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1400억 과징금 부과에 쿠팡 “유통 고유 권한, 역차별” 반발
쿠팡이 공정거래위원회의 ‘1400억원 과징금 부과’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며 행정소송을 예고했다. 앞서 공정위는 쿠팡이 검색 순위 조작 등을 통해 직매입 상품과 자체 브랜드(PB) 상품 등 ‘자기 상품’을 사이트 상단에 배치해 소비자를 기만했다며 제재에 나섰다. 이커머스 업계는 규제 강화 움직임에 촉각을 세우면서도 이번 사건은 ‘쿠팡의 사례일 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13일 쿠팡은 입장문을 내고 “상품 진열은 유통업의 본질이자 고유 권한”이라며 “주요 온·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비슷한 알고리즘을 사용한다고 주장했음에도 공정위가 이를 무시했다”고 반발했다. ‘쿠팡랭킹순’은 소비자 선호도 등에 따라 제품이 추천되고, 자기 상품이 선호도가 높은 만큼 이 순위를 고지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쿠팡은 편의점과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업체 역시 PB 상품을 이른바 ‘골든존’(높이 170㎝ 이하) 매대에 배치해 최소 30~40% 매출을 늘리고 있다며 형평성에 어긋나는 제재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 측은 “이번 건은 온라인 플랫폼이자 상품 판매자로서 이중적 지위를 가진 사업자가 자기 상품을 중개 상품보다 검색 순위에서 우선 노출한 행위를 제재한 것”이라며 “오프라인 진열의 경우 위치와 순위가 무관하고 매장 전체를 둘러보며 상품을 탐색할 수 있다”며 성격이 다르다고 규정했다. 하지만 쿠팡은 “오프라인 진열과 온라인 검색 순위는 실질적으로 차이가 없다”며 다시 맞섰다.
이날 공정위는 쿠팡이 검색 순위 알고리즘 조작, 임직원의 구매 후기 작성·높은 별점 부여로 자사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되고 있는 21만 개 입점업체의 4억 개가 넘는 중개 상품보다 자기 상품을 검색순위 상위에 올리는 위계 행위를 했다며 과징금 1400억원을 부과했다. 더불어 쿠팡과 PB 상품을 전담해 납품하는 자회사 CPLB을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쿠팡은 “소비자와 경쟁업체가 얼마나 피해를 입었는지, 임직원 상품평으로 검색 순위가 올라갔는지 등에 대한 근거가 없다”며 반발했다. 현재 쿠팡의 직매입 상품 수는 600만 개, PB 상품 수는 1만5000여 개로 전체 매출의 90%를 차지한다.
쿠팡은 이번 제재로 새벽·당일·익일배송 등 ‘로켓배송’ 운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주장도 폈다. 이제까지 직매입 등에 따른 비용 절감으로 빠른 배송과 무료 반품을 제공해왔다는 설명이다. 쿠팡 측은 “많은 국민의 합리적 선택을 받은 로켓배송이 소비자 기망이라고 주장하는 공정위 결정은 소비자 선택권을 무시한 시대착오적 조치”라고 비판하며 “행정소송을 통해 법원에서 부당함을 적극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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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플랫폼 업계 긴장
온라인 플랫폼 업체들은 동종업체인 쿠팡이 1400억 규모의 과징금 제재를 받은 것에 대해 조심스러워하면서도 “쿠팡의 문제일 뿐”이라며 PB 상품이나 알고리즘 운영에 대한 전체 이슈로 번지는 상황을 경계했다. 하지만 공정위가 시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힌 만큼 업계는 긴장하는 모습이다.
시장 지배력이 있는 사업자가 알고리즘 조작을 통한 자사 상품·서비스 우대로 과징금이 부과된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다. 지난달 27일 공정위는 ‘AI와 경쟁 정책’ 콘퍼런스를 열고 네이버·카카오를 예로 들었다.
네이버는 2020년 검색 알고리즘을 바꿔 ‘스마트 스토어’, ‘네이버TV’를 검색 결과 상단에 노출한 혐의로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267억원을 부과받았다. 지마켓, 옥션 등 경쟁사 상품보다 네이버에 입점한 상품을 먼저 보이도록 인위적 조작을 했다는 것이 공정위 판단이다. 지난해 1월 서울고등법원은 “불공정 거래에 해당한다”며 공정위 손을 들어줬다. 네이버는 이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카카오모빌리티(이하 카모)도 지난해 자회사가 운영하는 ‘카카오T블루’를 일반 택시보다 우대해 과징금 257억원을 부과받았다. 공정위는 카모가 수수료를 받는 카카오T블루 운행 건수를 늘리기 위해 승객들의 호출(콜)을 가맹 택시에 몰아주거나, 수익성이 낮은 단거리 배차를 제외하는 시스템을 사용한 것으로 봤다.
특히 쇼핑·호텔 예약처럼 소비자 검색 결과가 구매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자는 ‘00랭킹’ 등 자체 상품정렬 방식을 쓰는 경우가 많은데 공정위 논리대로라면 이 부분이 알고리즘 조작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김철웅 기자 kim.chulwo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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