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릿 보호도 좋지만…빌리프랩 ‘물귀신’ 해명이 부른 치명상 [D:이슈]

박정선 2024. 6. 13.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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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를 보호하고, 부정적 이슈에 대처하는 '리스크 관리' 능력은 케이팝(K-POP) 소속사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하이브 산하 레이블이자 그룹 아일릿 소속사 빌리프랩의 최근 행보에선, 아티스트에 대한 리스크 관리 능력의 중요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소속 아티스트를 보호한다는 명목 아래 주위를 둘러보지 못하고 앞만 보고 달리다가 이 일과 전혀 관계가 없는 아이돌을 언급하고, 그들의 팬덤에 불쾌함을 준 빌리프랩도 수많은 대중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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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를 보호하고, 부정적 이슈에 대처하는 ‘리스크 관리’ 능력은 케이팝(K-POP) 소속사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최근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 1위를 넘어 세계적인 기업으로 거듭난 하이브와 산하 레이블은 경영권 싸움으로부터 파생된, 소속 아티스트 둘러싼 위험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각종 수(數)를 두고 있다.

ⓒ빌리프랩 유튜브

하이브 산하 레이블이자 그룹 아일릿 소속사 빌리프랩의 최근 행보에선, 아티스트에 대한 리스크 관리 능력의 중요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한 지붕 식구이기도 한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경영권 분쟁의 또 다른 ‘발단’이라고 지목하며 아일릿과 어도어 소속 그룹 뉴진스 간의 표절 및 유사성 의혹을 제기한 것에 대한 대응 속에서 빌리프랩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선’과 ‘최악’을 동시에 넘나들고 있다.

앞서 빌리프랩은 지난달 22일 민 대표 측의 아일릿 표절 의혹 제기와 관련해 “사실이 아니”라는 공식 입장과 함께 업무방해와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해당 의혹이 사실과 다름을 증명하는 근거자료 역시 사법기관에 제출했다. 빌리프랩의 이 같은 조치는 아티스트를 보호해야 하는 소속사로서는 최선의 조치였다. 법적인 절차에 따라 시시비비를 가려내고 ‘아류 그룹’ ‘짝퉁 그룹’으로 낙인찍힌 아일릿에 대한 오명을 벗는 게 우선이다.

여론도 비교적 나쁘지 않았다. 그것이 그룹을 향한 ‘동정’에 가까웠을지라도, 대중은 다른 그룹에 대해 낙인을 찍은 민 대표의 언행이 매우 부적절하다는 것에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사실상 이제 갓 데뷔한 신인으로 콘셉트나 음악 등에 깊이 관여할 수 없는 아일릿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면서 가혹한 ‘낙인’을 찍으려 했던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런데 지난 10일 추가 해명을 위해 제작해 공개한 영상은 오히려 아일릿을 향한 우호적인 여론까지도 등을 돌리게 했다. 민 대표의 주장을 반박하려는 의도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법적 판단을 끌어내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을 고려하면, 당장 활동을 이어나가야 하는 아일릿과 소속사 입장에선 일단 ‘표절 그룹’이란 이미지를 벗는 것이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아일릿을 보호하려는 과정 속에서 빌리프랩은 되돌리기 힘든 오류를 범했다. 해명 과정에서 다른 아이돌을 끌어들이면서 케이팝 팬덤 전체를 적으로 돌리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 빌리프랩 김태호 대표는 “아티스트를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의 언급은 최소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식의 주장은 이른바 좌표를 찍는 거다. 본인을 지지하고, 생각에 동의하는 아이돌 팬들에게 ‘아일릿을 비난하고 욕하라’고 지시한 것과 같다”고 말했다.

민 대표의 발언으로 아일릿이 “실제로 피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우리가 표절이라면 이들도 표절”이라며 현재 활동하고 있는 다수의 아이돌 그룹의 팀명을 노출한 것을 분명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간 아일릿에 우호적인 반응을 보였던 이들도 이번 빌리프랩의 대응을 두고 오히려 “아티스트(아일릿)를 사지로 몰아넣는 해명”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해당 영상은 현재(13일 오전 11기 시준) 조회수 102만3102회를 넘어섰고, 댓글은 무려 5만1040개가 달렸다. 빌리프랩은 “민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표면상으로는 화해의 제스처를 보였지만, 정작 본인의 행위로 인해 심각한 악플에 시달리는 무고한 피해자들에게 단 한마디 사과와 반성도 없었다”고 꼬집었다.

소속 아티스트를 보호한다는 명목 아래 주위를 둘러보지 못하고 앞만 보고 달리다가 이 일과 전혀 관계가 없는 아이돌을 언급하고, 그들의 팬덤에 불쾌함을 준 빌리프랩도 수많은 대중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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