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출장 이재용 "열심히 해야지요"…젠슨황 미팅 질문엔 '함구'
성과·소감 질문에 "열심히" 답변
젠슨황 미팅·파운드리 성과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약 2주간의 미국 출장 일정 후 13일 귀국길에서 "열심히 하겠다"는 짧은 소감을 남겼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출장에서 만났냐는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마존, 메타, 퀄컴 등 대형 고객사들을 만나고 온 만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추가 수주 기대감이 큰 상황이었다.
이 회장은 이날 오후 7시37분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귀국한 뒤 취재진과 만나 출장 성과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열심히 해야지요. 수고하셨습니다"라고 짧게 답했다. 이 회장은 남색 수트에 노타이 차림으로 가방 등 소지품 없이 혼자 입장했다. 전영현 DS(반도체) 부문장 등 경영진들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미국 현장에 남아 고객사 영업 등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젠슨 황 CEO를 만났느냐'는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파운드리 성과는 있었나'라는 질문에도 답하지 않고 검은색 차를 타고 이동했다.
삼성은 2주간의 출장에서 이 회장이 메타, 아마존, 퀄컴, 버라이즌 등 주요 빅테크 고객사를 대거 만났다고 강조했다. 세계 1위 메모리 반도체 업체로서 이들 기업 납품을 위해 이 회장이 백방으로 뛰었다는 뜻이다. 특히 지난해 4월부터 생성형 AI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세계 클라우드 서비스 1위 기업 아마존과의 만남에는 전영현 부문장 등 DS부문 경영진도 동석하면서 영업에 총력을 다했다.
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미국 출장 기간 글로벌 팹리스인 AMD와 만나 3㎚(1㎚=10억분의 1m)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 파운드리 관련 영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리사 수 AMD CEO가 3㎚ GAA 공정 차세대 칩 양산 계획을 공개한 만큼 양측 미팅 가능성이 크다는 전언이다. 삼성 측은 "글로벌 팹리스 시스템반도체 기업들과 연이어 만나 파운드리 사업 협력 확대 및 미래 반도체 개발을 위한 제조기술 혁신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 밝혔다. 글로벌 팹리스 시스템반도체 기업명은 밝히지 않았다.
이 회장 미국 출장은 'AI 반도체 영업'으로 요약된다. 첫번째 주에는 미국 동부(뉴욕, 워싱턴)에서 한스 베스트베리 버라이즌 CEO와 정관계 인사 등을 만났다. 둘째주에는 IT·AI·반도체 분야 주요 빅테크 기업 CEO를 만났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AI 등 첨단 분야에서 삼성과 고객사의 기술 경쟁력을 결합해 상호 윈윈하는 사업전략을 모색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달 말 세트(DX)와 부품(DS) 부문 주요 경영진과 해외법인장 등 주요 임원이 참석하는 '글로벌 전략회의'를 열 예정이다. 이달 마지막주(24~28일주)에 개최할 가능성이 크다. 한종희 DX 부문장 겸 부회장, 전영현 부회장이 각 부문 회의를 주재한다. 업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미국 출장에서 다진 글로벌 네트워크와 이를 통한 빅테크들과의 포괄적인 협력 노력이 회의를 통해 구체적인 비전과 사업계획으로 진화해 위기 극복과 새로운 도약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최근 3년간 모더나, 버라이즌, 인텔, 테슬라, 엔비디아, 바이오젠, 자이스, ASML CEO를 만났다. 미래 사업 방향을 논의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AI 석학과 관련 기업 CEO도 수시로 만났다. 삼성전자 DS부문의 최대 과제는 메모리 분야에서 HBM(고대역폭메모리) 반도체 최신 제품 HBM3E 관련 엔비디아 퀄 테스트(품질 검증)를 통과하고 수주 성과를 내는 것이다. 파운드리 분야에서도 이번 출장에서 만난 아마존, 퀄컴, 메타 외 유수의 고객사들 계약을 따내고 시장 점유율을 높여야 하는 숙제가 남아 있다.
삼성전자는 12일(현지시간) 실리콘밸리서 '파운드리 포럼 2024'를 개최하고 파운드리 사업 비전을 밝히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2027년 1.4나노 양산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자사 핵심 경쟁력인 GAA 기술력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2027년 2나노 공정에 후면전력공급(BSPDN) 기술을 도입하는 등 혁신 기술을 선보이겠다고 예고했다. BSPDN은 전류 배선층을 웨이퍼 후면에 배치해 전력과 신호 라인의 병목 현상을 개선하는 기술이다.
이 회장은 출장을 마친 뒤 "삼성의 강점을 살려 삼성답게 미래를 개척하자"고 강조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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