만에 매출 1000만달러를 달성했다. 영업손실도 줄었다. 2024년 1분기 영업손실 37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467억원), 2023년 4분기(-686억원) 대비 크게 개선된 수치다.

높은 성과만큼 ‘그림자’도 짙어지는 중이다. 우선 일부 협력사들과 갈등에 부딪혔다. 기존에 진행하던 사업의 덩치를 줄이는 과정에서 협력사와의 계약 규모를 줄이거나 취소를 통보한 탓이다. 위메이드는 기존 ‘위믹스 생태계’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스타트업과 협업을 진행했다. 그러나 박 의장 복귀 후 비용 절감을 위해 주요 사업을 ‘내재화’하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협력사와의 협업을 중단했다. 위메이드 측은 계약에 의한 정당한 중단이라고 주장하지만, 협력사들은 사실상 ‘일방적인 통보’에 가깝다며 분통을 터뜨린다. 위메이드와 사업을 함께 진행하던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협업하면서 든 비용을 지불할 수 없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위믹스 생태계 확장을 위해 도와달라 할 때와 달리, 갑자기 말이 바뀌니 당황스럽다. 위메이드 측에서 ‘도와주고 싶어도 도와줄 수 없다’고 나오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장현국 전 대표 시절 확장했던 사업들을 빠르게 정리하는 모습에 협력사 사이에서는 ‘장현국 지우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한국게임학회를 비롯한 학계, 시민단체와의 갈등 또한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위메이드가 발행하는 코인 ‘위믹스’가 분쟁거리를 양산하는 요인이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지난해 5월 김남국 의원의 ‘위믹스’ 대량 보유 논란이 불거지자 학회 명의로 성명을 내고 “몇 년 전부터 P2E 업체와 협회, 단체가 국회에 로비하는 것 아닌가 하는 소문이 무성했다”며 “여야 국회의원과 보좌진의 위믹스 투자 여부를 전수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위메이드는 위 학회장을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소했다. 지난해 7월에는 서울동부지법에 5억원 규모 손해배상 소송까지 제기했다. 그러나 올해 4월 서울경찰청은 해당 건에 대해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불송치란 경찰이 검찰로 사건을 송치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수사를 종결하는 절차다. 한국게임학회 측은 현재 위메이드를 향한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외에도 코인 전문가를 중심으로 한 ‘경제민주주의21’ 등의 단체도 위믹스의 허위공시 의혹을 꾸준히 제기하며 압박하고 있다. 계속된 규제와 의혹 속에 위믹스는 3개월 만에 가격이 60% 넘게 떨어졌다.

박관호 의장 본인도 ‘위믹스’에 발목이 잡혔다. 가상자산 거래소 지닥(GDAC)에서 위믹스 해킹 피해가 난 이후 박 의장이 지닥에서 사뒀던 위믹스 물량 거의 대부분을 1년이 지나도록 회수하지 못하고 있다. 코인업계는 박 의장이 240억원에 가까운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추정한다.

게임 이용자에게는 ‘확률형 아이템’으로 따가운 눈총을 받는다. 위메이드는 현재 나이트 크로우의 일부 아이템 등장 확률을 조작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사안은 공정위가 조사 중이다.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반발이 커지면서 위메이드는 신작 ‘미르5’에 확률형 아이템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용자 반응은 차갑다. 확률형 아이템 외에는 위메이드가 뚜렷한 수익 모델(BM)을 성공시킨 경험이 적기 때문이다.

위메이드는 본업인 게임 개발에서 ‘성공’을 노린다. 각종 신작을 내놓으며 실적 반전을 꾀한다. 사진은 위메이드가 개발 중인 신작 ‘레전드 오브 이미르’. (위메이드 제공)
블록체인 사업 빠르게 재편해야

본업인 게임에서 수익 확보 필수

게임업계에서는 박 의장 체제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흔들리는 블록체인 사업을 빠르게 재편해야 한다고 내다본다. 현재 위메이드의 ‘적’을 양산하는 문제는 대다수가 블록체인과 관련이 깊다. 학계·시민단체는 위믹스의 허위공시 문제를 지적하며 목소리를 높인다. 위메이드와 갈등을 벌이는 협력사도 대부분 블록체인 사업을 함께 진행했던 곳이다. 사실상 블록체인이 기업 경쟁력을 막고 있는 ‘리스크’라는 지적이다. 외형을 키우는 데만 집중하는 전략을 벗어나 리스크 제거, 수익성 확보 등 내실을 다지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위메이드도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꾸준히 진행해온 외형 확장 전략을 포기한 이유다. 대신 ‘위믹스 플레이’와 ‘위퍼블릭’ 등 핵심 서비스를 집중하는 방식으로 재편 중이다. 이를 위해 조직 구조 개편, 리스크 관리 강화, 비용 최적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본업인 게임 개발에서의 경쟁력을 높이라는 요구도 거세다. 증권가는 올해 3월 이후 위메이드 목표주가를 일제히 낮췄다. 미래에셋증권은 9만원에서 7만원으로, NH투자증권은 8만5000원에서 7만3000원으로 하향했다. 본업인 게임에서 눈에 띄는 실적을 내지 못한 게 영향을 미쳤다. 위메이드는 미르M, 미르4 중국 출시, 나이트 크로우 사업 확대 등으로 게임 사업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김상원 위메이드 IR실장은 “외주 개발을 줄이고 내부 인력 재배치를 통한 생산 효율화로 올해 흑자전환이 가능하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진욱 기자 ban.jinuk@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3호 (2024.06.12~2024.06.1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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