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험담하는 '국기연 일본연구상' 수상자의 실체 [김종성의 '히, 스토리']

김종성 2024. 6. 13.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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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성의 히,스토리] 일본의 대표적 싱크탱크가 마크 램지어와 정대균을 택한 이유

[김종성 기자]

 2023년 5월 7일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확대 회담에서 손을 잡은 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대통령실
지금 일본은 한국의 손을 꼭 잡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윤석열 대통령과 손잡고 다정한 미소를 짓고 있다. 그런데 일본은 고개만 돌아가면 한국을 험담한다. 이런 험담이 학술적 경지로까지 올라가 있다.

지난 11일 일본의 대표적 싱크탱크 중 하나인 국가기본문제연구소가 '국기연 일본연구상' 수상자를 발표했다. 국기연은 홈페이지에서 "정치·경제·안전보장·사회·역사·문화의 각 분야에서 일본에 대한 이해를 증진하고 내외의 우수한 일본 관계 연구를 표창하고 장려하기 위해 헤이세이(平成) 26년에 '국기연 일본연구상'을 창설했다"고 한 뒤 2014년부터 시상된 이 상의 제11회 수상자들을 소개했다.

그런데 국기연은 수상자 모두를 한국을 험담하는 학자들로 채웠다. 일본연구상 본상 수상자는 '위안부는 매춘부'라며 한국을 맹렬히 비판하는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교수다. 한국인들의 식민지배 청산 열망을 야만적으로 폄하하는 인물이 올해 수상자로 결정된 것이다.

수상 소감에서 램지어는 "태평양전쟁의 위안부에 관한 진실은 간단"하다며 "그녀들은 그저 매춘부였습니다"라고 주장했다. 지겹도록 해온 이야기를 수상 소감에서도 되풀이한 것이다. 그러면서 이번 수상이 자신에 대한 격려가 됐음을 강조했다.

"학문을 위해 노력해왔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위안부 연구 관계로 괴로운 고생이 3년간이나 계속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언제나 강하게 지지해 주신 친구 여러분과 따뜻하게 지켜준 가족의 덕분입니다. 위로하고 격려하고 지지해 준 여러분, 그리고 '당신은 (지금) 거론되는 정도로 잔인한 인간이 아니야', '그저 진실을 말했을 뿐이니까 사과하면 안 돼', '옳은 것은 옳은 것이라고 말하면 된다'라며 지켜봐 주신 분들께 마음으로부터 감사를 드립니다."

램지어는 사과할 필요가 없다고 응원해 준 이들에게 감사한다고 밝혔다. 이런 사람에게 상을 주는 것은 '절대 사과하지 말고 하던 대로 계속하라'는 격려가 될 수밖에 없다. 한국에 대한 램지어의 험담을 한층 부추기는 주마가편이 되는 것이다.

정대균 "가해자·피해자론에는 왜곡 또는 편견 가득"
 
 일본의 싱크탱크인 국가기본문제연구소는 제11회 국기연 일본연구상 수상자로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교수와 정대균 도쿄도립대학 명예교수를 선정했다.
ⓒ 국가기본문제연구소
 
일본연구상 특별상 수상자로 결정된 학자는 재일교포인 정대균 도쿄도립대학 명예교수다. 1948년 도쿄에서 북쪽으로 500km 정도 떨어진 이와테현에서 태어나 일본 릿쿄대학과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로스앤젤레스 캠퍼스를 졸업한 뒤 한국 동아대·계명대를 거쳐 도쿄도립대에서 교수로 재직 중인 학자다. 저서로는 <한국 내셔널리즘> <한국이 반일을 멈출 날이 올까> 등이 있다.

정 교수는 수상 소감에서 평소의 불만을 끄집어냈다. "나는 일한관계가 아직도 일본 통치기의 역사에 구속돼 있는 것에 강한 불만을 느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본에 의한 조선 통치는 일반적으로 억압이나 수탈의 역사로 이야기되고, 일·한은 그것을 전제로 가해자 또는 피해자로 행동할 것이 기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일관계가 일제강점기에 얽매이는 것에 대한 불만은 일본보다 한국에서 더 강하다. 식민지배 역사가 하루빨리 청산돼 양국이 좋은 이웃이 되기를 바라는 열망은 한국에서 훨씬 강하다. 극우적 일본인들은 역사를 덮어둔 상태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를 바라는 반면, 대다수 한국인들은 그것을 청산한 상태에서 다음으로 넘어가기를 바라고 있다.

