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순위 조작·소비자 기만...공정위, 쿠팡에 1400억 과징금
쿠팡이 과징금으로 1400억원을 내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단일 기업에 부과한 과징금으론 역대 최대액이다. 임직원을 동원해 수만건의 상품 구매후기를 작성하고, 쿠팡 자체 PB상품을 검색 결과 상단에 고정하는 등 알고리즘을 조작한 행위가 드러났다.
노출순위 100위 밖 PB상품 1위로 올려
13일 공정위는 쿠팡에 대해 공정거래법상 위계에 의한 고객 유인행위로 과징금 1400억원을 부과하고 법인을 검찰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쿠팡은 중개상품의 거래를 중간에서 연결해주는 플랫폼이자 직매입 상품ㆍPB 상품을 파는 판매자다. 공정위는 쿠팡이 이중적 지위를 가진 상황에서 플랫폼 기능을 이용해 자기 상품 판매량을 늘렸다고 판단했다. 쿠팡은 검색에 따른 상품 노출 순서를 바꾸기 위해 여러 방법을 활용했다.
상품을 검색했을 때 노출 순위는 ‘쿠팡랭킹’에 따라 정해진다. 객관적인 판매량, 가격, 구매후기 수 등을 반영해 순서를 정하는데 여기에 자기 상품의 순위를 올리는 알고리즘을 추가로 적용했다. 직매입상품과 PB상품을 검색 결과의 최상단으로 올리기 위해 인위적으로 알고리즘을 건드렸다는 게 공정위 결론이다.
예를 들어 쿠팡의 PB 상품 중 생수인 ‘탐사수’는 쿠팡랭킹 순위가 100위권 밖에 있다가 2020년 알고리즘을 따로 적용해 최상단으로 올라갔다. ‘코멧 대용량 리빙박스’, ‘곰곰 크리스피롤’ 등의 상품도 마찬가지로 100위 밖에서 1위로 수직 상승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쿠팡은 2019년 2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6만4250종의 자기 상품을 검색순위 상위권으로 인위적으로 끌어올렸다. 반대로 중개상품은 그만큼 노출도가 줄어들었다.
임직원 동원 구매후기 7만건 작성
2000명이 넘는 쿠팡 본사‧계열사 임직원이 구매후기 작성에 동원되기도 했다. 2019년 PB 상품을 일반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후기를 작성하도록 하는 쿠팡 체험단을 운영했는데 새로 출시한 상품은 인지도가 적어 후기가 잘 달리지 않았다. 이에 쿠팡은 2019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2297명의 직원을 동원해 7342종 PB상품에 대해 7만2614개의 구매후기를 작성토록 했다.
장점 위주로 4줄 이상 작성해야 한다는 등의 매뉴얼까지 주어졌다. 임직원이 구매후기를 작성했다는 사실을 숨기거나 여러 번 검색해야만 이를 알 수 있도록 해 소비자들이 확인하기 어렵게 했다. PB상품의 구매후기가 많으면 상품 노출 순위가 올라간다. 소비자 선택을 유도하는 효과도 있다. 쿠팡 조사 과정에서 “CLT 결정으로 임직원 체험단을 진행한다”는 내부자료가 나오기도 했다. CLT는 쿠팡 리더십 팀의 약자로 쿠팡 주요 임원으로 구성된 회의체다.
조홍선 공정위 부위원장은 “쿠팡이 알고리즘 조작이나 임직원 동원 구매후기 등 비정상적 방법으로 자기 상품을 입점업체 중개상품보다 우대한 것”이라며 “그 결과 소비자들은 상품의 우수성을 오인해 구매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위계(속임수)를 통해 자사 우대를 했다는 뜻이다.
공정위에 반발, 행정소송 예고한 쿠팡
이에 대해 쿠팡은 상품 노출 순서 결정은 자사의 고유 권한이라는 입장이다. 쿠팡 측은 “오프라인 진열과 온라인 검색순위는 실질적으로 차이가 없다. PB 상품을 좋은 위치에 진열해 판촉하는 대형마트와 비교하면 역차별”이라며 “공정위의 제재로 가성비가 좋아 소비자 선호가 분명히 예상되는 PB상품에 대해서도 노출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상당수 온라인 쇼핑몰이 PB상품을 우선 노출하고 있는 등 업계의 관행”이라고 덧붙였다.
쿠팡은 과징금 취소 등 행정소송에 나설 예정이다. 앞서 공정위는 쿠팡이 LG생활건강 등 101개 납품업자에게 갑질을 했다며 30억원대 과징금을 부과했는데 서울고법은 “시정명령과 과징금 납부명령을 모두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법원이 한 차례 쿠팡의 손을 들어준 만큼 향후 소송까지 쿠팡이 승소할 경우 공정위 제재 정당성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예정이다.
세종=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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