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 쿠데타가 전화위복...미얀마 선교 200년만에 ‘전환기’

최경식 2024. 6. 13.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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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수도인 양곤에서 북서쪽 외곽에 위치한 한 작은 마을.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변화가 미얀마에 찾아오고 있었다.

현지에서 활동하는 조 베드로 선교사는 "미얀마 선교 역사 200년 만에 지금에야 비로소 선교가 날개를 달 수 있는 획기적 전환기가 마련됐다고 평가한다"며 "앞으로도 씨를 마음껏 뿌리고 그것을 통해 하나님께서 일하시는 것을 바라볼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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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미얀마 양곤을 가다
미얀마 현지에서 사역하는 한인 선교사가 특강을 하고 있다.


미얀마 수도인 양곤에서 북서쪽 외곽에 위치한 한 작은 마을. 무덥고 습한 날씨가 지속됐고 밤새 내린 비로 바닥은 진흙탕이었지만, 어려움을 뚫고 현장에 도달할 수 있었다. 마을 입구에서부터 수많은 미얀마인들이 나와 반가움을 표했다. 이들은 미얀마 인사말인 “밍갈라바”를 외쳤다. 방문자들이 기독교인들이기에 더욱 반가워하는 것이라고 했다. 동행한 선교사는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변화가 미얀마에 찾아오고 있었다.

13일 현지 선교단체에 따르면 미얀마에서 선교가 시작된 것은 약 200년 전이다. 선교 역사는 비교적 오래됐지만 복음 전파율은 높지 않았다. 미얀마는 스리랑카와 불교 종주국 경쟁을 벌일 정도로 뿌리깊은 불교 국가였기 때문이다. 국민들 생활 곳곳에 불교의 영향력이 미치고 있었던 만큼, 그동안 기독교 선교사들은 제대로 된 선교 활동을 하는 게 불가능했다.

뜻밖의 계기로 미얀마 선교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 2021년 코로나팬데믹에 이어 군부 쿠데타가 발생했다. 집권한 군부는 전방위적으로 국민들의 삶을 통제했다. 이에 아웅산 수치 집권 때 나아지는 듯했던 미얀마인들의 삶의 질은 크게 악화됐다. 해외와의 교류는 물론 자유로운 언로가 차단됐다. 물가는 치솟았고 국민소득은 곤두박질쳤다. 금융기관은 유명무실해졌다.

이런 가운데 전체 민족의 약 13%에 불과한 ‘카렌, 친, 카야, 카친’ 등 기독교 민족들이 선봉에 서서 반군부 투쟁을 주도했다. ‘시민 방위군’을 조직해 무력 투쟁을 벌였고 탄압받는 미얀마 국민들의 실상을 전 세계에 알리며 지원을 요청했다. 현재 미얀마 임시정부(NUG)의 수뇌부는 대부분 기독교인으로 구성돼 있다.

민주화 시위에 참여한 에스더(29·여) 씨는 “국민들의 편에 서있다고 여겨지는 세력의 중심에 크리스천이 있다는 사실이 미얀마 국민들의 기독교 인식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과거에 팽배했던 반감은 거의 사라졌고 ‘우리 사람들’이라는 인식이 퍼졌다”고 말했다. 반면 전통신앙인 불교에 대해선 반감이 증폭됐다. 군부에 협조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불교는 인간이 죽어도 그 업에 따라 육도의 세상에서 생사를 거듭한다는 ‘윤회사상’을 퍼뜨리며 국민들이 군부에 순응할 것을 강조했다.

변화하는 분위기에 발맞춰 선교사들의 활발한 활동이 더해졌다. 현지 선교사들은 마을에 들어가 한동안 유치원, 방과후교실 등을 진행하며 지역주민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했다. 학용품·교복 등을 지원했고 놀이터와 운동장을 개보수했으며 보건위생환경 개선에도 힘썼다. 이를 통해 자리를 잡은 후 본격적으로 주일학교, 성인예배 등을 시작하며 전도에 매진했다.

미얀마 곳곳에서 선교 상황이 발전했다. 대표적 선교단체인 여호수아 선교회의 경우 쿠데타 전 100명도 채 안 됐던 성도수가 최근 부쩍 증가해 300명을 넘어섰다. 또 다른 선교 단체는 매년 20명에 불과했던 세례자가 최근에는 50명 이상이 됐다. 현지에서 활동하는 조 베드로 선교사는 “미얀마 선교 역사 200년 만에 지금에야 비로소 선교가 날개를 달 수 있는 획기적 전환기가 마련됐다고 평가한다”며 “앞으로도 씨를 마음껏 뿌리고 그것을 통해 하나님께서 일하시는 것을 바라볼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곤=글·사진 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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