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안 앞둔 플라스틱 국제협약, 삼성·LG·CJ 등 대기업 순환경제 전략은?

김지연 2024. 6. 13. 18: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내 주요 기업 및 전문가, 플라스틱 순환경제 전환서 기업 역할 강조

[김지연 기자]

 지난 12일 2024 기후경쟁력포럼에 참여한 양경모 삼성전자 글로벌 EHS센터 순환경제연구소 랩장은 순환경제 전환을 위해서는 공급망 구축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 그리니엄
 
"예전에는 만들고 싶은 제품을 만들었다면, 이제는 과거와 달라져야 한다. 어떤 경제체제에서, 누구와 만들지 공급체계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양경모 삼성전자 글로벌 EHS센터 순환경제연구소 랩장이 지난 12일 '2024 기후경쟁력포럼'에서 밝힌 말입니다. 포럼은 서울 영등포구 한국경제인협회(FKI) 타워에서 열렸습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과 경제지 비즈니스포스트가 공동 주최했습니다. 이날 포럼은 플라스틱 국제협약과 순환경제를 주제로 진행됐습니다.

유엔환경총회 결의안에 따라 국제사회는 2024년까지 플라스틱 국제협약과 관련한 연내 작업을 마무리해야 합니다. 협약 마련을 위한 마지막 회의는 오는 11월 부산에서 열립니다.

국내 산업계 역시 플라스틱 국제협약의 성안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플라스틱이 식음료·화학·건설·섬유·전자기기 등 거의 모든 업종에 걸쳐 사용되는 만큼, 협약 발효 시 거의 모든 산업이 규제 영향권에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포럼에서는 플라스틱 감축을 위해 산업계가 어떤 노력을 진행 중인지 관련 사례 발표와 패널토론이 이어졌습니다. ▲삼성전자 ▲LG화학 ▲LG전자 ▲CJ제일제당 등 대기업에서 주요 관계자가 패널로 참석했습니다.

삼성전자 "제조업 고민, 원료 구입서 조달·처리로 확장"

삼성전자는 순환경제 전환으로의 핵심으로 공급망 구축을 꼽았습니다. 양 랩장은 삼성전자가 국내 제조업계에서 '동맥산업' 역할을 이어왔단 점을 언급했습니다. 동맥산업은 상품을 생산하는 산업을 말합니다. 이와 달리 '정맥산업'은 사용된 제품을 회수해 재활용하는 산업을 일컫습니다.

기존 석유화학 기반에서는 원료 공급에 대해 별다른 고민이 요구되지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허나, 이제 순환경제 사회로 진입하기 위해선 기업들 역시 정맥산업의 역할을 고민해야 한단 것이 양 랩장의 설명입니다.

또 그는 "원료를 어디서 조달하고 어떻게 처분할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일례로 삼성전자는 2022년부터 폐어망 재활용 플라스틱 소재 사용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시작은 50톤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국내 다른 기업들 역시 폐어망을 활용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과 공급체계가 확대됐다고 그는 밝혔습니다.

한편, 양 랩장은 향후 순환경제 전환에 있어 주요 과제로 기계적 재활용 고도화와 화학적 재활용 기술개발을 꼽았습니다. 기계적·화학적 재활용 각각의 장단점이 뚜렷한 만큼 함께 고려돼야 한다는 말입니다.

이와 함께 현재 삼성전자는 폐발포폴리스티렌(EPS)을 고품질 플라스틱(ABS)으로 업사이클링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EPS는 일명 스티로폼으로 불립니다.
 
 오는 9월 LG화학의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생산시설이 충남 당진에서 준공될 예정이다. 김용 LG화학 서큘러 전략팀장은 해당 시설이 아시아 최초의 2만 톤 규모 화학적 재활용 공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 LG화학
LG화학 "아시아 최초 화학적 재활용 시설, 9월 준공"

김용 LG화학 서큘러 전략팀장은 먼저, "화학사로서 마음이 무겁다"며 책임을 통감한다며 서두를 열었습니다. 이어 LG화학은 기후대응과 플라스틱 감축을 위해 전력과 재품 포트폴리오를 모두 바꾸고 있다고 그는 강조했습니다. 바이오 기반 소재 '바이오 순환'과 기계적·화학적 재활용 소재 '재활용 순환'의 두 가지 순환을 구축한단 것이 사측의 전략입니다.

오는 9월에는 아시아 최초의 화학적 재활용 공장이 준공을 마칠 예정입니다. 충남 당진 석문산업단지에 건설 중인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생산시설입니다. 해당 시설은 영국 무라테크놀로지와 협업해 초임계 열분해 기술이 적용됐습니다.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연 2만 톤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김 팀장은 "비슷한 상황인 일본 화학사 미쓰비시보다 조금 더 빠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LG화학이) 아시아 최초의 2만 톤 규모 화학적 재활용 공장을 가동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이날 패널토론에 참석한 LG전자의 홍성민 ESG전략실장 역시 플라스틱 순환 구현의 중요성을 언급했습니다. 홍 실장은 "화학이 기술을 개발한다면 시너지를 내는 건 전자"라면서 소비재 기업의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LG그룹의 고민, 특히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고객에게 잘 알릴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말입니다.

