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이준석 모델 검토" "원외는 힘들어"...與 전대전쟁 시작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가 당원투표 80%와 국민 여론조사 20%를 합산해 차기 대표를 선출하기로 13일 결론 내렸다. 지난해 김기현 대표 체제를 탄생시킨 ‘당원투표 100%’ 규정을 1년여 만에 고쳐 다시 여론조사를 반영하도록 당헌·당규 개정안을 의결했다. 김민전 수석대변인은 회의 후 “(민심 비중을) 크게 움직이는 것이 제도의 안정성을 해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있었다”며 “당심의 중요성, 당원 배가 운동 필요성 등의 이유가 있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개정안은 오는 19일 상임전국위원회·전국위원회 의결로 확정된다.
7·23 전당대회 룰이 결정된 이날 유력 당권 주자와 측근들의 움직임은 눈에 띄게 선명해졌다.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전대 출마와 관련해 한동훈 비대위 영입인재였던 정성국 의원은 의원총회 후 기자들에게 “더 이상 (출마 결정을) 미룰 수 없다. 다음 주까지 동향이 확실히 결정될 것”이라며 “곧 한동훈의 시간이 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변 인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한 전 위원장은 사실상 전대 출마로 마음을 굳히고 당 안팎의 인사들과 활발히 접촉하며 출마 시기와 방식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한동훈 비대위에서 당직을 맡았던 장동혁·김형동·박정하·김예지·한지아 의원과 영입 인재인 정성국·고동진·신동욱·박정훈 의원 등이 최근 한 전 위원장과 의견을 나눴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정 의원은 이날 “한 전 위원장이 사람들을 만나면서 '진짜 나하고 같이 갈 수 있는가' 확인하는 단계”라며 “누가 함께할지 보고 (출마를)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전 위원장의 원외 측근 그룹은 구체적인 경선 메시지나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친한계 전직 의원은 통화에서 “한 전 위원장과 2021년 6·11전대 당시 ‘이준석 승리 모델’을 벤치마킹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오프라인 캠프를 최소화하는 대신 높은 인지도와 기민한 온라인 대응으로 열세인 조직력을 극복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한동훈 팬덤’을 이용해 공중전에 집중하겠다는 것으로, 최근에는 “최대한 출마 선언 시기를 늦춰 경쟁 주자들의 공세를 피해야 한다”는 주장도 한 전 위원장에게 전달됐다고 한다.
반면, 경험과 조직력을 갖춘 중진 주자들은 견제구를 던지기 시작했다. 당내 여성 최다선인 나경원 의원은 ‘당대표 후보로 어떤 인사가 와야 하나’라는 취재진 질문에 “당의 모든 에너지를 강하게 응축시키면서 민주당과 필요에 따라 책임 있게 협상을 해야 하는데, 원외 (대표의) 경우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누구를 겨냥한 말은 아니다”라는 단서를 붙였지만, 당에서는 ‘현역 의원이 아닌 한 전 위원장을 염두에 둔 말’이라는 시선이 많다.
나 의원이 이날 당내 최대 연구단체인 ‘국회 인구와 기후 그리고 내일’ 총회를 주재하며 “정회원이 이 정도 되는 포럼은 잘 없을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해석에 힘을 실었다. 이날 총회에는 당 주축인 TK(대구·경북), PK(부산·경남) 지역 의원 15명을 비롯해 30명 가까운 의원이 참석했다. 나 의원은 총회 후 전대 출마 여부를 묻는 기자들에게 “정치의 장은 국회가 될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안철수(4선)·윤상현(5선) 의원도 출마 유력 후보군으로 분류된다. 윤 의원의 경우, 출마로 가닥을 잡고 방송 인터뷰와 특검법 발의, 세미나 개최 등으로 주목도를 높여가고 있다. 윤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총선 패배 책임지고 사퇴한 분도 그 자리에 다시 나오겠다고 한다. 그러면 뭐하러 사퇴했나”라며 “당 대표를 맡는 것이 책임지는 자세라는 논리는 민주당식 궤변”이라고 썼다.
당 일각에서는 쇄신 이미지가 강한 김재섭(초선) 의원의 출마설도 흘러도 나온다. 당사자인 김 의원은 “전대 출마를 진지하게 검토하는 것은 아직 아니다”며 신중한 입장이다. 하지만 국민의힘 관계자는 “김 의원은 수도권 험지에서 당선되며 보수층의 주목을 받은 참신한 인물”이라며 “여당 주류와 원외 쇄신 그룹이 도울 경우 김 의원의 경쟁력도 무시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전대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전 장관 등 거물급 원외 인사들의 출마 여부다. 여권의 대표적인 ‘반윤(반윤석열)’ 주자인 유 전 의원은 최근 페이스북 등을 통해 현안 관련 목소리를 자주 낸다. 지난 7일 한 전 위원장과 나란히 연평해전 동화책 출판 관련 펀딩(모금) 게시물을 올린 게 대표적이다. 유 전 의원의 출마를 두고 주변에선 “이번에 출마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는 의견이 모이고 있다고 한다. 원 전 장관은 지난달 한 전 위원장과의 만찬 회동이 외부에 알려진 뒤 공개 행보를 자제하는 기류다.
황우여 비대위가 단일지도체제를 유지하기로 하면서 대표 후보와 ‘러닝메이트’가 될 최고위원 경선도 예열되는 분위기다. 한 전 위원장이 호흡을 맞출 후보로 친한계 의원들과 함께 윤희숙 전 의원, 김종혁 전 조직부총장, 박상수 변호사 등의 이름이 거론된다. 대표 후보를 내지 못한 친윤계도 최고위원 경선에는 후보를 세울 것으로 보인다. 유상범ㆍ임이자ㆍ신동욱ㆍ조지연 의원 등이 거론된다.
총선 전 친윤 체제를 이끈 김기현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실패한 리더십이 아니라, 당을 살리고 민생을 살릴 수 있는 새롭고 참신한 리더십을 세워야 한다”며 한 전 위원장의 이ㆍ조(이재명ㆍ조국) 심판론, 지구당 부활 주장 등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이날 한 전 위원장 측이 ‘출마도 정치적 책임’이라는 논리를 펴는 데 대해 기자들에게 “그건 궤변”이라고도 했다.
심새롬·이창훈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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