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패럴림픽 개최 가장 행복, 장애인 체육인 계속 도울 것"

박수아 2024. 6. 13.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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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국장애인체육문화협회의 이명호 회장

[박수아 기자]

"장애인이란 분류하지 않아도 되는 존재라고 생각해요. 친구 중에 키가 큰 친구, 작은 친구, 손이 큰 친구, 작은 친구가 있지만 너는 이래서 다르다고 분류하지 않잖아요? 장애인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키가 작은 친구가 키가 큰 친구처럼 높은 곳에 있는 물건을 잡기는 어려운 것과 같이 기능의 차이만 있을 뿐, 분류되지 않아도 되는 존재라고요."

여기 장애인의 체육, 문화 활동을 통한 정신적, 신체적 건강 확보의 중요성과 그로 인한 사회적 순기능을 거듭 강조하며 장애 체육인들의 체력 증진과 구직을 위한 교육 제공을 위해 힘쓰는 이가 있다. 한국장애인체육문화협회 (KOSCA : Korea Sport & Culture Association for the disabled 이하 KOSCA )회장 이명호씨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5월 말 이명호 회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한국장애인체육문화협회 이명호 회장  한국장애인체육문화협회 이명호 회장
ⓒ 박수아 기자
 
그의 목표는 장애인의, 장애인에 의한, 장애인을 위한 공동체를 만드는 것. 장애인이 '수혜자'라는 틀에서 벗어나 교육자 혹은 행정가와 같은 '제공자'로 활동하며 '지속 가능한 삶'을 누리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 대한장애인체육회에 등록된 선수는 약 1만 8천 명. 이중 엘리트 선수가 1만 3천 명, 생활체육 선수로 등록된 회원은 5천 명이다. 이들 모두가 국가의 지원을 받을 수 있을까? 아니다.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에 따라 장애인 스포츠가 체육 관련 부처로 이관된 이후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장애인 체육이 활성화되었으나, 정부의 손길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에 놓인 장애인 선수 및 생활체육 참여자 또한 존재한다.

이명호 회장은 이들을 주목한다.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장애인 체육인들의 체육 환경 구조적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선수 출신 장애인의 취업 교육을 지원한다. 장애인 체육과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 회장의 신념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걸까? 그의 삶을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

"나는 장애인입니다"

1958년, 걸음을 막 뗀 아들이 갑자기 걷지 못했다. 걸어보라 일으켜 세워봐도 "으앙" 울음을 터트리며 주저앉을 뿐이었다. 덜컥 내려앉는 마음, 그 길로 병원에 찾아갔다. 아이를 살펴보던 의사가 말한다. "후천성 소아마비입니다." 그렇게 두 살 배기 아이는 장애 판정을 받게 된다. 이명호 회장 얘기다. 

"어린 시절의 특별한 기억은 딱히 없어요. 집에서만 지냈으니까요."

소아마비 후유증으로 하반신 근육이 유달리 약했던 그의 세상은 '집'이었다. 봄, 여름, 가을 특히 눈 내리는 겨울, 빙판길에선 목발을 짚어도 거동이 어려워 집에서만 지내야 했다. 그러다 열 여덟이 되던 해. 아버지의 사업으로 온 가족이 서울에서 부산으로 이사하게 된다.

서울처럼 사람이 많지 않고, 여유로운 동네. 그는 부산이 좋았다. 처음으로 눈 내리지 않는 겨울을 지낸 후엔 확신했다. "여기가 내가 살 곳이구나." 아버지의 사업이 잘 풀려 온 가족이 다시 서울로 돌아갈 때, 홀로 부산에서의 자립을 선택한 이유다.

1982년, 제5공화국은 88서울올림픽대회를 앞두고 체육부'를 신설, 국민체육진흥을 본격화하며 체육을 통한 국민화합, 복지증진, 국위선양을 위한 정책 의지를 드러냈다. 전국적인 체육 붐 속, 그는 장애인 역도선수의 꿈을 키웠다.

씨름선수를 배출할 정도로 대대로 힘이 좋았던 집안에서 태어나, 장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릴 적부터 유달리 힘이 좋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명호 회장은 부산 신애재활원의 장애인들과 함께 재활원에 역도장을 만든다. 꿈을 향한 첫걸음이었다.

"핸드메이드 시멘트 바벨, 그래도 행복했어요"

"쉽지 않았지만 행복했어요."

힘이 세 역도를 시작했지만, 역도는 단순히 힘이 좋아야만 잘하는 일이 아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해 보이지만, 다양한 역학과 생리학적 과정을 포함하는 복잡한 운동이라고. 그래서 지도 코치와 선수용 전문 장비도 없었지만 시간이 날 때면 헬스 운동기구, 그마저도 없으면 직접 시멘트로 만든 중량 원판을 들며 연습, 또 연습했단다.

