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첫 '상품 진열' 제재…'PB 시장' 위축되나

성기호 2024. 6. 13.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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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쿠팡에 1400억 과징금·검찰 고발
참여연대, PB 판매 추가 문제제기 예고
빠른배송 온라인몰 대부분 PB 판매

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의 자체브랜드(PB) 상품 우대 의혹에 대해 과징금 1400억원을 부과하고 검찰 고발에 나서면서 유통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가 유통기업의 상품 진열과 관련한 징계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시민단체는 다른 유통기업에 대한 추가 고발을 예고하면서 PB 상품을 판매하는 다른 유통 대기업들까지 좌불안석이다. 이번 공정위의 판단으로 PB시장의 격변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공정위 "다른 업체로 조사 확대 계획 없다"

CU PB상품 모음컷

13일 공정위는 2년간의 조사를 마무리하고 쿠팡과 씨피비엘비(쿠팡의 PB상품 전담 자회사)에 시정명령과 14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와 함께 쿠팡과 씨피비엘비를 각각 검찰에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각각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는 쿠팡이 상품의 검색순위 알고리즘을 인위적으로 조정했다고 밝혔다. 또한 임직원을 이용한 구매후기 작성과 별점 부여했고, 이를 통해 자사 상품만 검색순위 상위에 올려 부당하게 소비자를 유인한 행위를 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공정위는 오프라인 매장의 자사 PB상품 진열이 제한되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임직원 구매 후기와 관련해 다른 e커머스 업체에서는 이같은 행위가 포착되지 않았다는 점도 공개했다. 사실상 조사 확대의 계획이 없다는 의미다.

대부분 유통업체가 PB 판매…제재 가능성 남아

하지만 유통업체들은 긴장의 끈을 놓치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유통업체가 쿠팡과 마찬가지로 PB상품을 만들고 이를 타사 제품과 함께 판매하면서다.

현재 대형마트에서는 롯데마트·슈퍼가 오늘좋은·요리하다, 이마트·이마트에브리데이는 노브랜드·피코크, 홈플러스는 홈플러스 시그니처·심플러스 등을 판매 중이다. 편의점은 CU가 헤이루, GS25가 유어스, 세븐일레븐가 세븐셀렉트, 이마트24가 아임e 등을 판매중이며, 롯데하이마트는 하이메이드 등을 운영 중이다. 모두 오프라인은 물론, 온라인 몰이나 자체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판매하고 있는 상품이다.

참여연대는 추가적인 신고도 예고했다. 참여연대는 지난 4일 세종시의 한 카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공정위의 판단 결과가 (위법으로) 나왔는데도, 자사 제품 우대행위를 하는 것처럼 보이는 플랫폼이 있다면 동일한 기준에 기반해 문제제기를 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번 쿠팡에 대한 제재는 참여연대가 공정위에 알고리즘 문제를 신고하면서 시작됐다.

참여연대는 이번 신고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쿠팡의 PB 상품 출시 자체도 문제 소지가 있다고 짚었다. 참여연대는 "이번 사안에서는 아니지만 플랫폼이 선수와 심판을 겸직하며 PB 상품을 출시하는 것에 대해서도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유통업계는 시민단체가 신고할 경우 공정위 제재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각 온라인몰의 상품 노출 방식이나 검색순위 노출 등은 각 회사의 자체 노하우에 따른 것"이라며 "쿠팡이 문제라면 다른 곳은 또 다른 문제가 거론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조홍선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이 1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 기자실에서 쿠팡 및 쿠팡의 자체브랜드(PB)상품을 전담하여 납품하는 자회사 씨피엘비의 위계에 의한 고객유인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400억원을 부과하고 각각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커머스 업계, 빠른배송 위한 직매입 확대…제동 걸리나

공정위가 PB상품과 함께 직매입 상품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는 점도 논란이다. 직매입 상품은 쿠팡이 납품업자들로부터 상품을 매입해 직접 판매하는 상품이고, PB상품은 쿠팡이 직접 기획해 판매하고 생산만 제조 하도급업체에 위탁하는 상품이다. 공정위는 쿠팡이 임직원 후기를 통해 '자기 상품(직매입상품 + PB상품)'을 상위 순위에 노출시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쿠팡은 이같은 '자기 상품' 판매와 입점업체의 상품거래를 중개하는 오픈마켓을 운영하고 있다. 공정위는 쿠팡이 검색순위 산정 기준을 설정·운영하고 상품거래를 중개하는 플랫폼이자, 자기 상품의 판매자로서 이중적 지위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통해 이중적 지위로부터 자기 상품 판매와 입점업체의 중개상품 판매에 있어 이해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e커머스 업체와 주요 유통업체의 온라인몰도 '자기 상품'을 판매하면서 오픈마켓을 둔 쿠팡과 동일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업체마다 오픈마켓 비중이 다르지만, 새벽배송과 당일배송 등 빠른배송을 시행하고 있는 업체의 경우 예측 가능한 배송을 위해 직매입 상품을 늘리고 있다. 이를 위해 대규모 물류센터를 경쟁적으로 건립 중이다.

쿠팡의 경우 2022년 기준 '자기 상품' 판매 비율이 70%에 달한다. 쿠팡은 이를 바탕으로 대표 브랜드인 '로켓배송'을 시행 중이다. 통상 직매입 상품은 플랫폼이 재고 부담을 떠안는다. 이 때문에 판매 촉진을 위한 전략은 유통기업의 고유 권한이라는 의견이 많다. 쿠팡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가격이 싸고 배송이 편리해 많은 국민들의 합리적 선택을 받은 쿠팡의 로켓배송이 소비자 기망이라고 주장하는 공정위의 결정은 디지털 시대의 스마트한 소비자의 선택권을 무시한 시대착오적이며 혁신에 반하는 조치"라고 반발했다.

"PB시장 위축될까" …촉각 세우는 유통업계

향후 PB 시장이 위축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올 2월 발표한 '유통업체 자체브랜드(PB) 상품 매출' 분석 결과를 통해 최근 1년간(2022년 4분기~2023년 3분기) 국내 자체브랜드 상품 시장규모는 전년 대비 11.8% 성장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체 소비재 시장이 같은 기간 1.9% 성장한 것과 비교해 약 6배 높은 수치다.

하지만 아직 국내 PB 시장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한국 유통시장에서의 PB 매출 비중은 3%로 조사 대상 50개국 중 43위에 그쳤다. 이는 스위스(52%), 영국(46%), 독일(37%), 미국(17%)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유통업체들이 PB상품 판촉과 우선 노출을 줄이면 그만큼 소비가 줄어들 수 있다. 이 경우 PB제품 생산의 80~90%를 담당하는 중소기업들도 매출 하락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PB상품은 가성비 때문에 소비자의 인기를 얻었는데, 노출을 제한하면 고물가 상황에서 소비자의 반발이 나올 수 있다"며 "또 중소기업의 판로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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