LG전자는 순환소재를 제품에 지속적으로 활용하려 한단 것. 홍 실장은 "고객들이 (가치를) 이해하고, 그것들이 판매로 실현되는 것까지 만들어야 실제로 플라스틱 순환이 구현되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왼쪽부터 패널로 참석한 양경모 삼성전자 순환경제연구소 랩장, 김용 LG화학 서큘러 전략팀장, 홍성민 LG전자 ESG전략실장, 문상권 CJ제일제당 바이오BMS 사업부장.
ⓒ 그리니엄
 
CJ제일제당 "생분해 플라스틱 PHA, '완벽한 순환' 잠재성 높아"

식품 기업으로 알려진 CJ제일제당은 대체소재 개발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CJ제일제당은 발효 기술을 기반으로 바이오 기반 생분해 플라스틱 소재 '폴리하이드록시알카오에이트(PHA)'를 개발 중입니다. PHA는 미생물 기반 생분해 플라스틱입니다.

물론 생분해 플라스틱 역시 기존 플라스틱과 마찬가지로 미세플라스틱 오염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는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문상권 CJ제일제당 바이오BMS 사업부장은 "시간의 문제"라고 밝혔습니다. PHA가 초기 분해 과정에서 미세플라스틱처럼 잘게 쪼개지는 것은 맞습니다. 단, 이후 미생물에 의해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되는 과정을 거친다는 것이 그의 말입니다.

문 부장은 "(순환경제 전환은) 누가 가장 효율적인 탄소원을 찾느냐의 게임"이라고 언급했습니다. 가장 효율적인 탄소원 중 하나로 그는 PHA의 잠재성이 높단 점을 피력했습니다. 현재 PHA는 식물성 원료를 발효해 생산됩니다. 이에 폐PHA는 바이오매스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향후 바이오매스를 원료로 하는 PHA 생산 기술이 상용화 된다면 순환이 가능합니다.

다만, 사용후 PHA 수거가 가능하겠느냐는 그리니엄의 질문에 문 부장은 "민간 기업이 별도로 수거하기는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공공 영역의 힘을 빌려야 한단 것. 이에 환경부와 논의해 기존 퇴비화 시설이나 바이오가스화 시설을 통해 실증 작업을 준비 중이라고 문 부장은 설명했습니다.

한편, 이와 관련해 환경부의 설명을 듣기는 어려웠습니다. 관계자 대부분이 일찍 자리를 뜬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주최 측에 의하면, 패널토론 사전질문에서는 환경부의 입장에 대한 질문이 쏟아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좌장을 맡은 양춘승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상임이사는 패널토론 진행에 앞서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비영리기구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는 2023년 플라스틱공시를 시작했다. 지난 3월 첫 공시 결과를 확인한 결과, 한국 기업의 관리수준이 해외 대비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플라스틱 국제협약 성공하려면? 교토의정서 기억해야

한편, 이날 패널토론에서는 플라스틱 국제협약의 성공적인 이행을 위한 전문가들의 조언이 잇따랐습니다. 김태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수석연구원은 기후대응에서의 교토의정서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교토의정서가 "구속력이 있었음에도 누구도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구속력 있는 협약을 만든다고 구속력이 생기지 않는다. 핵심은 기업들이 이러한 협약을 어떻게 해석할 것이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 김 수석연구원의 말입니다.
따라서 그는 "행동하는 기업이 경제적으로 보상받을 수 있는 수단"을 강조했습니다. 대표적 사례가 '기후공시'입니다. 기업은 기후노력을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기업 가치 제고와 녹색투자 유치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를 플라스틱에 적용하려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비영리기구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가 2023년 시작한 '플라스틱 공시'입니다. 첫 플라스틱 공시 결과는 지난 3월 발표됐습니다. 국내 기업도 78개 기업이 플라스틱 공시에 참여했습니다.

김 수석연구원은 플라스틱 공시 결과, 국내 기업의 관리수준이 해외 대비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밸류체인(가치사슬) 내 잠재적 플라스틱 리스크를 식별한 기업은 12%에 불과했습니다. 해외 기업이 23%였단 점과 비교됩니다. 플라스틱 목표를 수립한 기업도 19%로, 해외 기업 39%에 비해 현저히 낮았습니다.

김 수석연구원은 "플라스틱 문제가 환경 이슈를 넘어 어떻게 주류경제로 들어오게 할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파편적 노력이나 홍보성 개별 활성이 아닌 전반적 과정에서 체계를 갖고 이행하는 기업이 경제적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임송택 에코네트워크 연구소장은 현재 재활용 중심의 접근법이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재활용 중심은 관련 기반이 갖춰진 선진국의 시각이라는 설명입니다. 이어 그는 현재 세계 플라스틱 중 무단 투기가 25% 이상이란 점을 언급했습니다. 따라서 순환경제 전환을 위해서는 개발도상국에 대한 선진국의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후테크·순환경제 전문매체 그리니엄(https://greenium.kr/)에도 실립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