1986년, 국가대표선발전에서 장애인 역도 국가대표선수로 선발되었지만, 운동 환경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집중훈련 기간인 두세 달은 정부가 대여한 공간에서 장애인 국가대표선수들과 함께 훈련을 받았지만, 집중 훈련기간이 끝나면 고향으로 돌아가 홀로 '핸드메이드 시멘트 바벨'을 잡았다.

선진국 외엔 장애인 선수가 체계적으로 운동할 수 없었던 시절. 그땐 그랬다.

1999년, 방콕 장애인아시안게임에 출전했다. 역도 부문 동메달을 땄지만, 당시 장애인 선수는 연금이 없었다. 많은 이들이 "이만하면 되었다", "수고했다" 했지만 그는 그 이상을 원했다. 장애인 국가 대표 선수로 지내며 느낀 장애인 체육인을 위한 미흡한 제도를 직접 개선하고 싶었다.

장애인 행정가가 되다

2014년.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훈련원장으로 임명된다. 그는 이전의 경험을 살려 장애인 체육인들의 운동 환경을 개선했다. '수혜 당사자로서의 경험을 살린 행정력'을 인정받은 그는 이후 리우장애인올림픽대회 대한민국 선수단 총감독,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및 동계 패럴림픽 조직위원회 부위원장을 거쳐 제4대 대한장애인체육회 회장직에 올랐다. 그리고 2021년 대한장애인체육회 회장직을 내려놓은 뒤 '한국장애인체육문화협회(KOSCA)를 설립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
 
▲ 한국장애인체육문화협회 회장 이명호 한국장애인체육문화협회 회장 이명호
ⓒ 박수아 기자
 

-행정가로서의 변신 이후, 대한장애인체육회장 임명되기까지, 원동력은 무엇입니까?
"'순응하지 않는 반항심', '도전 정신'이랄까요. 어릴 적부터 '장애인에게는 결정적인 의사 결정권이 없다'고 느껴왔습니다. 정책 수립이나 운영은 항상 비장애인의 몫이었죠. '너희가 못하니까 우리가 해줄게' 그런 사회적 통념과 구조를 타파하고 싶었었습니다. 저를 보시면 아시다시피, 장애인도 할 수 있거든요." (웃음)

- 대한장애인체육회장으로 4년간 활동하며 이룬 가장 자랑스러운 성과는 무엇입니까?
"2018 평창 패럴림픽을 개최한 것이죠. 북한 선수단이 참여했고, 패러아이스하키, 컬링, 크로스컨트롤, 알파인스키 등 다양한 종목에서 이전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내 종합 16위를 달성한 것도 의미있는 일입니다. 무엇보다 패럴림픽 개최를 통해 장애인 스포츠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데 이바지한 것이 가장 의미가 큽니다."

-한국장애인체육문화협회(KOSCA)를 설립한 이유는 뭔가요?
"대한장애인체육회 회장으로 근무하며 제도권의 사각지대에서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항상 눈에 밟혔습니다. 사각지대에 놓인 장애인체육인들의 원활한 체육, 문화 활동을 도와 이들의 자존감을 제고하고 장애인 선수들의 은퇴 후 삶을 돕기 위해 전국 장애인체육진흥회장과 함께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 한국장애인체육문화협회,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선수 출신 장애인들이 은퇴 이후 할 수 있는 일은 대략 열여섯 가지입니다. 한국장애인체육문화협회는 이 일을 전문적으로 할 수 있도록 교육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지도자 교육' 또한 진행하고 있습니다. 전직 선수를 감독 코치로 육성하는 거죠. 사실 전직 장애인 선수가 지도자로서 활동하는 것은 이전부터 으레 있었던 일이지만 80%가 실패했죠. '선수로서 활동하는 것'과 '가르치는 일'은 필요한 역량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감독 코치가 선수에게 맞는 코칭법을 모른다면 좋은 성과를 내기 어렵기 때문에 장애인 선수들도 장애인 선수 출신 감독을 꺼리기도 했어요. 우리는 이를 주목해 가천대와 MOU를 통해 지도자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교육에 참여하는 이들은 6월에서 8월까지 100시간의 교육을 수료하고 현장에 투입되죠. 이 외에도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장애인 체육인을 발굴하고 돕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현 한국장애인체육문화협회의 하이라이트 과제는 무엇인가요?
"장애인 체육인들의 스포츠와 교육 활동을 위한 체육시설 건립입니다. 현재 선수 출신의 장애인 체육인으로 구성된 인력 풀을 확보하고 있으며, 투자처도 모집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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