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서 수년까지, 매번 다른 여진 기간..…부안은 얼마나 갈까

정은혜 2024. 6. 13. 17:0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3일 전북자치도 부안군 행안면 한 주택가 담장이 전날 발생한 4.8 규모의 지진으로 붕괴돼 있다.뉴스1


12일 오전 8시 26분 전라북도 부안군에서 발생한 규모 4.8 지진 이후 13일 현재까지 17차례 여진이 나타났다. 최대 규모는 3.1이다. 기상청은 이번 지진으로 인한 여진이 한 달 이상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박순천 기상청 지진화산연구과장은 “비교적 부안에서 가까운 충북 괴산 지진(2022년)은 규모가 4.1이었고 여진이 20일가량 이어진 점을 고려하면, 이번 여진도 최소 한 달 이상 나타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더 오랜 기간 여진이 이어질 수도 있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도 “국내 지진 기록에 근거해서 보면 최소 한 달에서 1년까지도 여진이 나타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여진은 지진(본진) 뒤에 나타나는 작은 규모의 지진을 말한다. 지진은 지각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단층이 임계점 이상의 응력(스트레스)을 받으면 발생하는데, 한 번의 지진으로 해소될 만큼 이동할 수 없기 때문에 단층 곳곳에서 여진이 나타난다. 단층 크기, 응력의 세기, 단층 구성과 단층면 생김새에 따라 여진 기간과 규모도 달라진다. 김성룡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단층면이 반듯한 네모 면으로 생겨서 한 번에 움직인다면 여진이 나지 않겠지만, 일부는 많이 움직이고 일부는 덜 움직인 부분이 있기 때문에 나머지가 조금씩 이동하면서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여진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김경진 기자


전북 지역은 단층 조사가 미비했던 만큼 향후 부안 지진은 여진 전망도 어려운 상태다. 홍태경 교수는 “어떤 단층이 얼만큼의 응력을 받아 나타난 것인지 파악되지 않았기 때문에 여진 최대 규모를 예측할 수 없는 상태”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다행인 건, 여진이 약화하는 추세로 보인다는 것”이라며 “현재로써는 큰 규모의 단층이 큰 응력을 받는 상태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기상청에 따르면 마지막 여진이 관측된 건 전날 오후 5시 52분(규모 1.2)이었다.


단층 파악에 한계…종잡을 수 없는 여진

학계에서는 여진 예측이 쉽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현대 기술로는 수억~수십억년에 걸쳐 형성된 지각의 단층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고 단층에 따라 기간과 빈도, 규모가 모두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2017년 11월 15일 발생한 포항 지진(규모 5.4)은 이듬해 5월까지 615회의 크고 작은 여진을 일으켰다. 반면 2007년 1월 20일 강원 평창군 오대산에서 발생한 규모 4.8 지진은 이번 부안 지진과 규모도 같고 전국에서 유감 신고가 나타날 정도로 진동이 강했지만, 사람이 의식하지 못할 정도의 소규모 여진이 이틀 간 4차례 나타난 것으로 기록됐다.

2018년 10월 부산 서구 송도초등학교에서 열린 지진 대피훈련 모습. 지진경보가 울리자 4~6학년 200여 명의 학생들이 신속하게 대피하고 있다. 이번 훈련은 경주시 남남서쪽 8km 지점에서 6.5 규모의 지진이 발생해 학교에 심한 건물 진동과 대형 화재가 발생하는 복합재난 상황을 가상해 진행했다. 송봉근 기자


어디까지가 여진인지 정의하기도 어려운 경우도 있다. 박순천 과장은 “경주에서는 지금도 미소 지진(규모 2.0 이하)이 발생하고 있는데, 학계에서 정의하기에 따라서는 이 역시 2016년 경주 대지진의 여진으로 볼 수 있다”며 “그렇게 볼 경우 여진이 8년째 이어지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뒤에 오는 지진이 앞선 지진보다 규모가 작을 것이란 보장도 없다. 경주 지진은 2016년 9월 12일 규모 5.1의 큰 지진이 발생한 지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했다. 규모 5.8은 국내 계기 관측 이래 가장 규모가 큰 지진이었다. 이런 경우 뒤에 온 지진은 여진이 아닌 본진이 되고 앞선 지진은 전진이 된다. 이후에는 규모 2 수준의 여진이 나타나다, 7일 만에 돌연 규모 4.5의 강한 여진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경북과 전북까지 주택에 금이 가거나 담장이 파손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면밀한 여진 조사로 단층면 연구해야”


정근영 디자이너

그나마 여진이 단층 조사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소식이다. 관계 기관과 학계는 부안 지진 직후 현장에 지진계를 설치해 단층 조사를 시작했다. 김성룡 교수는 “한국은 그동안 여진과 미소지진에 대한 관심이 적은 편이었는데, 이들을 연구해 알려지지 않은 단층면을 파악하는 데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