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서 수년까지, 매번 다른 여진 기간..…부안은 얼마나 갈까
12일 오전 8시 26분 전라북도 부안군에서 발생한 규모 4.8 지진 이후 13일 현재까지 17차례 여진이 나타났다. 최대 규모는 3.1이다. 기상청은 이번 지진으로 인한 여진이 한 달 이상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박순천 기상청 지진화산연구과장은 “비교적 부안에서 가까운 충북 괴산 지진(2022년)은 규모가 4.1이었고 여진이 20일가량 이어진 점을 고려하면, 이번 여진도 최소 한 달 이상 나타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더 오랜 기간 여진이 이어질 수도 있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도 “국내 지진 기록에 근거해서 보면 최소 한 달에서 1년까지도 여진이 나타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여진은 지진(본진) 뒤에 나타나는 작은 규모의 지진을 말한다. 지진은 지각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단층이 임계점 이상의 응력(스트레스)을 받으면 발생하는데, 한 번의 지진으로 해소될 만큼 이동할 수 없기 때문에 단층 곳곳에서 여진이 나타난다. 단층 크기, 응력의 세기, 단층 구성과 단층면 생김새에 따라 여진 기간과 규모도 달라진다. 김성룡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단층면이 반듯한 네모 면으로 생겨서 한 번에 움직인다면 여진이 나지 않겠지만, 일부는 많이 움직이고 일부는 덜 움직인 부분이 있기 때문에 나머지가 조금씩 이동하면서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여진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전북 지역은 단층 조사가 미비했던 만큼 향후 부안 지진은 여진 전망도 어려운 상태다. 홍태경 교수는 “어떤 단층이 얼만큼의 응력을 받아 나타난 것인지 파악되지 않았기 때문에 여진 최대 규모를 예측할 수 없는 상태”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다행인 건, 여진이 약화하는 추세로 보인다는 것”이라며 “현재로써는 큰 규모의 단층이 큰 응력을 받는 상태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기상청에 따르면 마지막 여진이 관측된 건 전날 오후 5시 52분(규모 1.2)이었다.
단층 파악에 한계…종잡을 수 없는 여진
학계에서는 여진 예측이 쉽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현대 기술로는 수억~수십억년에 걸쳐 형성된 지각의 단층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고 단층에 따라 기간과 빈도, 규모가 모두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2017년 11월 15일 발생한 포항 지진(규모 5.4)은 이듬해 5월까지 615회의 크고 작은 여진을 일으켰다. 반면 2007년 1월 20일 강원 평창군 오대산에서 발생한 규모 4.8 지진은 이번 부안 지진과 규모도 같고 전국에서 유감 신고가 나타날 정도로 진동이 강했지만, 사람이 의식하지 못할 정도의 소규모 여진이 이틀 간 4차례 나타난 것으로 기록됐다.
어디까지가 여진인지 정의하기도 어려운 경우도 있다. 박순천 과장은 “경주에서는 지금도 미소 지진(규모 2.0 이하)이 발생하고 있는데, 학계에서 정의하기에 따라서는 이 역시 2016년 경주 대지진의 여진으로 볼 수 있다”며 “그렇게 볼 경우 여진이 8년째 이어지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뒤에 오는 지진이 앞선 지진보다 규모가 작을 것이란 보장도 없다. 경주 지진은 2016년 9월 12일 규모 5.1의 큰 지진이 발생한 지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했다. 규모 5.8은 국내 계기 관측 이래 가장 규모가 큰 지진이었다. 이런 경우 뒤에 온 지진은 여진이 아닌 본진이 되고 앞선 지진은 전진이 된다. 이후에는 규모 2 수준의 여진이 나타나다, 7일 만에 돌연 규모 4.5의 강한 여진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경북과 전북까지 주택에 금이 가거나 담장이 파손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면밀한 여진 조사로 단층면 연구해야”
그나마 여진이 단층 조사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소식이다. 관계 기관과 학계는 부안 지진 직후 현장에 지진계를 설치해 단층 조사를 시작했다. 김성룡 교수는 “한국은 그동안 여진과 미소지진에 대한 관심이 적은 편이었는데, 이들을 연구해 알려지지 않은 단층면을 파악하는 데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동무는 남조선 혁명하시오"…18세 김동식, 인간병기 되다 | 중앙일보
- 30대 남성 보호사가 50대 여성 몸 올라타 폭행…정신병원 CCTV 충격 | 중앙일보
- "아버지 이런 사람이었어요?" 암 진단 뒤 딸에게 온 '현타' | 중앙일보
- "손흥민 다리 부러뜨리자"…중국, 도 넘은 '휠체어 합성사진' | 중앙일보
- 현주엽 "겸직·근무태만 의혹 정정보도…실추된 명예 회복할 것" | 중앙일보
- 385만원 디올 가방, 원가 8만원이었다…명품 '노동착취' 민낯 | 중앙일보
- 최현우 "마술로 로또 1등 번호 맞혔다가 고소당할 뻔"…무슨 일 | 중앙일보
- 환자 10명 마취 시켜놓고 성폭행까지…끔찍한 수술대, 결국 | 중앙일보
- 남편 '시한부' 판정에 충격받은 아내, 3일 먼저 사망…무슨일 | 중앙일보
- [단독] "이재명, 김성태 모를수 없었다" 검찰이 법정서 꺼낼 세 장면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