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한송이 꺾은 치매 할머니에게 30배 벌금 부과 관리사무소…왜 위법하지 않을까 [디케의 눈물 244]
법조계 "절도죄, 반의사불벌죄 아냐…합의했어도 혐의 적용·송치 이뤄져"
"합의금, 사적인 영역인 만큼 정해진 기준 없고 당사자 간 합의만 된다면 얼마든지 정할 수 있어"
"고의 없는 행위까지 혐의 적용하고 죄 묻는 현실…지나치게 비정하고 각박"
자신이 사는 아파트 화단에서 꽃 한 송이를 꺾은 80대 치매 노인이 30배의 벌금을 물고 절도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후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법조계에선 합의금은 사적인 영역이라 정해진 기준은 없고 당사자 간 합의만 된다면 얼마든지 정할 수 있기에 각박할 수는 있어도 법리적으로 피해액의 30배를 요구한 관리사무소의 행위에 위법적인 부분은 없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절도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니기에 합의 여부와 무관하게 송치할 수 밖에 없다면서 검찰이 사안의 경중을 판단해 기소유예 한 것은 최선의 처분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구지검은 전날 절도 혐의로 송치된 A씨(80대) 등 3명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검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의 나이가 많고 사안이 경미하며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4월 대구 수성구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이 아파트 화단에 꽃이 없어진 것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조사 결과 입주민 A씨 등 노인 3명이 꽃을 꺾었는데 A씨는 꽃 한 송이를, 70~80대 노인인 나머지 2명은 각각 4, 6송이씩 꽃을 꺾은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평소 당뇨와 치매 초기 증상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경찰에 "꽃이 예뻐서 꺾었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A씨 가족에게 'KTX 무임승차 시 30배에 이르는 벌금을 부과하는 규정'을 언급하며 합의금 명목으로 35만원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A씨 가족은 "A씨가 평소 당뇨와 치매 초기 증상을 보여 그런 것 같다"며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결국 관리사무소에 35만원을 주고 합의했다. 다만 합의 여부와 상관없이 경찰은 A씨 등 3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전문영 변호사(법무법인 한일)는 "합의금은 사적인 영역이라 특별히 정해진 기준이 있지는 않고 당사자 간 합의만 된다면 얼마든지 정할 수 있다. 합의가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송치는 되지만 사안이 경미하고 합의가 이뤄졌다면 통상 기소에 이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승우 변호사(법무법인 정향)는 "절도는 고소나 신고가 들어온 이상 반의사불벌죄가 아니기에 합의 여부와 무관하게 송치할 수 밖에 없다. 합의여부나 사안의 경중을 판단하여 기소유예 하는것이 최선이다"며 "수사기관도 안타깝겠지만 법리상 인정(人情)으로 사건을 불송치 처리하거나 각하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이어 "법리적으로만 보면 피해액의 30배를 합의금으로 요구한 관리사무소의 행위에 위법적인 부분은 없다. 다만 우리 사회가 너무 각박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사건이다"고 지적했다.
김도윤 변호사(법무법인 율샘)는 "경찰 입장에서는 이미 인지를 했고 사건도 접수된 상태이기에 단순히 무마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또한, 한 사건을 선처해주기 시작하면 다른 유사 사건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분명 생길 수 있다"며 "다만 고의 없는 행위까지 혐의를 적용하고 죄를 묻는 법이 지나치게 비정하고 각박하다는 생각은 든다. 가로수에서 떨어진 은행만 주워가도 경범죄로 처벌하는 세상인 만큼 어쩔 수 없는 법 현실이다"고 꼬집었다.
김희란 변호사(법무법인 대운)는 "타인이 점유하는 재물로 볼 수 있는 꽃을 가져간 만큼 절도 혐의는 성립한다. 경찰 단계에서 혐의가 인정되면 검찰로 넘어가고 이후 약식 명령이나 기소까지 이뤄질 수 있지만 사안이 크지 않고 연령대와 지병 등 여러 가지 요인을 고려해 선처의 의미로 검찰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내린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이미 경찰 수사가 시작됐어도 피해자 측에서 '착오였다', '판단을 잘못했다' 등 진술을 했다면 무혐의로 불송치 됐을 가능성도 있는데 이 사건 관리소장은 끝까지 법대로만 하려는 의사가 있었던 것 같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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