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놓고 한·일 협상…韓 "군함도처럼 안돼"

김현예 2024. 6. 13.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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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도광산’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놓고 한국과 일본 간 협상이 시작됐다. 조선인 강제노역 시기는 제외하고 에도시대(1603~1876년)로만 한정해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해오던 일본에 세계유산 전문가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가 최근 보류(refer) 판단과 함께 “전체 역사를 반영해야 한다”는 권고를 내리면서다.

사도광산 내부 모습. 중앙포토

한국 “군함도처럼 안돼”


외교 소식통은 13일 “일본과 정부 대 정부 협상을 하고 있다”면서 “일본과의 협상에서 군함도 산업유산정보센터와 같은 것은 논외”라고 한국 정부의 입장을 설명했다.

앞서 일본은 2015년 조선인 강제노동 시기를 제외하고 하시마(端島·일명 군함도) 탄광을 세계유산에 등재했다. 당시 이코모스는 등재 판단과 함께 “전체 역사를 알리라”고 권고했고, 일본은 군함도가 있는 나가사키(長崎)가 아닌 도쿄(東京)에 지난 2020년 산업유산정보센터를 열었다.

하지만 일본은 강제노동의 역사를 알리는 대신 “조선인에 대한 차별은 없었다”는 내용만을 전시하는 등 9년째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한국 정부는 ‘닮은꼴’ 형태인 사도광산 등재 협상에선 ‘산업유산정보센터’ 같은 형태의 ‘꼼수’는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외교 소식통은 “군함도 전례가 있어 일각에선 '산업유산정보센터' 형태를 많이 언급하지만, 전체 역사를 반영해야 한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에선 산업정보유산센터 같은 방식은 논외로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 최근 사도광산이 있는 니가타(新潟)현을 방문한 윤덕민 주일 한국대사는 하나즈미 히데요(花角英世)지사를 만난 자리에서 ‘추도비’ 건립을 제안했다. 사도광산 지역에 약 1200명으로 추산되는 조선인들을 위한 추도비를 설립하는 형태로 전체 역사를 반영해야 한다는 취지다.

일본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추진 일지 그래픽 이미지.

자민당 “한국 대사, 만나자”


세계유산위원회 개최가 한달여 앞으로 다가오자 사도광산 등재를 추진해오던 일본 자민당도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다치바나 게이치로(橘慶一郎·63) 중의원(하원) 등은 윤 대사와의 면담을 요청했다.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다치바나 등 일본 자민당 소속 의원 등은 윤 대사를 만나 일본 측 입장을 설명하고 한국 정부에 이해를 요청할 계획이다. 한국 외교부 당국자가 “강제노역 사실이 반영되지 않으면 등재에 반대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놓자 서둘러 면담 요청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세계유산 등재는 전체 합의(컨센서스) 형태로 이뤄지는데, 한국은 21개 위원국 중 한 곳으로 한국이 반대 의사를 밝히면 투표에 부쳐져야 한다. 투표에 나서는 경우, 위원국 3분의 2가 찬성을 해야 등재가 이뤄진다. 세계유산위원회는 오는 7월 21일부터 31일까지 인도 뉴델리에서 개최된다.


일본, '사도광산' 근대 유산 일부 제외키로


한편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코모스 권고대로 사도광산의 에도시기 이후 유산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지역을 세계유산 등재 지역에서 제외키로 했다고 밝혔다. 제외되는 지역은 기타자와 지구로 이 지역엔 사도광산을 상징하는 근대 유산인 '기타자와 부유선 광장(浮遊選鑛場)’이 있다. 하야시 관방장관은 “7월 세계유산위원회에서의 등록실현을 위해 정부가 하나가 돼 대응하겠다”고 설명했다.

도쿄=김현예 특파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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