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수조원대 계약 해지에 K-조선 긴장…"호재일수도" 말한 까닭은

박영우 2024. 6. 13.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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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 운반선. 사진 삼성중공업

조선 3사가 잇따른 계약 해지로 속앓이하고 있다. 과거 선박을 발주했던 러시아 해운사 등이 계약을 철회하면서다.

1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전날 러시아 즈베즈다(ZVEZDA) 조선소로부터 4조8500억원 규모의 수주 계약 해지를 통보받았다. 러시아 선주가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함과 동시에 납부한 선수금 8억 달러(약 1조1012억원)와 지연 이자 지급을 요구하고 있어 이번 계약 해지는 국제 소송전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앞서 삼성중공업은 즈베즈다 조선소와 2020년 11월부터 선박 블록(선박용 철 구조물)과 기자재 공급 계약을 맺었다. 삼성중공업이 선박 블록 등을 제작해 즈베즈다 조선소로 보내면 현지에서 최종 조립해 건조하는 계약이었다. 계약금만 총 42억 달러로 당시 환율 기준으로 한화 4조8000억원에 달했다.

즈베즈다 조선소는 선수금으로 8억 달러를 지급했는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022년 2월부터 서방 제재가 시작되면서 계약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이를 두고 조선 업계에선 사업 무산 가능성이 꾸준히 나왔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즈베즈다와 계약 유지 여부를 놓고 협상을 이어왔으나 이달 11일 즈베즈다측이 계약 불이행을 주장하며 17척에 대한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며 “국제 소송으로 이어지는 만큼 결론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쇄빙LNG선 4척. 사진 대우조선해양

러시아발 악재는 이뿐만이 아니다. 앞서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은 2022년 러시아 해운사 소브콤플로트와 체결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3척의 공급계약을 해지했다.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제제 규정을 준수해야 했기 때문이다. 러시아 국영선사인 소브콤플로트는 서방의 제재 대상 기업 명단에도 올라 있다.

한화오션은 2020년 소브콤플로트로부터 쇄빙LNG선 3척을 모두 8억7100만 달러에 수주했다. 건조비를 받지 못한 상황에서 쇄빙LNG선 3척에 대한 건조가 진행 중이다. 현재 쇄빙LNG선의 경우 북극해에서만 운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재매수자를 찾는 것이 힘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삼호중공업도 같은 해 소브콤플로트로부터 5억5000만 달러에 수주했던 LNG 운반선 3척에 대한 계약을 해지한 뒤 가까스로 새로운 선주에게 재판매했다. HD현대는 “2022년 소브콤플로트 물량 계약 해지로 남아 있는 러시아 수주 잔고가 없어 러시아 리스크에서 자유로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지난달에는 HD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4년 전 수주한 약 3조원 규모 LNG 운반선 14척 계약이 선사 측 사정으로 최대 4년가량 연기되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조선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반면 잇따른 계약 해지가 국내 조선 산업에는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국내 조선 3사가 고수익 중심의 LNG선과 암모니아선 등을 선별 수주하고 있어서다. 조선 업계 관계자는 “도크 하나가 아쉬운 상황에서 기존 계약을 파기하고 새로운 선주를 찾아 높은 가격에 새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조선사 입장에서는 이익인 만큼 현재 상황이 국내 조선 업계에 악재가 아닌 호재로도 작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영우 기자 novemb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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