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 휴진' 앞두고 빅5 잠잠…정부 "일방적 예약 취소땐 엄정 대응"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예고한 18일 전면휴진에 서울대병원 등 주요 대학병원 교수들이 참여하기로 한 가운데, 진료 일정을 실제로 조정하는 움직임은 본격화하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병원이 휴진을 불허하는 데다, 일부 병원 노조는 진료일정 업무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실제 휴진율은 높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부는 일방적인 진료 예약 취소행위를 진료거부로 보고 엄정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면 휴진’ 결의에도…진료조정 움직임 잠잠
13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 ‘빅5’ 병원에서 의대 교수들의 휴진이 공식적으로 승인된 사례는 아직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의대·병원 교수가 진료 일정을 조정하려면 연차와 보충 진료계획서를 미리 내는 등 사전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휴진 불허 방침을 세웠기 때문에 내부 전산 시스템에서 연가 관련 결재가 이뤄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전날(12일) 휴진 절차를 문의한 교수가 10명도 안 되는 상황”이라며 “연가 신청을 한다고 해도 병원장 승인이 필요한데 아마 (원장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휴진으로 연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17일부터, 연세대 의대 비대위는 27일부터 무기한 집단 휴진을 결의했다. 이와 별도로 빅5 병원 등 주요 대형병원 교수들은 의협이 주도하는 18일 전면 휴진에 동참하기로 결정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에 따르면 소속된 40개 의대 가운데 31개 의대(12일 기준)가 의협 휴진에 참여하기로 했다.
의료계에선 “진료 조정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보니 휴진 결의는 선언적인 의미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빅5 병원의 한 관계자는 “진료 일정을 조정해달라고 요청한 교수는 아직 한 명도 없다”라며 “있더라도 3~5명 수준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빅5 관계자는 “지방 환자가 50%를 넘기 때문에 늦어도 1~2주 전에는 일정 조정을 해야 하는데 시간이 촉박하다”며“지난 4월 휴진 때에도 참여율이 극히 저조했다. 이번에도 그럴 것이고 관련 문의도 없다”고 말했다. 전의교협 관계자(빅5 의대 교수)는 “휴진을 위해선 교수들이 개인적으로 환자에게 연락하는 방법이 그나마 현실적인데 쉽지 않은 상황이라 교수들의 실제 휴진 참여율이 저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진료 변경을 도와야 하는 직원들도 협조적이지 않다. 지난 10일 분당서울대병원 노동조합에 이어 13일 세브란스병원 노조도 교수 집단행동으로 인한 진료 연기나 예약 취소 등의 업무를 일체 거부하기로 했다. 세브란스병원 노조는 이날 “극단적 가정이지만 교수들이 동시에 모두 집단휴진에 돌입하는 날엔 3개 병원(세브란스·강남세브란스·용인세브란스) 1일 평균 외래환자 1만7000여명의 진료 예약은 기약 없이 미뤄지고, 생사의 갈림길에 있는 500여명의 수술이 연기되며, 3000여명의 재원 환자는 불안한 상태에 놓일 것”이라고 밝혔다. 분당서울대병원 노조 관계자는 “노조 압박에 따라 휴진 결정을 철회한 교수도 있지만 일부는 전화를 직접 돌리며 진료 변경에 나선 교수가 있다”고 전했다.
서울대 의대 교수 비대위 측은 진료 조정 관련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 강희경 비대위원장은 “(병원장 휴진 불허에 따라) 교수 개인이 연락을 돌려야 하는 상황이다. 비대위에서 취소 문자를 일괄적으로 보내주고 있다”며 “다음 예약까지 도와주는 시스템을 구축해 환자·교수의 불편을 줄이려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환자 카페에서는 “24일 (서울대병원에서) 초음파 검사 취소 문자를 받았다. 황당하다” “환자들은 예약 날짜만 기다리고 있는데 취소라니” 등과 같은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정부는 일방적인 예약 취소에 대해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의료법은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개설자가 진료 요청을 받으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이를 위반할 경우 벌칙을 명시하고 있다”라며 “이미 예약이 된 환자에게 환자의 동의와 구체적인 치료계획 변경 없이 일방적으로 진료 예약을 취소하는 것은 의료법이 금지하는 진료 거부에 해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불법행위에는 엄정 대응하겠다. 환자가 아니라 의사가 ‘노쇼(예약 부도)’하면 안 되지 않겠나”라고 했다.
정부는 의협 휴진과 관련해선 전국 의료기관 3만6000여곳에 진료 명령과 휴진 신고 명령을 내린 상태다. 의협이 총궐기대회를 진행하는 18일엔 전체 의원급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집단행동에 따른 것인지 등을 포함해 휴진 여부를 전화로 개별 확인한 뒤 시·군 단위로 휴진율이 30%를 넘으면 업무개시 명령도 내리고, 명령을 불이행했을 땐 행정처분과 처벌에 들어갈 예정이다.
의협은 이날 대한의학회, 전의교협, 전국의대교수 비대위, 서울대 의대 비대위 등과 연석회의를 한 뒤 브리핑을 열고 “정부의 전향적인 입장 변화가 있다면 휴진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협은 늦어도 14일까지 ▶전공의 행정처분 취소 ▶의대 증원 원점 재논의와 같은 대정부 요구안을 정리해 발표하기로 했다. 최안나 의협 대변인은 “이번 주말까지 정부가 입장 변화를 보이지 않으면 다음 주부터 예정된 전국 휴진사태를 막지 못할 것”이라며 “정부가 답을 줄 시간”이라고 말했다.
최 대변인은 “이날 연석회의에서 교수 등 모든 직역이 의협 중심의 단일창구를 만들겠다고 뜻을 모았다”고 했다. 이날 연석회의에는 전공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참석하지 않았다.
채혜선·남수현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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