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피플] "서운하게 끝나면 안 된다” 그 한 마디가 이재원을 일으켰다
차승윤 2024. 6. 13. 16:33
김경문 한화 이글스 감독의 독려에 베테랑 포수 이재원(36)이 다시 일어날 힘을 얻었다.
이재원은 지난 12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모처럼 선발 포수로 마스크를 썼다. 주전 포수 최재훈이 전날 허벅지 불편감을 느끼면서 휴식을 취한 덕이었다. 주전 공백은 없었다. 11일에도 최재훈 대신 2타수 2안타를 친 이재원은 12일엔 4타수 3안타로 이틀 연속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의외의 활약이다. 이재원은 지난 2019년부터 해마다 타격 성적이 나빠졌다. 급기야 지난해 타율이 0.091까지 떨어졌다. 결국 소속 팀이었던 SSG 랜더스에 방출을 요청했고, 그 결과 올해 한화로 이적했다. 한화에서도 타율이 0.179를 기록하다가 4월 30일 말소됐는데, 11일과 12일 활약 덕에 타율이 0.294까지 올라왔다.
이재원은 활약에도 담담했다. 그는 "일단 타석에서 느낌은 괜찮다. 하지만 지금 뭐가 좋아졌다고 말하는 건 시기상조"며 "앞으로 결과가 꾸준히 나오면 그때는 어떻게 좋아졌는지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계속 좋은 결과가 나오면 확신이 생기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최악의 부진을 겪고 친정 팀을 떠난 만큼 이재원 스스로 많은 걸 내려놨다. 심리적으로도 위축될 수 있었다. 그럴 때 김경문 감독이 이재원에게 힘을 불어넣어 줬다.
이재원은 한화에서 김경문 감독을 만날 줄은 "상상도 못 했다"라며 웃었다. 이재원은 "기사를 통해 감독님 말씀을 들었다"고 했다. 김 감독은 경기 전 이재원에 대해 "우승도 해봤고, 야구를 잘했던 선수다. 서운하게 (선수 생활을) 끝내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재원의 커리어를 존중해 주고 싶다는 뜻이다. 주전 포수의 체력 안배를 위해 이재원의 기용을 늘릴 수 있다고 했다.
이재원은 "사실 나이를 먹으면 기대가 떨어지고, (기량 회복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을 주위에서 많이 한다. 그래서 나도 좀 위축됐는데 감독님께서 할 수 있다고 말해 주셨다"며 "한번 해보자는 마음가짐이 생겼다. 최선을 다해 실망하시게 하지 않겠다"라고 다짐했다.
이재원은 "한화에 오면서 새로운 걸 배우겠다고 다짐했는데, 정말 많이 배우고 있다"고 했다. 이날 호흡 맞춘 동갑내기 류현진에 대해서도 "현진이는 경기를 직접 준비하고 공 배합도 리드한다. 그래서 나는 블로킹이나 송구에 더 신경 쓴다. 메이저리그(MLB) 스타일이라더라"고 했다.
이재원은 주전을 백업하는 자신의 역할을 잊지 않는다. 그는 "주전 포수인 재훈이가 있다. 난 거기에 맞춰 최선을 다하겠다. 팀에 확실한 주전 포수가 딱 자리 잡아야 한다. 그래야 팀에도 기준이 서는 법"이라고 잘라 말했다.
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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