정대균 교수는 혈통은 한국인이지만 전자의 입장에 서 있다. 그가 역사청산 없는 무조건적 화해를 지향한다는 점은 수상 소감에도 나타난다. "위안부 성노예설이 그렇듯이 가해자·피해자론에는 정치적 자의나 왜곡 또는 편견이 가득하며, 그것은 비판되고 묻혀져야 할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위안부들이 일본군에 끌려가 성노예로 착취당했다는 이야기는 멋대로 나온 것이자 왜곡과 편견이 가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교수가 역사 문제를 해결하는 데 관심이 없음을 보여주는 발언이다. 일본의 대표적 싱크탱크가 한국을 험담하는 이런 학자를 특별상 수상자로 결정했으니, 지금의 일본은 '한국을 험담하는 중'이라고 해도 과하지 않다.

정대균 교수의 역사인식은 가문의 내력과도 무관치 않을 듯하다. 아버지인 작가 정연규의 극적인 사상 편력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신뢰할 수 없는 동반자
 
 정대균 교수가 쓴 <한국 내셔널리즘>과 <한국이 반일을 멈출 날이 올까>
ⓒ 이와나미서점/카도카와
 
1899년에 경상도에서 태어나 경성고등보통학교와 한성법률전문학교를 졸업한 정연규는 조선총독부 관리인 아버지나 형과 달리 진보적 입장에 있었다. 그는 항일 정신을 가진 사회주의자였다. 3·1운동 2년 뒤인 1921년에 그의 소설 <혼>과 <이상촌>은 배일 작품으로 규정돼 압수를 당했다. 그해 7월 14일 자 <동아일보>는 <혼>이 발간되기도 전에 압수됐다고 보도했다.

정연규의 글이 발표되기도 전에 제지를 당하는 일은 일본 망명 뒤인 1923년에도 있었다. 그해 9월 1일의 관동대지진(간토대지진)과 이를 계기로 자행된 관동대학살의 희생자들을 위로하는 10월 28일 추도회에서도 그런 일이 일어났다.

정연규는 도쿄에서 열린 이 추도회의 공동 주최자였다. 그날 그는 추도사를 낭독하기로 돼 있었지만, 일본 측의 방해로 하지 못했다. 일본 측이 "우연히 잊어버린 것이니 용서하여 달라"며 그를 달랬다고 11월 1일 자 <동아일보>가 썼다. 12월 19일 자 <동아일보>에는 그가 한국인 희생자들의 유골을 국내로 봉환하는 대담한 계획을 추진 중이라는 보도가 실렸다.

이처럼 제국주의에 대한 저항 정신이 투철했고 일제의 억압도 많이 받았던 정연규는 만주사변 이후에는 전혀 딴판이 됐다. 2019년에 <어문논집> 제77집에 게재된 모희준 선문대 연구원의 논문 '정연규의 과학소설 <이상촌> 연구'는 "재일조선인 작가로 활동하던 정연규는 그러나 1931년 돌연 친일로 돌아선다"라며 "만주사변을 적극 지지하고 선전하는 일에 앞장"섰다고 설명한다.

정대균 교수의 아버지인 정연규는 나중에 뜻을 꺾기는 했지만 한동안 일제의 억압과 핍박을 받았다. 그런데도 정대균 교수는 "억압이나 수탈의 역사"로 일제강점기를 말해서는 안 된다고 수상 소감에서 밝혔다. 정 교수의 일제 옹호 활동이 아버지가 당한 피해마저도 부정할 소지가 크다는 점을 느끼게 된다.

국가기본문제연구소가 얼마나 냉혹한 마음으로 수상자를 결정했을지 생각하게 된다. 이렇게 해서라도 한국에 대한 역사 공격을 강화하려 하고 있으니, 한국에 대한 일본 극우의 험담이 어느 수준까지 갔는지를 느낄 수 있다.

윤석열 정권이 일본과 손잡는 것은 북한을 견제하기 위해서겠지만, 일본이 한국과 손잡는 것은 그보다는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한국이 일본과 손잡는 것은 결과적으로 북한뿐 아니라 중국·러시아와도 적대하는 길이 된다. 한국 입장에서는 모험이다.

모험을 함께하는 동반자는 무엇보다 믿을 만해야 한다. 신뢰할 수 없는 동반자와 손잡고 모험에 나서는 것은 위험을 가중시킨다. 한국과 손잡은 순간에도 일본은 램지어나 정대균 같은 이들을 앞세워 한국을 험담하고 있다. 그런 극우세력이 주도하는 일본과 손잡은 윤석열 정권의 앞날이 밝아 보이지 않은 것은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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